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주 작업 중 추락해 뇌진탕으로 인한 두부 열상 및 인대 손상을 입은 A씨. 회사에 산재처리를 요청했으나 서비스센터에서는 치료비 명목으로 10만원만 지급하고 요양으로 쉬는 기간에 대해서는 무급으로 처리됐다. 결국, A씨는 급여에 대한 압박으로 1주일만 쉬다 다리를 절뚝이며 근무를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A씨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집에서 쉴 수가 없었다고 말한다. A씨는 현재 LG유플러스 서비스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유료방송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조 결성이 이어지고 있다. IPTV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고객서비스센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10일 오전 10시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 결성 및 투쟁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에는 동종업계 케이블 씨앤앰과 티브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한 바 있다.

▲ IPTV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고객서비스센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0일 오전 10시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 결성 및 투쟁계획을 발표했다ⓒ미디어스
“생존의 극한의 노동자들…그래서 노동조합을 결성하게 됐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SK브로드밴드 이경재 지부장은 “노동자들을 생존의 극한으로 내모는 현상을 도저히 견딜 수 없어 노조를 결성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경재 지부장은 SK텔레콤 IPTV SK브로드밴드(원청)를 위해 일한다. SK브로드밴드 로고가 찍힌 옷을 입고 차량을 끈다. 고객집에 방문할 때에도 해당 로고가 박혀있는 명함을 건넨다. 하지만 그는 SK브로드밴드 소속 노동자는 아니다. 최근 사망한 삼성전자 최종범 서비스 기사와 마찬가지로 SK브로드밴드와 계약해 운영되는 하도급 센터 소속 노동자일 뿐이다. 이 업종에서 15년 이상 근무했지만 그가 실질적으로 손에 쥐는 월급은 220만원이 전부이다. 그렇다고 일이 적은 것도 아니다. 아침 8시(혹은 8시 30분) 출근에 퇴근은 오후9시(혹은 10시)에 한다. 토요일에도 정상근무를 하고 일요일에도 월 2회를 근무했다. 할당된 작업량을 맞추기 위해 점심시간도 휴계시간도 따로 없다. 그래도 월급은 차감(평균 35만원~40만원)된다. 그가 일하는 곳의 이름은 ‘행복센터’이다.

이경재 지부장은 “원청은 맞출 수 없는 지표를 제시를 제시하고 센터는 그에 따라 장시간 등 부당노동을 강요하고 있다”며 “노동자들은 지표를 맞출 수가 없어 월급이 삭감되고 있으며, 무임금 노동까지 강요당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 지부장은 이어, “센터에서는 원청과의 재계약을 무기로 못하겠으면 그만이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고, 원청은 이런 상황을 나 몰라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LG유플러스 경상현 지부장과 SK브로드밴드 이경재 지부장ⓒ미디어스
LG유플러스 경상현 지부장은 “SK브로드밴드나 우리나 다를 게 없다”며 “어느 날 갑자기 4대보험을 빼겠다고 통보를 하더라. 너희들은 건 바이 건으로 돈을 잘 버니 알아서 내라는 식이었고, 우리는 이유도 모른 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비판했다.

경상현 지부장은 “우리는 하루 벌어 하루 먹다보니 휴식을 취해야함에도 불구하고 머리가 다쳐도 일주일만 쉬고 나와 다시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회사는 노동자들이 얼마나 다쳤는지는 관심도 없이 언제부터 다시 일을 할 수 있는지만 물어본다. 센터에서 노동자들은 그냥 소모품일 뿐”이라고 토로했다. 경 지부장은 “그래서 한 두 명이 모여 노조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지부는 민주노총 서울본부 희망연대노조 소속으로 가입했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는 서비스센터 노동자들을 집적고용하라”

기자회견에서 희망연대노조 김진억 나눔연대사업국장은 “씨앤앰과 티브로드방송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정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하자 동종업계에서 많은 상담문의가 들어왔다”며 “그 가운데, SK브로드밴드 송파센터를 중심으로 지난해 7월부터 상담을 시작했고 1월부터 노조 설립을 준비 지부를 건설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진억 사업국장은 “최근 SK 최태원 회장이 연봉 300억 원을 받는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SK브로드밴드 지부 노동자들은 대부분 외주화된 채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열악한 상황에서 일하고 있었다”고 개탄했다. 김 국장에 따르면, 4대보험 역시 일부 노동자들에게만 적용되고 있었고 산재처리는 되고 있지 않고 있다. 근무할 때 필요한 통신과 차량 유지 및 주유비 등도 기사들이 부담할 뿐 아니라,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그 비용은 모두 노동자들이 자비로 처리해야했다. 또, 원청이 분기별 평가를 통해 노동자들에게 지급하고 있는 인센티브는 중간에서 일부 떼어 지급하고 아예 지급하지 않은 센터들도 발견되고 있었다.

김진억 사업국장은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가 노조를 결성했지만, 조합원에 대해 불이익을 주거나 와해협박 등이 벌어지고 있다”고 쓴 소리를 던졌다.

통신·케이블방송 노동인권 보장 공대위 이남신 집행위원장은 ‘간접고용’ 문제를 해결에 나서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삼성전자 서비스 기사들(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지가 널리 폭로됐지만 들처럼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도 다르지 않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한국사회 더 이상 간접고용 문제를 방치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남신 집행위원장은 “간접고용은 대기업 재벌들이 각종 법적인 문제들을 피하기 위해 양산해온 측면이 크다”며 “그리고 현재 한국사회 양극화의 주범이자 비정규직 노동조건의 하향평준화 요인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희망연대노조 이종탁 공동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는 서비스센터 노동자들을 집적고용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두 업체 모두 센터의 TO를 원청에서 결정한다. 심지어 각 센터 노동자들의 등급을 원청이 직접결정하고 있다”며 “하나같이 원청이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증거들이 있는 이상, 원청의 사용자성이 너무나 뚜렸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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