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저녁, 노종면 국민TV 방송제작국장이 '뉴스K' 첫 방송을 앞두고 리허설을 하고 있다. (미디어스)

“질문 하나만 다시 해 보고 가요, 오프닝부터”

1일 밤 8시 15분, 서울 마포구 합정동 웰빙센터 9층에 자리한 국민TV 스튜디오에서 낯익은 얼굴을 만날 수 있었다. 노종면 미디어협동조합 국민TV 방송제작국장은 무척 오랜만에 앵커석에 앉는 것인데도, 그 모습이 전혀 어색해 보이지 않았다. 노종면 국장은 1일 국민TV의 첫 프로그램이자 데일리 뉴스 프로그램인 <뉴스K> 제작을 총괄하면서, <뉴스K>의 앵커도 맡고 있다.

노종면 국장은 능숙하게 앵커 멘트 연습을 한 뒤 김희주 PD와 질문-답변을 맞췄다. <뉴스K>에서 취재와 보도를 맡는 이들은 ‘기자’라는 명칭 대신 ‘뉴스PD’로 불린다. 기존 언론이 가진 출입처 제도를 따르지 않겠다는 의미에서다.

김희주 PD가 취재, 보도하는 첫 번째 리포트는 새누리당의 ‘국회 선진화법 개정 제안’,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 4월 1일 하루 동안 국회에서 있었던 일들을 두루 정리한 ‘종합 리포트’다. 다음은 개국 전부터 <뉴스K>가 집중 보도하겠다고 밝혔던 ‘국정원 간첩조작 사건’이다. 곽보아 PD의 리포트가 두 번째에 배치됐다.

“리포트 됐고요. 그 다음에 또 체크해 볼 게 뭐 있죠? 1인시위 하실 분 오셨나요? 연락은? 9시에 맞춰서 오신다? 라이브 1인 시위 돌려보고, 뉴스 혹 타이틀만 돌리고. 그 다음에 뉴스 리뷰, 뉴스 리뷰가 언제쯤 가야 되죠? 그러니까 언제 들어가라고 콜을 주실 거예요? 1인 시위 풀샷 받았을 때 앉아 있어야 되지 않을까요? … 모든 코너는 갑자기 죽을 수가 있잖아요. 뉴스 틀다가 멈춰버리면 어떡할 거야. 그러니까 최소한 서너 개의 꼭지 전에는 들어가라고 콜을 해 주세요. 우리가 그동안 그것만 연습을 안 해 봤어”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뉴스. 뉴스 제작자와 진행자들이 신경 써야 하는 부분들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모든 것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 수 있다. 어떤 것이라도 변수가 될 수 있다. 그렇기에 거듭 확인해야만 한다. YTN의 간판 앵커로, 또 <돌발영상>을 직접 제작하는 등 뉴스 PD로 활약했던 노종면 국장은 사전에 체크해야 할 사항을 차근차근 꼼꼼하게 짚었다.

“지금 온에어에 뉴스K 안 박혀 있어요. 도장. 그건 띄워놔요. 계속 띄워놔요. 여기 안 뜨는데? 10초 지났는데? 다시 확인해 보세요”

“스튜디오 지금부터 열어두시고…”

“자, 지금 오디오 깨져요 확인해 보세요”

“지금 안내 CG 넣는 거 그렇게 퍽 들어가나? 원래?”

“잠깐 스탑. 잠깐 스탑. 왜 앞부분 이렇게 오디오가 작아? 다시 한 번 플레이 해 봐요. 지금 키운 거 맞아요 이거? 멘트보다 작잖아. 앞에 음악이. 지금 시간 없으니까 이거 내일 오디오 넣은 다음에 저한테 확인 받으세요. 왜 이렇게 오디오에 인색해? 돈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자, 클로징합시다”

8시 30분. 생방송 <뉴스K>의 첫 방송까지 딱 30분이 남은 시점. 스튜디오 밖도 분주하긴 마찬가지였다. 보도국의 뉴스제작인력들은 <뉴스K>의 ‘무사 방송’을 위해 뛰어다니거나 소리를 질렀고, 방송 조정실 안 사람들의 손놀림도 빨라졌다. 조정실 안에는 5명이 상주하며 스튜디오 내부와 세부사항을 조율했고, 이따금 조정실의 ‘부름’에 뉴스PD들이 드나들기도 했다.

