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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뒤 정규직 시켜주겠다더니 … 20년 째 계약직”[방송사 비정규직 인터뷰] 길홍동 대전MBC 미술감독
송선영 기자 | 승인 2014.04.04 08:24

지난 1995년 11월 방송사에 입사한 이가 있다. 그는 방송사 입사를 위한 시험을 볼 당시만 해도 근로 조건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이후 진행됐던 임원 면접 과정에서야 그는 자신이 계약직으로 입사하게 된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다. 면접 과정에서 임원은 ‘1년 뒤 정규직 전환’을 그에게 약속했고, 그는 입사했다. 하지만 그 사이 약속했던 임원은 방송사를 떠났고, IMF가 닥쳐왔고, 회사는 약속을 미뤘다. 약속했던 1년, 아니 19년이 지난 지금도 그는 여전히 계약직이다. 

   
▲ 대전MBC 사옥 (오마이뉴스)

지난 3월29일 대전광역시 유성구 대전MBC 사옥에서 만난 길홍동씨. 컴퓨터 그래픽과 세트 디자인을  하는 미술감독인 그는 현재 전국언론노동조합 대전MBC 계약직 분회를 이끌고 있다. 계약직 노조 안에는 카메라 기자, 카메라맨, 방송 기술, 미술, 광고사업 등 다양한 직종의 구성원들이 속해 있다. 

대전MBC 계약직 지부에 속한 12명이 하는 업무는 정규직의 업무와 다르지 않다. 정규직과 같은 부서에서 근무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근무표 안에 명시된 교대 근무도 정규직과 함께 한다. 계약직 카메라 기자의 경우도, 일반 정규직 카메라 기자와 똑같이 현장 취재를 나간다. 하지만 이들이 받고 있는 대우는 정규직과는 매우 다르다. 그는 비정규직으로서 가장 서러운 점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내 자식도 반쪽의 꼬리를 달고 가는 건가 생각이 들 때가 있다”는 속내를 털어놨다.

“점점 소외되는 부분이 있다. 내부에서는 그런 게 없는데 계약직 가운데 카메라 기자가 있다. 카메라 기자들의 경우 출입처를 나간다. 출입처에서 만나는 다른 언론사 후배들은 차장 직급을 달아 출입처 내부에서 ‘00 차장님’ ‘00 부장님’ 이렇게 부르지만, (계약직) 카메라 기자에 대해서는 ‘00씨’ 라고 이름을 부른다. 그 쪽이 분명 후배들인데 계약직이기에 그 친구들만큼의 직급이 안 되니 외부 출입처에서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

다른 지역MBC 계열사보다 나은 상황이기도 하지만 가장 서글플 때가 복지기금 이런 것을 받을 때다. 내가 자녀를 고등학교에 보내보니까 학자금이 정규직에 비해 50%만 지원이 된다. 내 자식도 반쪽의 꼬리를 달고 가는 건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비정규직은 부모님 환갑 등 경조금도 50%만 받고, 본인 결혼도 50% 수준이다. 아예 없는 부분도 있다. 조금 서글프다. 내 부모, 자식들 까지도 여기에서는 그냥  계약직들의 자식, 부모로 평가를 받으니 그런 부분이 서글프다.”

길홍동씨가 처음부터 계약직을 목표로 입사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입사 과정, 그것도 임원 면접 과정에서 자신의 근로 조건에 대해 알게 됐다.

“1995년 11월에 입사를 했다. 그때 처음에 미술직으로 입사했는데 컴퓨터 그래픽과 세트 디자인을 동시에 같이 했다. 입사할 당시에 계약직 이었는데 (계약직이라는 것을) 모르고 입사 시험을 봤다.  임원 면접 때 (임원이) ‘정규 공채 과정에서 뽑은 게 아닌 특별 공채다. 기수에 맞지 않기 때문에 1년 정도 계약직으로 하면 일반직 전환시켜주겠다’고 해서 그래서 입사했다.

1년 뒤에 사장이 바뀌었다. 사장이 바뀌고 회사가 IMF를 맞으면서 경영상황이 안 좋아졌다. 그 상황에서 (정규직 전환) 이야기를 했더니 부정적으로 이야기를 하더라. 그 이후부터는 계약직에서 일반직(정규직)이 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내가 그래서 일반직 전환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어 계약직협의회를 조직했다. 그리고 2000년도 즈음 노조를 결성하고 회사와 상견례를 한 번했다. 회사 쪽이랑 하는데 사장이 안 나왔다. 결국 협상은 결렬이 되었고, 그 이후부터는 대화가 아예 없었다.”

