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선물 팬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과 그림 하나가 무척이나 인상 깊었다. 이 글은 조승우가 말아톤의 초원이에게 신의 선물을 홍보하는 상황을 빌어 드라마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꼬집었다. 초원이는 신의 선물을 보라는 조승우에게 무슨 내용이냐고 묻는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그런데 조승우는 내용 대신 “이보영이랑 조승우 나와”라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분명 초원이의 질문 아니 신의 선물을 보는 모든 시청자의 의문에 대한 바른 대답이 아니다. 그런데 또 이만한 정답이 없다.
물론 어느 정도 음모의 윤곽은 잡혔다고 할 수 있다. 어떻든 10년 전 연쇄살인과 김수현(이보영)의 딸 샛별(김유빈)의 유괴사건에는 상당한 권력층이 연루됐다는 것이다. 거기에 김수현의 남편 한지훈(김태우)과 친구이자 경찰인 현우진(정겨운)마저도 관련됐다. 그래서 결말은 상당히 정의로울 것을 예상할 수 있다. 그 정의는 바로 딸을 살리려는 모성에서 나왔으며 그로 인해 형에 대한 진실을 보려 하지 않았던 기동찬(조승우)이 비로소 10년 전의 진실을 찾게 된다는 나름 해피엔딩이 기대된다.
그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사실 이런 장면들이라도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한 너무 추리에 몰두해 있는 것보다는 이처럼 액션이나 감성 장면들을 통해 시청자에게 재미와 휴식을 주는 것은 오히려 완성도에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처음부터 쭉 그래왔던 것이 아니라 즐거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낯설었던 것뿐이다.
10년 전 사건을 되밟아가는 과정에서 나타난 증인을 쫓아가기 위해서 한선화가 나섰다. 그런데 그 사람은 서울외곽의 한 정신병원에 수용 중이었다. 패쇄적인 정신병원에 잠입하기 위해서 조승우는 제니를 환자로 위장시켰다. 그런데 참 놀라운 일이었다. 한선화는 별 연기를 하지 않았는데 조승우가 “제 동생년인데요. 갑자기 돌아버렸어요”하는 거짓말이 거짓말처럼 먹혔다는 것이다. 몇 년 전 예능에서 굳어진 백치 이미지가 제대로 효과를 냈을 것이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참 웃기가 힘들었는데 조승우의 말 뒤로 비쳐지는 한선화의 너무도 자연스러운 모습에 웃음이 터질 수밖에는 없었다.
그 방안으로 들어가서의 짧은 순간까지 단역의 존재감은 눈부셨다. 돼지 멱따는 소리로 노래를 할 때 이보영은 고개를 돌리고, 조승우는 말없이 입을 막는 장면은 절정의 순간이자 10회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수많은 반전이 존재하는 장르 드라마지만 하이디의 등장은 전혀 상상치 못한 신선하고 유쾌한 반전이었다. 신의 선물 10회는 단역의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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