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선물 팬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과 그림 하나가 무척이나 인상 깊었다. 이 글은 조승우가 말아톤의 초원이에게 신의 선물을 홍보하는 상황을 빌어 드라마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꼬집었다. 초원이는 신의 선물을 보라는 조승우에게 무슨 내용이냐고 묻는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그런데 조승우는 내용 대신 “이보영이랑 조승우 나와”라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분명 초원이의 질문 아니 신의 선물을 보는 모든 시청자의 의문에 대한 바른 대답이 아니다. 그런데 또 이만한 정답이 없다.

물론 어느 정도 음모의 윤곽은 잡혔다고 할 수 있다. 어떻든 10년 전 연쇄살인과 김수현(이보영)의 딸 샛별(김유빈)의 유괴사건에는 상당한 권력층이 연루됐다는 것이다. 거기에 김수현의 남편 한지훈(김태우)과 친구이자 경찰인 현우진(정겨운)마저도 관련됐다. 그래서 결말은 상당히 정의로울 것을 예상할 수 있다. 그 정의는 바로 딸을 살리려는 모성에서 나왔으며 그로 인해 형에 대한 진실을 보려 하지 않았던 기동찬(조승우)이 비로소 10년 전의 진실을 찾게 된다는 나름 해피엔딩이 기대된다.

그러나 이 과정이 흘러가는 모양은 한 단락의 요약처럼 간단치 않다. 특히 9회의 경우에는 작가 자신이 스토리를 이어가는 방향을 잃었는지 장시간의 빗속의 격투신이라든지 조승우가 노래 부르는 장면 등으로 많은 시간을 때우는 편법도 발견할 수 있었다. 해당 장면들은 분명 독립적으로는 보기에도, 듣기에도 좋은 근사한 팬 서비스였음은 부인할 수 없지만 드라마 전개의 속도감에는 맞지 않았다.

그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사실 이런 장면들이라도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한 너무 추리에 몰두해 있는 것보다는 이처럼 액션이나 감성 장면들을 통해 시청자에게 재미와 휴식을 주는 것은 오히려 완성도에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처음부터 쭉 그래왔던 것이 아니라 즐거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낯설었던 것뿐이다.

그런가 하면 10회에는 9회와 달리 아주 사소한 장면들로 꽉 찬 추리 속에서 잠시 숨을 돌리게 해준 또 다른 시도가 있었다. 이번에는 그동안 별 존재감 없이 지내온 제니(한선화)와 이름 모를 단역의 활약이 컸다. 주인공이 아니라 사실 단역이나 다름없는 한선화나 진짜 단역의 눈부신 활약으로 10회 역시 한숨 돌리며 다음 주를 기약할 수 있었다.

10년 전 사건을 되밟아가는 과정에서 나타난 증인을 쫓아가기 위해서 한선화가 나섰다. 그런데 그 사람은 서울외곽의 한 정신병원에 수용 중이었다. 패쇄적인 정신병원에 잠입하기 위해서 조승우는 제니를 환자로 위장시켰다. 그런데 참 놀라운 일이었다. 한선화는 별 연기를 하지 않았는데 조승우가 “제 동생년인데요. 갑자기 돌아버렸어요”하는 거짓말이 거짓말처럼 먹혔다는 것이다. 몇 년 전 예능에서 굳어진 백치 이미지가 제대로 효과를 냈을 것이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참 웃기가 힘들었는데 조승우의 말 뒤로 비쳐지는 한선화의 너무도 자연스러운 모습에 웃음이 터질 수밖에는 없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사진 속의 인물들을 찾기 위해 SNS에 얼굴을 올리자 누군가의 반응이 왔다. 하이디라는 아이디에 여성의 얼굴 일부를 프로필로 올린 인물을 찾아 조승우와 이보영이 집을 추적했다. 이번에 조승우는 꽃배달로 위장했다. 조심스럽게 노크를 하고 문이 살짝 열리는 순간 하마터면 욕이 나올 뻔할 정도의 반전에 웃음이 터졌다.

그 방안으로 들어가서의 짧은 순간까지 단역의 존재감은 눈부셨다. 돼지 멱따는 소리로 노래를 할 때 이보영은 고개를 돌리고, 조승우는 말없이 입을 막는 장면은 절정의 순간이자 10회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수많은 반전이 존재하는 장르 드라마지만 하이디의 등장은 전혀 상상치 못한 신선하고 유쾌한 반전이었다. 신의 선물 10회는 단역의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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