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박근혜 대통령과 남재준 국정원장이 국정원 직원의 간첩 증거 조작 연루에 대해 사과한 가운데 보수언론조차도 남재준 국정원장의 유임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16일 <조선일보>는 <남재준 국정원장 유임 결정 이후>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이번에는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해설했다. <조선일보> 사설은 “2차장 사퇴와 대통령·국정원장 사과가 미리 준비해 놓은 절차대로 진행된 느낌”이라면서 “국정원장 경질을 포함한 대대적 인적 쇄신을 통해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 국민 상식에 부합하는 일이고, 순리(順理)”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선일보> 사설은 남재준 국정원장 유임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남 원장이 이를 마지막 기회로 여기고 자신을 혁신하고 국정원을 진정한 국가 파수꾼으로 바꿔주기를 바랄 따름”이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 16일자 조선일보 3면 기사
같은 날 <중앙일보>는 <국정원, 견제받지 않는 권력으로 놔둘 수 없다>란 제목의 사설에서 “이번 사건이 진행되면서 국정원의 무명의 헌신성을 믿었던 많은 사람들이 좌절하고 실망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정보기관이 무명의 권력을 이용해 없는 죄도 만들어내고 없는 증거도 조작해 내는 그런 곳이었나 하는 자괴감이다”라고 국정원을 비판했다.
<중앙일보> 사설은 “국가 정보기관이 증거조작을 하고, 요원·협조자의 신분을 노출시킨 것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범죄다. 총체적 책임을 져야 할 남재준 원장은 개혁을 지휘할 자격이 없다. 그는 스스로 사퇴해야 한다”라며 <조선일보>와도 다른 강도로 남재준 국정원장을 비판했다. <중앙일보> 사설은 “이제 국정원 개혁은 국회가 주도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라면서도 “국정원 개혁의 요체는 견제받지 않는 권력을 견제받는 권력으로 정상화하는 것이다. 국가정보능력이 훼손돼선 안 된다는 원칙도 확고하게 지켜져야 한다”라고 주문하기도 했따.
또 <동아일보>는 <국민은 강하고 스마트한 국정원을 원한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남재준 국정원장에 대해 “3분짜리 사과문을 읽었으나 사퇴 의사는 밝히지 않았다”라고 비판하였다. <동아일보>는 국정원 증가조작 연루에 대해 “국기문란을 넘어 안보 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라고 지적하면서 “한 차례 실패로 끝난 국정원의 ‘셀프 개혁’에 또 기대를 걸 만큼 우리는 지금 한가하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동아일보> 사설의 논리는 국정원 증가조작 사건이 보수언론의 ‘국가안보’라는 가치로 따져도 심각한 사안임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가 남재준 국정원장을 경질하지 못하는 것은 후임자 선임을 둘러싼 논란을 감내하느니 유임이 낫다고 판단하기 때문일 것이다. 인재 활용 풀이 좁아 문제가 생겨도 제때 사람을 경질하지 못하는 ‘박근혜식 인사’가 누적되면 정권 말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주목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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