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드라마의 무덤 같은 한국에서 신의 선물은 어지간하면 좋게 봐주고 싶은 드라마다. 그렇지만 갈수록 칭찬할 구석이 없어지고 불편해지기만 한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기대가 컸던 것이 오히려 독이 된 부분도 없지 않다. 잃어버린 딸을 찾기 위해서 자신을 버리는 모성과 결합된 스릴러라는 장르적 기대감은 흥분에 가까웠다. 그러나 웬걸? 갈수록 속는 느낌에 빠지게 됐다.
신의 선물 홈페이지에 남아있는 기획의도의 끝 문장에는 ‘딸을 살리기 위해 이제 엄마는 전사가 된다’라고 돼있다. 프롤로그의 잔혹동화와는 조금 다른 설명이었지만 그래도 이보영이 열연하는 드라마인 만큼 제대로 불꽃연기를 보겠거니 기대한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물론 아직도 이보영 효과는 유효하다. 그러나 이보영이 연기하고 있는 김수현은 모성도, 전사도 아닌 좌충우돌에 민폐나 겨우 면할 정도의 캐릭터로 전락해버리고 말았다.
협박문자를 보낸 범인에게는 전화를 걸어 아내 수현을 건드리면 모두 죽여 버린다고 하는 인간이 정작 자기 아내를 정신병원에 감금하고 있으니 뭐 하나라도 납득할 수 없다. 이쯤 되면 막장이라고 해야 할 판이다. 한지훈이 결코 좋은 놈이 아닐지라도 아내를 정신병원에 감금할 정도로 막장인생은 아니지 않는가. 이제 종영이 다가오면서 작가가 정신적으로 폭주하는 단면이 그대로 드러난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11회만 해도 그렇다. 범인이 먼저 들어와서 집안을 풍비박산 냈고, 거기에 한지훈의 내연녀가 들어와 복수하려고 기다리는 상황에 샛별이는 엄마손을 놓고 혼자서 집으로 달려 들어간다. 세상에 어떤 엄마가 아무리 집 앞 주차장이라고 해서 이런 상황에서 애 혼자 가게 만들겠나. 결국 샛별이는 혼자 집으로 들어가 기다리고 있던 내연녀에게 인질로 잡히고 만다. 계속해서 이런 식의 반복이다 보니 샛별이는 민폐덩어리가 되고 만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기동찬이 경찰차를 들이박아 김수현을 구해낸다는 상황은 억지의 절정이었다. 기동찬은 아직 김수현이 납치됐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런데도 다짜고짜 경찰차를 들이박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아니 따지자면 이제는 모든 상황, 모든 장면들이 다 억지로만 보일 지경이다. 신이 준 선물은 억지였나. 그렇다고 이제 와서 안 볼 수도 없다. 이보영과 조승우가 나오지 않는가.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