▲ 첫 방송을 준비하고 있는 국민TV 보도국 (미디어스)

8시 33분, <뉴스K> 속 1분 코너인 <Live 1인 시위>에 참여할 양효석 씨가 9층 보도국에 도착했다. 스태프는 “이따가 이쪽에 올라가 계시면 돼요”라며 양효석 씨가 서 있을 위치를 잡아준 다음, “9시 정도까지는 9층으로 와 주시면 됩니다”라고 설명했다.

8시 36분, 갑자기 보도국에서 “대박!”하는 탄성이 터졌다. 포털 사이트 다음의 실시간 검색어 2위에 ‘국민TV 뉴스K’라는 이름이 올랐기 때문이다. “다음 실검 2위”, “2위에 올라갔어!”, “빨리 캡처해” 등등 흥분된 목소리로 잠시 보도국 안이 소란해졌다. “조합원들 보고 빨리 네이버에 검색하라고 해”라는 농담이 나오기도 했다.

▲ 1일 밤 국민TV 뉴스K는 다음 실시간 검색어 2위, 국민TV는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6위에 올랐다.

8시 45분. 스튜디오 세팅이 시작됐다. 노종면 국장은 <뉴스K>의 시작을 알리는 오프닝 멘트를 다시 연습했다. “<뉴스K>는 또한 여러분을 향해서도 이런 TV 보도 매체들을 내버려두고서 과연 우리 사회가 따뜻하고 정의로워질 수 있는 것인지, 이들은 스스로 변할 것이라고 미련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습니다”라는 문장 중 ‘내버려두고서’ 부분이 매끄럽게 읽히지 않아, ‘내버려두고서’만 몇 번 발음했다.

8시 58분. 스마트폰으로 <뉴스K>를 시청할 수 있는 팟빵 앱 서버가 다운됐다. “지금 팟빵 안 된대! 진짜 서버 다운된 거야?”, “헐 진짜 안 돼!”, “다른 사람들도 팟빵 안 된대 지금” 등 다급한 목소리들이 오갔다. 누군가 “웹으로 보라 그래, 유튜브!”라고 다른 방법을 내왔다. 혹시나 유튜브도 접속이 불량한 것은 아닐까. “유튜브 플레이 되는지 확인 좀 해 주세요!”라는 말에 이내 “돼요”라는 짧은 답이 돌아왔다. 유튜브는 스튜디오 안 ‘생방송’보다는 조금 느리다. 20초 정도 시간차가 있다.

8시 59분. 1분 남았다. “오 마이 갓! 1분 전이야”라는 비명이 나오고 한 30초쯤 흘렀을까. 방송 조정실 안에서는 벌써 열을 세고 있다. “10초 전! 10, 9, 8, 7, 6, 5, 4, 3, 2, 1!” 40초짜리 오프닝 화면이 끝났다. 정말, 시작이다. “스타트 큐!”

삥 뜯고 웃음 팔아 모은 돈 없지만, “여러분께 절실한 길 닦겠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뉴스K> 앵커 노종면입니다.

2014년 4월 1일 오늘, 미디어협동조합 국민TV가 TV방송의 개국을 알리는 뉴스 프로그램 <뉴스K>를 시작합니다. <뉴스K>는 정권과 유착한 TV 방송들을 향해 과연 권력의 더러운 특혜와 삥 뜯고 웃음 팔아 모은 돈이 없어도 지금처럼 떠들썩하게 방송을 할 수 있겠냐고 묻습니다.

<뉴스K>는 또한 여러분을 향해서도 이런 TV 보도 매체들을 내버려두고서 과연 우리 사회가 따뜻하고 정의로워질 수 있는 것인지, 이들이 스스로 변할 것이라고 미련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습니다.

