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시민단체 언론개혁시민연대(대표 전규찬, 이하 언론연대)가 <세월호> 침몰 사건에 대한 눈살 찌푸려지는 뉴스를 보도하는 언론이 “패륜보도를 하고 있다”며 각성을 촉구했다.

400여명이 넘게 타고 있던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16일 오전 이후, 언론은 관련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대형 사고인데다 피해도 커서 침몰 원인, 구조상황 등에 대한 전 국민적인 관심이 모아진 탓에, 언론은 과열된 보도경쟁에 매몰돼 ‘보도하지 않아도 될’ 혹은 ‘보도하지 말아야 할’ 기사와 뉴스를 생산해 냈다.

<뉴시스>는 사망이 확인된 학생의 책상을 뒤져 일기장을 공개했고, MBC는 사고 피해자들이 받을 보험금 수치를 계산했으며 아이들이 살아 돌아오길 바라며 손 모아 기도하는 어머니의 사진은 ‘이 시각 핫 포토’라 이름 붙였다. JTBC는 <세월호>에서 구조된 학생에게 “친구가 죽은 것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고, <이투데이>는 임시 기지국을 만든 한 통신사를 다룬 기사 제목에 광고 효과를 노린 ‘잘 생겼다 잘 생겼다’ 문구를 넣었고, '타이타닉·포세이돈 등 선박사고 다룬 영화는?'이란 기사를 올렸다.

▲ MBC는 16일 '이브닝뉴스'에서 선박보험 및 수학여행 단체여행자 보험 보상한도에 대해 보도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MBC 사옥 (사진=미디어스)

언론연대는 “불의의 사고로 무고한 생명을 잃은 희생자와 유족에게 비통한 심정으로 조의를 표한다”면서 “우리는 이 고통스런 비극을 전하는 언론의 보도행태를 보면서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언론연대는 “어제(16일) 하루 언론들은 이 비극적인 사건을 두고 광고성 기사를 내는가 하면 기사 장사를 하는 ‘어뷰징’ 행위마저 서슴지 않았다. 언론의 패륜적 보도로 인해 이중의 고통을 겪었을 희생자와 유족을 생각하니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다. 오죽했으면 포털 사이트가 나서 자제를 요청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16일 포털 네이버는 공지사항과 댓글 안내문을 통해 이용자들에게 개인 인격권 및 명예 훼손 가능성이 있는 악플을, 제휴 언론사들에게는 자극적 편집을 자제할 것을 요청했다.

언론연대는 속보에 급급해 잇따른 오보를 낸 제도권 언론에도 일침을 가했다. 언론연대는 “제도언론의 보도행태도 참담하긴 마찬가지”라며 “언론은 사실과 다른 내용을 발표한 관계당국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지만 속보를 내는 데만 혈안이 되어 사실확인을 하지 않은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 포털 사이트 네이버는 '세월호' 침몰 사고가 일어난 16일, 개인의 인격권과 명예를 훼손하는 악플을 자제해 달라는 요청 공지를 올렸다. (사진=네이버 공지사항 캡처)

언론연대는 특히 <세월호>에서 구조된 탑승객을 인터뷰한 JTBC와 사고 피해자들이 받을 보험금을 소개한 MBC 보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언론연대는 “JTBC는 어제 오후 뉴스특보를 전하며 생존 학생과 인터뷰를 시도했다. 절대적 안정을 취해야 할 피해 생존자를 생방송으로 인터뷰한 것부터 잘못된 것이다. 더군다나 인터뷰 대상자는 청소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JTBC 측은 논란이 된 뉴스 앵커의 질문에 대해 공식사과했지만 인터뷰를 시도한 것 자체가 매우 부적절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언론연대는 또한 “공영방송 MBC는 뉴스에서 사고 피해자들이 받을 보험금을 소개하는 어처구니 없는 보도를 내보냈다. JTBC 측은 그나마 보도 부문 사장이 나서 직접 머리를 조아렸지만, MBC는 사과조차 않고 있다”고 말했다.

언론연대는 “<세월호> 사고에 대한 언론의 반인권적 보도행태를 심각히 우려한다”며 언론에 △참사 피해자들의 비극을 이용해 장사를 벌인 패륜적 언론들이 피해자, 유족, 피해 생존자 및 국민에게 머리 숙여 사과하고 어뷰징 행위를 중단할 것 △MBC는 사장이 직접 사과할 것 △<세월호> 사고 취재하는 언론들은 무분별한 취재경쟁을 중단하고 신중하게 보도할 것 △재난·재해보도 준칙에 입각해 원칙을 준수한 보도를 할 것 등을 촉구했다.

언론연대가 밝힌 재난·재해보도 시의 기본적인 원칙은 다음과 같다.

- 신속한 보도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 감정적, 선정적 어휘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 피해 상황을 반복, 중복하여 보도하는 행위를 자제해야 한다.
- 피해 상황을 전달하는 것보다 구조대책 및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추가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보도에 주력해야 한다.
- 보도는 피해자를 안심시키는 내용이어야 하며, 피해자와 유족, 피해생존자의 명예, 사생 활, 심리적 안정을 보호하는 것이어야 한다.
- 피해생존 청소년과 아동에 대한 취재는 엄격히 제한되어야 한다.
- 공익에 상당한 이유가 있지 않는 한 피해자와 유족, 피해생존자를 담은 근접촬영 화면의 사용은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

한편 대구지하철 참사 직후였던 지난 2003년,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언론재단이 함께 추진했던 <재난보도준칙>은 제24회 기자포럼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지는 등 제정 움직임이 있었으나 결국 결실을 맺지 못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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