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가 침몰한 지 7일째인 22일 오전 8시, 3구의 시신이 추가로 인양됐다. 침몰 인근 해역에서 남성 1명, 여성 2명의 시신을 수습했다. 그 후로 추가로 시신이 수습돼 오전 10시 현재 사망자는 104명으로 집계됐다. 일주일째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생존자는 나타나지 않고 사망자 수만 늘어가는 상황이다. 진도 바다에서 전해지는 소식은 애통한 비보뿐이다.
세월호 참사에 유난히 참담함을 느끼는 이유는 어린 영혼들의 속절없는 희생 때문이다. 꽃다운 나이의 청소년들이 제 꿈을 펼치지도 못한 채 어둡고 깊은 바다에서 숨을 거둬야만 했다. 모든 인간의 생명이 귀하고 소중하지만 그 중에서도 어른이 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이들의 죽음은 가슴을 한없이 먹먹하게 만든다.
자식을 잃은 슬픔은 생살을 찢는 것보다도 더하다. ‘차라리 나를 데려가소. 내 자식이 산다면 나는 죽어도 상관없소.’ 이는 세상 모든 부모들의 마음일 테다. 세월호 참사는 이러한 부모의 절규로 가득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식을 애타게 기다리며 울부짖는 소리는 진도 해상을 떠돌며 끊임없이 메아리치고 있다.
세월호에 탑승한 단원고 학생들은 탑승자들 가운데 가장 약한 자들이었다. 어른보다 큰 키를 하고 듬직한 체격을 지니고 있었다 할지라도 고작 18년을 살아온 이들의 경험으로는 이렇게 위험하고 다급한 상황을 스스로 헤쳐나갈 수가 없다. 누구보다 당혹스럽고 난감하며 두렵고 공포스러운 감정을 느꼈을 그들이었을 것이다. 어른들의 도움이 필요했던, 반드시 도움을 주어야만 했던 이들이었다.
약자의 죽음에 우리는 더 큰 통곡으로 애도한다. 물리적 힘이 없는 이들은 물론이거니와 소위 아무런 백그라운드를 가지고 있지 못한 이들, 권력을 쥐고 있지 못하고 권력의 지배를 받아야만 하는 이들. 그러한 이들이 세상과 등지게 되는 일에 우리는 더없이 오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것을 자책하고 또 자책하면서. 측은지심은 지켜야 할 윤리이기 이전에 인간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일종의 본능과도 같은 마음이기도 하니까.
그러던 중 한지훈(김태우 분)이 맡은 과거 사건의 전리품이 발견되면서 무진 사건이 또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됐고, 본의 아니게 연루된 김수현(이보영 분)과 기동찬은 하나하나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김수현의 딸인 샛별이까지 대통령 아들의 비밀을 알게 되자 결국 이명한은 샛별이를 납치하고 급기야 죽이려는 계획까지 세우게 된다.
이수정을 죽인 범인은 대통령 아들이었고, 샛별이를 죽인 범인은 그가 가진 배경이었다. 한 나라를 다스리고 통치하는 국가원수. 대통령보다 더 높은 직책, 더 높은 계급, 더 높은 권력이 있을까? 물론 허울뿐인 대통령, 정경계의 꼭두각시 역할을 하는 대통령이 존재하기도 하지만, <신의 선물>에서의 대통령은 막강한 권력을 의미한다. 그리고 권력을 지닌 아들, 그 어떤 범죄를 저질렀다 할지라도 대통령 아들은 충분히 용서받을 수 있음을 <신의 선물>은 보여주고 있다.
<신의 선물>에서의 약자의 희생은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한다. 세월호가 침몰된 원인이 권력에 의한 것은 분명 아니다. 하지만 사건을 조사하고 밝혀지는 과정에서 악취가 계속해서 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힘 있는 자들의 불편한 방문, 진심이 아닌 가식적인 위로, 측은지심을 기본으로 하지 않은 구태의연한 조사, 생명의 귀중함을 무시하고 그저 이슈화하려고만 하는 비정한 보도. 여기에 약자를 먼저 생각하는 마음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썩은 내만 진동하여 시린 아픔을 가중시킬 뿐이다.
구조된 사람들의 목숨도 당연히 소중하다. 그들에게도 자식이 있고 부모가 있으며 형제자매가 있을 테니 그들의 생명 또한 한 사람의 것이 아니다. 다만 나보다 약한 이들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 있었더라면, 그래서 같이 손잡고 빠져 나왔더라면 이토록 감당하기 어려운 참혹한 비극을 겪게 될 일은 없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지울 수는 없다. 그랬다면 수많은 부모들이 멍이 들도록 제 가슴을 치며 진도해상을 바라보며 목 놓아 울 일은 없었을 텐데. 약자들의 부모는 지금도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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