<뉴스K>가 열어젖히고자 하는 길은 넓고 잘 포장된 대로가 아닙니다. 그저 나와 내 주변 한 사람 두 사람 정도 겨우 지날 수 있는 오솔길 하나 닦고 있을 뿐입니다. 그래도 난파선에 다가오는 작은 구명정처럼 고립된 곳에 구조헬기가 드리우는 줄사다리처럼 여러분께 절실한 길을 닦겠습니다. 이런 작은 길들이 여기 저기 ‘봄풀 돋듯’ 생겨나는 계기가 되겠습니다.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 미디어협동조합 국민TV <뉴스K> 첫 방송 오프닝 멘트

보도국 내에는 총 4개의 TV가 걸려 있다. 왼쪽부터 YTN, MBN, 뉴스Y가 동시에 틀어져 있다. 삐-하는 소리와 함께 대기 중이었던 맨 오른쪽 TV에 <뉴스K>의 화면이 떴다. 물론 유튜브와 팟빵도 온에어 상태였다. 스튜디오에 얼굴을 보이는 사람은 둘이다. 메인 앵커 노종면 국장과 노지민 PD. 화면상에서 노종면 국장 왼편에 앉아 있는 노지민 PD는 그날그날 <뉴스K>가 집중하는 이슈를 다루게 된다.

오프닝 멘트 후에는 역사 SB(Station Break, 방송 프로 중의 짧은 광고나 선전)가 나갔다.

1960년 4월 19일, 당시 언론은 빨갱이 데모라고 했습니다. 지금 우리는 혁명의 역사로 기억합니다. 1980년 5월 18일, 당시 언론은 불순분자의 폭동이라 했습니다. 지금 우리는 독재에 항거한 정의의 역사로 기억합니다. 1987년 6월 10일, 당시 언론은 대학생 가두시위라 했습니다. 지금 우리는 민주주의를 쟁취한 감격의 역사로 기억합니다.

빽 없고 돈 없는 노동자, 서민, 학생들이 스스로 타올라 역사를 만들었습니다. 현실은 다시 타오를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아니, 이미 타오르고 있습니다. 빨갱이를 종북으로, 불순분자를 외부세력으로 언론은 말만 바꾸었을 뿐 '역사'를 부정하고 있습니다.

2014년 4월 1일 국민TV가 개국하는 이유입니다. 국민TV는 역사를 역사로 기록하겠습니다.

다음은 김희주 PD의 첫 리포트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국회 선진화법 개정’ 제안의 의미를 살펴보고,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주로 언급된 의혹과 쟁점을 다뤘다. 김희주 PD는 긴장한 탓인지 첫 멘트에서 ‘여야’를 ‘여나’라고 말하는 작은 실수를 저질렀지만, 4분이 넘는 리포트를 침착하게 소화했다.

9시 9분 경, <뉴스K> 첫 방송의 ‘메인 아이템’이 나왔다. 바로 국정원의 간첩조작 사건이다. 국정원 직원들은 조작 의혹에 대해 극구 부인했지만, 사실 내곡동 국정원 청사에서 조작을 진행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9시 12분. 유튜브로 <뉴스K>를 보는 시청자수가 1500명을 넘겼다. 9시 13분에는 1614명, 9시 14분에는 1711명으로 올랐다. 19분에는 1900명을 돌파했다. 유튜브로 <뉴스K>를 보면서 시청자들은 자신의 SNS 계정을 이용해 실시간 감상을 남길 수 있다. 1시간 동안 <뉴스K> 시청자들끼리 공유하는 거대한 채팅창이 마련되는 것이다.

▲ 국민TV 보도국 안 TV와 유튜브 생방송 모습 (미디어스)

