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슬픔이 일주일 가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갈수록 마음은 무거워집니다. 대부분의 행사와 축제가 취소되거나 미뤄졌고, TV도 연일 속보만을 이어갑니다. 아쉬운 소식이 이어지며 우울함이 퍼져가는 가운데 무기력함마저 듭니다. 국가시스템 전반에 대한 걱정이 사회 전반에 넓게 또 깊게 자리한 날들,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일부에서 많은 것들이 멈춰선 가운데 "프로야구"의 중단도 이야기되며, 묻는 분들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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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당일부터 프로야구는 응원에 대한 상당 부분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응원을 아예 하지 않는 건 아니더라도 앰프 사용이나 치어리더 공연을 삼가는 분위기, -일부 구단에서 과열된 응원이나 잘못된 응원곡을 선정해서 무리를 빚기도 했습니다만.- 전체적으로 야구장의 모습에도 이번 사고로 인해 자중하는 분위기가 엿보입니다.

선수들도 자발적으로 성금을 내고, 구단에서도 이런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는데요. 메이저리그의 류현진 선수부터 프로야구 선수협까지 다양한 루트에서 애도를 표하고 있습니다.

이런 움직임들에도 불구, 리그의 중단을 이야기하고 또 야구장의 분위기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는데요. ​일부분은 공감이 가는 대목도 있지만, 꼭 모든 것들을 중단하고 멈춰야 하는지에 대해서 한번 더 고민해봅니다. 일상의 중단이 과연 우리가 슬픔을 공유할 수 있는 애도의 최선인지를 묻고 싶습니다.

전 국민들이 슬픔을 공유하는 단계를 넘어 우울함의 정도가 깊어진 상황, 슬픔을 나누고 피해자들을 위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리들의 일상을 유지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지난해 보스턴 마라톤 폭탄테러 당시, 보스턴 레드삭스는 한 경기를 추모의 뜻으로 쉬었습니다. 허나 다음 홈경기에서는 선수들이 추모연설을 하고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행사를 펼쳤는데요. 또, 사고 피해자들을 경기장으로 초청하고 시구행사와 같은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아픔을 극복하려 했습니다.

▲ 보스턴이라는 지역을 더욱 강조하며, 단합을 다짐했던 레드삭스! 피해자들의 시구도 이어졌습니다.
물론 미국 역사상 최악의 참사라 할 "9.11 테러" 당시에는 일주일 정도 리그가 중단되기도 했습니다만, 애도하는 분위기와 함께 추가 테러의 표적이 될지도 모른다는 의미가 더 컸습니다. 경기가 다시 펼쳐지면서는 성조기를 유니폼과 모자에 부착하고, 희생자들을 기리는 뜻을 담는 행사와 의식도 가졌죠.

고통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는 없지만 모든 이들이 다시 생업에 돌아가듯 똑같이 일터로 돌아간다는 다짐. 리그 재개에 대한 당시 선수들의 다짐이기도 한데요. -정확히는 신시내티 감독의 말로 알고 있습니다.-

일상으로 삶을 꾸려가야 하는 우리들에게도 이런 마음의 다짐, 일상에 대한 최선과 노력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요? 애도를 표하고 예의를 갖춰야 하는 건 맞지만, 모든 걸 하지 않고 미뤄두는 것이 꼭 옳다고 할 수는 없을 터.

긴 정규 시즌에 대한 취소는 쉽지도 않고 여러 대책도 필요합니다. 무책임한 "취소" 논란은 무슨 대안이 아닙니다. 이와 비슷한 논리로 ​예정됐던 지방선거를 미뤄야 한다는 식의 여론몰이, 일부에서의 주장도 마찬가지. 돌아가는 분위기에 휩쓸려 마치 "애도"를 표방한 현 상황에 대한 기피로 선거를 이야기하는 건 옳지 못합니다.

조금의 예의와 엄숙함이 더 필요할지언정, 모든 것들의 중단과 포기를 말할 수는 없는 모두의 일상들. 큰 웃음과 즐거움, 축제나 행사와 흔한 일상이라는 것, 약속된 일정과 생활의 흐름이라는 건 분명 다릅니다. 우리들은 또 우리의 삶을 살아가고 지켜가야 합니다. 그 안에서도 충분히 애도하고 예를 갖출 수 있습니다.​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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