   
▲ 길홍동 대전MBC 미술감독 ⓒ미디어스

비록 회사가 인정하지 않은 계약직 노조였지만, 노조 결성 이후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회사 쪽과 공식적으로 협상을 진행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노조가 생기기 전과 비교했을 때 보다 임금 수준이 정규직의 70% 기준까지 올랐다. 이 과정에서 정규직 사원들이 속한 언론노조 대전MBC지부가 중간 도움을 주기도 했다.

대전MBC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계약직들을 해고했고, 계약직 노조의 사무국장을 해고했다. 길홍동씨에 대해서도 2008년 명예퇴직을 권고했다. 명예퇴직을 거부하자 회사는 대기발령을 내고 그를 강제 휴직 처리했다. 10년 넘게 회사를 다닌 그에게 업무 부적응, 실무 능력 부족 등 이유를 달아 휴직시킨 것이다. 결국 지방노동위원회의 도움으로 그는 다시 회사에 복귀할 수 있었다.

김종국 사장 취임 이후 달라진 상황들

부당한 상황에 대한 문제 제기를 했었지만 소송까지는 생각지 않던 이들이었다. 하지만 진주·창원MBC 합병을 주도했던 김종국씨가 대전MBC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다른 지역MBC에 비해 계약직 임금이 상대적으로 높은 부분에 대해 김 사장은 문제를 제기했다. 대전MBC는 이후 계약직과 일반직 호봉이 같은 것을 문제 삼으며 계약직의 경우에는 상대평가 기준으로 상위권 안에 들어야만 한 호봉 올리는 등 계획을 내놨다. 정규직과 다른 기준을 삼았다. 즉 계약직 사원들은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더라도 다른 인사 규정을 만들어 평가하겠다는 취지였다.

결국 계약직 노조원 12명은 지난 2013년 3월22일 당시 김종국 대전MBC 사장을 상대로 임금 관련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007년 비정규직보호법이 시행되었는데도 회사는 정규직에 관한 취업 규칙을 적용하지 않고 있으며, 정규직과 같은 업무를 하고 있는데도 임금과 복지 등 처우에 대해서는 차별을 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소송을 제기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무서움 이런 것은 없었다. MBC라는 조직에는 노동조합이라는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있기에 불법적, 탈법적으로 못 할 거라고 생각을 했다. (MBC라는 조직을) 20년 가까이 봤지만 그렇게 비열하게 하지는 않기에 불안한 부분은 없다. 지금 경영진조차도 굉장히 좋게 이야기하고 지냈던 분들이다. 이로 인해 불이익을 줄 거라고는 생각 안한다. 내부 분위기는 좋다. 일반직 직원들도 와서 많이 걱정을 해주고 간부들도 많이 걱정을 해준다.”

2013년 3월22일 제기한 소송은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1심이 진행 중이다. 당초 지난해 12월 선고가 예정돼 있었으나 미뤄졌고, 이후 2월로 미뤄졌고, 4월 현재까지도 선고 날짜는 확정되지 않았다. 김창옥 현 대전MBC 사장이 2013년 6월 취임했지만 이후에도 상황의 변화는 없다.

그를 비롯한 계약직 사원들은 청춘과 열정을 다 바친 대전MBC의 떳떳한 직원이 되는 게 바람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공영방송 MBC가 다른 이들의 모범이 되고 건강한 일자리를 만드는 회사로 거듭나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진정한 ‘나의 직장’이 되는 것이라고 한다.

길홍동씨는 마지막으로 방송사 내 비정규직 문제를 잘 모르는 대전MBC 시청자들을 향해 “이제부터라도 눈 여겨 봐 달라”는 간곡한 부탁을 했다.

“방송은 협업인 거 같다. 혼자 만들어내는 게 아니다. 화면에 보지 않는 부분에서 일하는 분들이 더 많다. 그런 분들 자체를 계층 나누고 다른 대우를 한다면 그게 시청자를 위한 방송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각자 나름대로 자부심을 갖고 방송 일을 한다. 불합리한 대우 받아가면서도 내가 만든 방송 나가는 것을 보고 자부심을 느끼기에 참기도 한다. 그래서 장기간 참으면서 일을 하는 거고. 일을 하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있으니 이제부터라도 눈 여겨 봐주시면 좋겠다. 우리가 눈으로 보지 못하는 그 안에 (노력하는) 숨은 분들이 있다고 생각만 해주셔도 고맙겠다.”

송선영 기자  sincerely@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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