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과 삼성전자의 싸움이 심상치 않다. <전자신문>이 출시 3주를 앞둔 삼성전자 갤럭시 S5의 카메라 렌즈 수율이 낮다고 보도한 지난달 17일부터 시작된 ‘대립’은 지난 3일 삼성전자가 3억원대 소송을 제기하며 더욱 더 심화됐다. 삼성전자는 ‘오보’에 대해 정정보도를 2차례 했지만 <전자신문>이 무대응으로 나서 법에 호소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자신문>은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을 생략하고 억대 소송을 걸고, 사과문 1면 게재 등을 요구한 삼성전자가 ‘언론 길들이기’에 나섰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자신문>은 지난달 17일 21면에 <출시 코앞 갤럭시S5, 카메라 렌즈 수율 잡기에 안간힘>이라는 기사(링크)를 게재했다. <전자신문>은 “현재 삼성전자의 렌즈 생산 수율은 20~30% 수준에 불과해 자칫 갤럭시S5 생산에도 차질이 생길 공산이 크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보도 3일 후인 20일, 보도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며 <전자신문>에 정정보도 청구 공문을 보냈다.

▲ 삼성전자 3억 소송의 발단이 된 기사. 해당 기사는 '전자신문' 17일자 21면에 '출시 코앞 갤럭시S5, 카메라 렌즈 수율 잡기에 안간힘'라는 제목으로 나갔고, 온라인판에서는 하루 빠른 16일 '갤럭시S5, 이번에는 렌즈 생산 수율 악화가 난제로'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전자신문>은 정정보도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삼성전자, 갤S5용 1600만 화소 렌즈 수율 확보 ‘산 넘어 산’> 기사(링크)를 25일 지면으로 내보냈다. <전자신문>은 “렌즈 금형 문제는 풀었지만 이번에는 렌즈 코팅·해상도에서 또 다른 암초가 등장했다”며 “렌즈 수급 문제로 400만~500만대 수준도 맞추기 버거운 실정이다. 오는 4월 11일 출시일에 맞춰 주요 국가에 갤럭시S5를 선보일 수는 있지만, 충분한 물량을 공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기사가 나간 다음 날, 다시 한 번 공문을 보내 1면 사과문 게재를 요구했다. 이에 <전자신문>은 28일 ‘소재부품가 사람들’ 코너에서 삼성전자가 ‘기자들이 소설을 쓴다’, ‘사실무근이다’라고 항의하는 것에 대해 “자신들에게 불편한 내용을 다룬다고 싸잡아 언론을 깎아내리는 모습은 보기에 좋지 않네요”라며 “대표이사가 공식 발언한 내용이 하루도 안 돼 뒤집히는 상황이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 국내 언론뿐 아니라 외신 기자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할까요”라며 일침을 놨다.

이날 1면 머릿기사 역시 삼성을 정면 비판하는 <갤럭시S5 조기출시 신종균의 ‘虛언장담’(허언장담)>이었고 3면에는 <“나온다” “아니다”…‘혼란폰’ 된 갤S5, 초반 실적악화 우려>, <삼성-SKT, 출시 사전조율 있었나> 등의 기사가 배치돼 비판적 어조는 계속됐다.

삼성전자, ‘3억 소송’ 제기… “언론 길들이기”VS“오보 피해자”

열띤 대립을 더 극심하게 만든 것은 삼성전자가 <전자신문>과 <전자신문> 기자들에 제기한 ‘3억 손해배상 청구소송’이었다. 삼성전자는 3일 서울남부지법에 소를 제기했고 다음날인 4일, 공식 블로그 ‘투모로우’에 <삼성전자가 전자신문에 소송을 제기한 이유에 대해 말씀 드립니다>라는 글을 올려 입장을 상세히 전했다. (관련글 : 삼성전자가 전자신문에 소송을 제기한 이유에 대해 말씀 드립니다)

삼성전자는 “언론을 통해 회사의 소식을 알리고 때로는 언론의 매서운 지적을 겸허하게 수용해야 할 기업이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게 돼 안타깝다”면서도 “전자신문의 오보로 인해 삼성전자가 혼신을 기울여 만든 제품의 이미지가 훼손되는 것에 대한 자구책으로 심사숙고 끝에 소송을 제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소송의 발단은 사실과 다른 ‘갤럭시ST 부품 수율’ 기사이며 △정정보도를 청구하자 비슷한 내용으로 2차 보도를 했고 △해당 기사들이 출시도 안 된 갤럭시S5의 이미지를 심각하게 손상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두 차례에 걸쳐 정정보도를 간곡히 요청했음에도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어 삼성전자도 최소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법에 호소할 수밖에 없었다”며 소송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에 <전자신문>은 6일자 온라인판과 7일자 지면을 통해 “<전자신문>의 지난 3월 17일자 21면 <출시 코앞 갤럭시S5, 카메라 렌즈 수율 잡기에 안간힘> 보도는 사실에 근거한 것으로 오보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관련글 : [알립니다]삼성전자가 제기한 민사소송에 대한 전자신문의 입장은 이렇습니다)

