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발생 6일 전, 샛별이가 유괴된 날, ‘공개수배 이 사람’에 범인이 직접 전화를 걸어 샛별이 유괴 사실을 밝힌 날, 그날이 또 다시 찾아오고 말았다. 타임워프라는 기적 같은 체험을 통해 사건 2주 전으로 돌아갔는데도 불구하고, 반드시 샛별를 지켜주겠노라 수백 번 수천 번 다짐했는데도 불구하고, 김수현(이보영 분)의 딸 샛별이는 예전처럼 유괴범의 손에 넘겨지고 말았다.

<신의 선물>의 샛별이 유괴사건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동안 여러 명의 용의자가 있었고, 여러 명의 희생자가 발생했음에도 실마리는커녕 사건은 갈수록 오리무중으로 빠져들고 있다. 일단 ‘손모가지’라고 불리는 손목에 타투를 한 남자를 잡아야만 한다. 현재로서는 그가 가장 의심스런 용의자고, 설사 그가 진범이 아니라고 해도 배후를 알아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래도 몇 가지 중요한 사실이 밝혀지긴 했다. 한지훈(김태우 분)이 무언가를 숨기고 있기는 하지만 그가 샛별이를 죽인 범인이 아님은 확실하다. 현우진(정겨운 분)이 묘령의 ‘손모가지’와 은밀한 거래를 했던 이유가 정확하게 드러나진 않았지만, 기영규(바로 분)를 총으로 쏜 사람이 현우진이었고 그것을 숨기려 했다는 사실은 밝혀졌다. 어쨌거나 현우진도 용의자 선상에서 제외시켜야 할 듯하다.

기동호(정은표 분)가 기동찬(조승우 분)의 애인이었던 이수정을 죽였다는 것 또한 의심스럽다. 기동호는 자신이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했으나, 그의 표정을 보면 그가 누군가를 위해 스스로 누명을 뒤집어쓰고 있는 듯하다. 싸늘한 감옥에 있으면서도 오히려 기동찬의 눈물이 안쓰러워 애태우는 기동호가 동생의 애인을 잔인하게 살해한 살인범일 리 없다.

지금까지 용의자로 지목됐던 이들은 범인이 아니었다. 헛다리를 짚었던 적이 많았다. ‘손모가지’ 역시 어떤 단서를 제공하긴 할 테지만 샛별이를 유괴하고 살인한 범인은 아닐 것이다. 정작 주목해야 할 등장인물들은 따로 있지 않나 싶다. 범인이라고 단정을 지을 수는 없지만, 범인을 잡는 데 결정적인 암시가 되어가고 있는 인물들. <신의 선물>에 등장하는 5명의 엄마들이 심상치가 않다.

<신의 선물>의 기둥 줄거리는 딸을 잃었던 엄마가 하늘이 준 기회를 얻어 딸을 다시 살려낸다는 내용이다. 아직 딸을 되찾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신의 선물>의 이야기에는 주인공 김수현 외에도 여러 명의 엄마들이 등장하고, 그 엄마들은 아이를 잃은 경험이 있으며, 그들의 아픔이 어떤 식으로든 샛별이 유괴사건과 서로 연결되어 있을 거라는 점이다.

극 초반에 기영규의 엄마 미미가 등장했었다. 자식을 제 손으로 키우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려온 그녀는 한시도 제 자식을 잊지 못한 평범한 엄마였다. 그런데 그녀는 자식을 버린 부녀자들만을 골라서 죽이는 연쇄살인범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만다. 첫 번째 희생자는 아이를 둔 엄마였고, 이것은 샛별이 유괴사건에 관련된 무언가를 암시하는 최초의 사건이 되었다.

기영규를 손주로 키우고 있는 이순녀(정혜선 분)는 기동찬과 기동호의 엄마다. 특히 큰아들 기동호에 대한 애착이 지극하다. 부모에게 모자란 자식은 더욱 아픈 법인데 이순녀에게 기동호가 그렇다. 그녀는 기동호가 살인범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 누구보다 확신하고 있다. 어떻게 해서라도 그의 결백을 증명하고 감옥에서 나오게 해야겠다는 생각뿐이다. 기동호 사건을 처리한 한지훈 집에 들어가 가정부 일을 한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주민아(김진희 분)도 잠시 동안은 한 아이의 엄마였다. 한지훈과 바람을 피우다 그의 아이를 갖게 된 그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유산을 하게 된다. 한지훈과의 다툼으로 아이를 잃어버리게 되었는데, 그녀의 원망은 터무니없게도 한지훈의 아내인 김수현에게 돌아가고 만다. 김수현 앞에서 자해를 해야 할 만큼 주민아 역시 아이를 목숨처럼 여기던 엄마였다.

얼마 전부터는 김수현의 엄마도 등장한다. 김수현은 늘 자신을 고아라고 말하고 다녔지만 그녀의 엄마 장미순(박혜숙 분)은 강릉의 어느 마을에서 버젓이 살고 있었다. 자신을 버린 엄마, 한 번도 찾지 않았던 엄마, 그래서 김수현은 스스로를 고아로 여겼다. 장미순도 사정이 있었다. 떳떳하지 못한 삶을 자식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이었다. 결국 그것은 모녀지간에 오해를 낳게 했고, 시간이 갈수록 깊은 골을 만들어 서로를 멀어지게 했다.

미미, 이순녀, 주민아, 장미순, 그리고 김수현까지. <신의 선물>에는 이렇게 5명의 엄마가 등장한다. 이들의 사연은 제각각 다르다. 그러나 이들 사이에서는 한 가지 공통점이 존재한다. 자식을 잃은 경험이 있거나, 자식과 함께하지 못하거나 해서 사별, 혹은 생이별의 고통을 겪었다는 것이다.

그들이 지니고 있는 모성애 또한 동일하다. 자식과의 이별 앞에서 엄마의 모성애는 세상 그 어떤 힘보다도 막강하다. 이순녀는 기동호의 누명을 벗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도움을 줄 만한 사람에게 애원하고 부탁한다. 주민아는 자식을 잃은 슬픔에 이성까지 잃어버리고 자해를 하는 극단적 선택까지 했다.

특히나 샛별이를 지키려는 김수현의 고군분투는 눈물겹다. 그녀의 삶은 샛별이 살리기 하나에만 맞춰져 있다. 그녀에게 샛별이는 제 목숨만큼, 아니 그보다도 더 소중하고 귀하다. 광적인 집착에 가까운, 맹목적인 희생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는, 뜨겁지만 때로는 위험해 보이는 모성애. <신의 선물>의 이야기는 이 끔찍한 모성애로부터 출발했다. 어쩌면 이야기의 끝에 남겨진 마지막 메시지도 모성애라는 이름 석 자뿐일지도 모른다.

<신의 선물>에 등장하는 엄마들 중 한 명이 범인일 수도 있다. ‘공개수배 이 사람’에 전화를 건 유괴범의 목소리는 얼마든지 변조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이 5명의 엄마들은 그저 사건의 주변인물로만 그쳤으면 싶다. 이기적인 모성애가 비극을 낳는다는 결말은 꽤 놀라운 반전이긴 하나 그리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고 말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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