혼란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을 '혼란' 혹은 '혼돈'이라는 말보다 더 잘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대한민국이라는 배 안에서 우리는 '혼란'을 경험하고 있고, 그 배가 점차 가라앉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을 지울 수 없다. 이것이 큰 사건을 겪어서 생긴 정신적 불안 증상이 만들어낸 착각인지, 아니면 실제로 그러한 건지는 도저히 확인할 방도가 없다.
혼란 속에서 우리는 빛줄기를 찾게 된다. 내가 어디에 있고,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그런 빛줄기. 그것은 생명의 끈이기도 하고, 산소 호흡기이기도 하고, 희망이기도 하다. 이 빛줄기가 없다면, 혹은 의미 없거나 가짜인 빛줄기가 넘친다면, 희망은 점차 사라질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언론은 반드시 이러한 빛줄기가 되어야만 한다. 그것이 언론의 역할이고 책임이다. 그래야 사회의 구성원들은 혼란과 혼돈에서 벗어나 나아갈 수 있다.
이렇게 한 것이 비단 <뉴스9>뿐만은 아니었다. 지속해서 올바른 뉴스를 생산해왔던 <뉴스타파>, 연예지인 줄 알았는데 심층취재를 해서 내놓은 <디스패치> 같은 매체들, 그리고 더불어 많은 개인 매체들 또한 어떻게든 제대로 된 빛을 비추려 노력했다. 이들이 없었다면, 우리는 너무나 많은 것들을 알지 못한 채로 이 끔찍한 비극을 넘겨 버렸을 것이다. 그들은 빛을 비췄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언론도 많았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로 혼란을 부추겼으며 그런 정보들을 확대 재생산했다. 가장 공식적인 빛을 비춰야 할 정부조직들은 오히려 가장 신뢰하기 힘든 빛을 난사하며 사람들의 분노를 키웠다.
<뉴스9>이 이종인 씨를 인터뷰하며 나온 '다이빙벨' 관련 내용이 바로 '불명확한 정보'이고, 이를 통해 유가족에게 심각한 피해를 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판단은 앞으로 심의결과가 나온 후에 해도 늦지 않으리라고 보인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제대로 된 정보를 생산하지 못했던 정부가 유독 손석희의 <뉴스9>에 대해서는 신속한 처리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사태에서 언론이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한 적이 드물고, 심지어는 자극적인 멘트나 자막들을 통해 더 큰 상처를 빈번하게 줬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뉴스9>에 조금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마치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해 놓고 그것에 대한 입단속만 열심히 하려는 모양새다.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이후의 처리나 자기반성에 더 심혈을 기울여야 할 때인데도 말이다.
어쨌든 결론은 하나다. 대한민국의 많은 국민은 JTBC <뉴스9>과 같이 제대로 된 빛을 밝히려 했던 매체들과 수많은 빛들을 경계하고 옳은 빛을 찾으려 했던 자신들의 모습에서 희망을 봤다. 이들 덕분에 우리 모두가 미개한 것도 아니고, 삼류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심의 결과에 상관없이, 조금이라도 제대로 된 빛을 비추려 했던 이들에게 깊은 감사와 고마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문화칼럼니스트, 블로그 http://trjsee.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문화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화 예찬론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