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의 삼진쇼와 슈퍼소닉 이대형의 주루능력이 합작해 만들어낸 승리로 광주 새 구장 챔피언스 필드에 기분 좋은 1승을 기록했지만, 이후 기아는 NC에 연달아 2패를 당하며 공동7위로 내려앉았다. 그래봐야 아직 5경기밖에 치르지 않은 상태라는 점에서 올 시즌 전체를 논하기는 무조건 이른 시점이지만 작년 8위의 기억을 씻지 못하는 기아 팬들에게는 암울한 예감을 갖게 할 수밖에는 없는 결과였다.

기아가 NC를 상대로 내리 2연패를 당한 이유는 매우 단순하다. 못 치고 못 막았기 때문이다. 비록 이틀째에 칠대 칠 동점까지 따라가는 뚝심을 보이기는 했지만 결국 연장승부에서 점수를 내지 못하고 패했으며, 위닝시리즈가 걸린 3일 경기에서는 그나마 브렛 필의 홈런으로 열린 추격의 기세가 3득점으로 이어진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확실히 미국으로 건너간 윤석민과 시범경기 중 타구에 맞아 경기에 나오지 못하는 김진우의 공백이 컸으며, 그런 와중에 제값을 못해주고 있는 기아의 중심타선 이범호와 나지완의 꿀벙어리 방망이가 원망스럽기만 한 상황이다. 이미 떠난 윤석민은 더 이상 언급해봐야 의미 없고, 김진우 역시 부상에서 벗어나기 전까지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또한 이범호와 나지완도 비록 이번 3연전에서는 중심타선이 아니라 중심구멍으로 전락하고 말았지만 시즌 후반에 슬럼프에 빠지는 것보다 차라리 시즌 초반에 겪는 것이 낫다.

그러나 선동렬 감독의 용병술에는 여전히 의문을 갖게 된다. 2일의 승부는 홈 개막전의 승리만큼이나 짜릿했다. 브렛필의 솔로 홈럼으로 촉발된 기아의 추격전은 기아팬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불안한 불펜이지만 어쨌든 임준섭의 강판 이후 NC 타선을 잘 막아냈고, 연장에 돌입했다. 그런데 10회 초에 마무리 투수인 어센시오가 아닌 서재응을 다시 마운드에 올렸고, 결국 이종욱의 결승타을 맞고 무릎을 꿇게 했다.

칠대 칠의 동점 상황에 연장까지 갔다면 절대 경기를 포기할 상황이 아니었다. 게다가 타선도 받쳐주는 상황이었다면 서재응이 아닌 어센시오를 내세웠어야 했다. 어차피 다음날인 3일 경기도 선발로 박경태가 예고된 상황이라 어센시오가 세이브를 위해 등판할 거라 예상키 어려운 상황이었다면 어센시오의 등판은 당연했다. 또한 NC와의 3연전 이후 서울 원정에 나선 기아의 첫 선발이 홀튼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어센시오는 더 더욱 마무리에 나서야 했다.

시범경기 동안은 물방망이 소리를 듣던 브렛필이 타선에서 불을 뿜고 있는 상황이라면 홀튼이 선발로 나선다고 해서 브렛필을 덕아웃에 쉬게 할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어센시오 역시 불안한 감이 없지 않아 NC 타선을 막아냈을 거라 장담할 상황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1승을 버렸으니 팬으로서는 당연히 아쉬움을 가질 수밖에 없다. 선동렬 감독의 용병술과 게임을 읽는 수에 대한 불안한 시선을 갖게 된다. 또한 선발투수가 대량실점을 하도록 방치한 것도 납득할 수 없는 투수운용이다.

3연전 마지막 날의 패배는 일찌감치 정해졌다. 모든 해설자들은 입을 맞춘 듯이 박경태에 대해서 좋은 공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박경태의 문제는 실전에 너무도 약하단 점이다. 내내 높은 볼로 불안한 투구를 보인 박경태는 2회에만 사사구 2개와 홈런 포함 집중 6안타를 맞고 대량실점을 하게 된다. 이후 4회에 교체될 때까지 테임즈의 홈런 포함 4실점을 더하게 됐다. 그리고 박경태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한승혁이 의외의 활약을 보였다.

4회에 교체 출전해서 8회까지 4와 1/3이닝을 무자책점으로 NC 타선을 막아냈다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물론 점수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이라 다소 편한 마음이 들었을 수도 있겠지만 작년에 등판해서 총 19이닝밖에 소화하지 못했던 것을 보면 한승혁의 4이닝 소화는 불펜가뭄에 시달리는 기아에 희소식을 전해준 것이나 다름없다. 젊은 선수들은 간혹 예상치도 못한 활약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아직은 확신하기 힘들지만 적어도 희망의 불씨를 남긴 것만도 작다고 할 수 없으며, 그 희망이 현실이 된다면 기아에게는 올 한 해 가장 큰 수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올해 새로 영입된 용병타자 중에서 가장 얌전(?)한 외모에 조용한 성격인 브렛 필의 불방망이 역시 기아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4경기에 홈런3개와 4할이 넘는 타율은 놀랍기만 하다. 시범경기의 부진은 마치 연기였던 것처럼 공식 경기가 시작하면서 브렛 필의 존재감은 기아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이범호, 나지완의 부진 때문에 더욱 그 존재감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야구란 스포츠가 그러기는 힘들지만 이범호와 나지완까지 타격감을 회복한다면 부족한 기아의 불펜을 타선으로 메꿀 기대를 걸어도 좋을 것만 같다. NC와의 홈 개막전을 위닝시리즈로 가져오지는 못했지만 한승혁과 브렛 필이라는 희망을 발견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안을 삼을 수 있는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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