<전자신문>은 “강도 높은 혁신과 소재부품 수급방식 개선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더 높여가라는 의미로 내보낸 기사”라며 “자사 이익에 부합하지 않고 입맛에 밪지 않는 기사를 썼다고 해당 언론사와 기자들에게 억대 소송을 거는 행위는 충분히 ‘언론 길들이기’로 비춰질 만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진실을 밝히기 위해 ‘무거운 마음으로, 하지만 정정당당하게’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자신문>은 기사로도 삼성과의 ‘전면전’을 이어갔다. 7일 지면에는 1면 머릿기사 <‘연봉 50% 성과잔치할 때 협력사는 ’마른 수건‘만 짰다’>를 포함한 기획기사를 3면까지 전면 배치해, 삼성이 협력사를 쥐어짜 제조업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전자신문지부(지부장 김유경, 이하 전자신문노조)도 7일 성명을 내어 “상식적 보도에 대해 즉각적인 손해배상청구로 대응하는 비상식을 자행하고, 자사 블로그를 통해 사실을 호도하는 여론전에 착수했다”며 “삼성의 언론 길들이기가 도를 넘어섰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전자신문노조는 “기자가 사실에 근거해 작성한 기사에까지 언론중재위도 거치지 않고 즉각 법정에 나선 것은 결코 묵과할 수 없는 처사”라며 “아무리 삼성이 핵심 광고주라 하더라도 우리는 오보가 아닌 기사에 대해 정정보도를 내보냄으로써 언론사이기를 포기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전자신문의 첫 보도가 나간 지난달 3월 17일부터 9일까지의 상황을 정리한 표 (미디어스)

“소송 제기는 진실 밝히기 위한 것” 강조하는 삼성전자
삼성이 위치, 내용, 크기까지 지정한 ‘정정보도 원문’ 공개한 <전자신문>

삼성전자는 다음 날인 8일, 공식 블로그 ‘투모로우’에 다시 한 번 입장을 표명했다. 삼성전자는 “<전자신문>을 상대로 정정보도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은 반복되는 오보로 인한 피해를 막고 진실을 밝히기 위한 것”이라며 “전자신문은 오보의 피해자를 가해자로 몰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글 : 삼성전자가 전자신문에 소송을 제기한 것은 진실을 밝히기 위한 것입니다)

삼성전자는 △보도 다시 카메라 렌즈 수율은 55%로 20~30%라는 <전자신문> 보도는 오보이며 △<전자신문> 보도가 외신을 타고 나가며 갤럭시S5는 출시 전부터 제품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고 △카메라 렌즈를 만드는 협력업체들이 피해를 입고 그곳에 종사하는 임직원들이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삼성전자는 “<전자신문>은 4월 7일자에 이례적으로 많은 지면을 할애해 삼성전자를 비판하는 다양한 기획기사를 내보냈다”며 “하루에만 10건에 달하는 기사를 동원해 삼성전자를 비판하는 것을 보면서, <전자신문>이 기사를 무기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전자신문>은 같은 날 삼성전자가 20일, 26일 두 차례에 걸쳐 보내온 정정보도 원문(링크)을 공개했다.

3월 20일 삼성전자가 <전자신문>에 보낸 정정보도 청구문 원문

[정정보도] “출시 코앞 갤럭시S5, 카메라 렌즈 수율 잡기에 안간힘” 기사가 사실과 달라 바로 잡습니다.

2014년 3월 17일자 21면에 ‘출시 코앞 갤럭시S5, 카메라 렌즈 수율 잡기에 안간힘’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된 기사의 내용이 사실과 달라 아래와 같이 바로잡습니다.

삼성전자 갤럭시S5에 적용할 카메라 모듈의 렌즈 수율은 정상적인 수준으로 현재 순조롭게 제품이 생산되고 있으며 계획된 출시 일정에 전혀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따라서 “현재 삼성전자의 렌즈 생산 수율은 20~30% 수준에 불과해 자칫 갤럭시S5 생산에도 차질이 생길 공산이 크다” “카메라 모듈 수급 불안 탓에 갤럭시S5 양산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렌즈 생산 수율이 올라오지 않으면서 일정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 “현재 생산 일정을 감안하면 일부 지역을 출시 계획을 미뤄야 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와 삼성전기가 렌즈 수율 사태를 초래했다”는 기사의 내용은 사실과 다릅니다.

또한 갤럭시S 시리즈 출시 때마다 고질적으로 핵심 부품 수급이 문제된 적은 없었고, 갤럭시S3 출시 당시에도 카메라모듈의 공급 부족 현상은 없었으며, 이로 인한 생산 일정의 지연과 판매 전략 문제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따라서 “갤럭시S 시리즈 출시 때마다 고질적으로 불거졌던 핵심 부품 수급 문제가 이번에는 카메라모듈용 렌즈 수율로 번졌다” “삼성전자는 과거 갤럭시S3 때도 카메라모듈 공급 부족으로 판매 전략에 문제가 된 적이 있어 렌즈 수율 잡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라는 기사의 내용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전자신문은 사실과 다른 내용의 기사로 갤럭시S5 출시를 앞두고 있는 삼성전자와 관련 협력사는 물론 독자분들께 피해를 입히게 된 점 깊이 사과드립니다.

<전자신문>은 “삼성전자는 이례적으로 지면 1면 중앙에 3단 크기의 정정보도문을 요청해왔다”며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 및 제15조에 의거해 해당 면 같은 크기로 반영하는 관례를 깬 굴욕적 요구였다”고 꼬집었다.

<전자신문>은 또한 삼성전자 갤럭시S5 카메라 렌즈 수율 관련 기사 보도 경위를 밝히는 기사도 8일 지면에 실었다. <전자신문>은 “누구나 인정하는 자본력과 억대 소송을 무기로 언론 길들이기를 자행하는 삼성전자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으로서의 품위를 갖췄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 관련 기사 : [기획]보도경위-소송전을 불사하면서 지키려는 가치는 ‘전자신문의 신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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