“감격스럽습니다”, “천만이 보는 그날까지 파이팅하세요”, “간만에 뉴스다운 뉴스네요”, “드디어 꿈이 현실이 되었네요 국민TV 축하합니다”, “이제 뉴스 볼 게 있네요”, “나도 조합원, 내 돈으로 만든 뉴스임” 등 <뉴스K>의 첫 방송에 대한 축하인사가 가득했다. “여긴 미국 워싱턴, 감동”, “일본에서도 잘 보입니다” 등 해외 거주 시청자들의 반응, “진짜 공중파 다 죽었다”, “와 이런 거 뉴스도 안 해 주고…”, “MBC, KBS 보고 있나?” 등 기성 방송매체에 대한 비판 등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석희 형 타격 좀 입으시겠다”, “TV론 손석희, 컴으론 국민TV” 등 ‘손석희 뉴스’로 불리는 JTBC <뉴스9>과의 비교도 종종 눈에 띄었다. 이밖에 “화면이 너무 깔끔하네요”, “나이 드신 어른들에 봐야 할 텐데”, “진짜 가성비 쩐다”, “아직 어설픈 데가 있지만 점점 나아지겠죠”, “적은 돈으로 이 정도 때깔 내는 게 기적입니다” 등 <뉴스K>에 대한 자체 평가 코멘트도 많았다.

클로징 멘트 때부터 곳곳에서 안도의 한숨… 환호와 박수로 끝낸 첫 방송

9시 26분, 유튜브 시청자 2001명. 뉴스도 어느덧 중반부에 접어들었다. ‘만우절’을 맞이해 국민TV 조합원들과 <뉴스K> 식구들을 대상으로 한 <영상 인터뷰 길>이 나왔다.

“드디어 국민TV 사옥이 생겼습니다. 여러분께서는 지금 국민TV 사옥에서 전해드리는 역사적인 방송을 함께하고 계십니다”, “여러분 다음주 월요일 <조상운의 뉴스바>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출연합니다. 미리 질문 주세요, 영어로”, “제가 1000만번째 국민TV 조합원이 되었습니다. 상품으로 조선일보 경영권을 위임 받았습니다”, “해고노동자들은 오늘부터 전원 공장으로 복직하게 됐습니다” 등의 의견이 나왔다. 인터뷰가 끝나고 배경으로 깔리는 노래는 쿨의 <진실>. 오늘 나왔던 ‘바람’들은 시간이 흐른 뒤 ‘진실’이 될 수 있을까?

▲ 국민TV 보도국 내 방송 조정실의 모습 (미디어스)

9시 32분, 시청자 수 2104명. 9시 34분, 곧 <Live 1인 시위>가 방송된다. 1분 뒤 국민TV 조합원 양효석 씨는 “의료민영화는 재앙입니다”라는 팻말을 들고 섰다. 9시 40분, 시청자 수 2177명으로 오늘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9시 42분부터는 황준호 뉴스취재팀장과 노종면 국장이 하루의 이슈를 되돌아보는 <뉴스리뷰>가 나갔다.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연설에 대해 맹비난을 쏟아낸 북한과 그에 반발하는 우리나라의 거친 말싸움과 같은 정치외교 문제와 세이브더칠드런의 ‘시리아 긴급 구호 호소’ 등 국제 이슈가 함께 다뤄졌다.

9시 48분. 노종면 국장이 국민TV 라디오 <노종면의 뉴스바>를 진행할 때 먼저 선보인 바 있는 <시사 애너그램 공갈>이 방송됐다. <시사 애너그램 공갈>은 ‘애너그램’이라는 언어학적 개념을 활용, 정치인의 발언을 재조합해 새로운 의미를 만들고 그 안에 풍자를 집어넣는다. 첫 회의 주인공은 박근혜 대통령. 지난달 5일, 청와대 국정평가 종합분야 업무보고 때 박 대통령이 한 말을 교묘히 바꿨다.

“규제개혁 이거는 우리 정부에서 올해는 꿈 속에서 꿈까지 꿀…꿀
정도로 이렇게 생각을 많이 하고 계속 관심을 기울여야 됩니다”

“규제개혁 관심을 많이 올리는 울 각하는 꿈에서 꿈을 속이고
정부도 생까기에 여야정 이렇게 계속 꿀꿀해 서로 우거지 됩니다”

▲ 1일 밤 9시 40분, 생방송 뉴스K 첫 방송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미디어스)

9시 50분 10초. 노종면 국장이 4월 1일 뉴스의 문을 닫는 클로징 멘트를 했다.

“함께 만드는 언론 국민TV의 첫 번째 TV프로그램 뉴스K가 오늘 처음 여러분을 만났습니다. 평일 한 시간씩 겨우 TV방송을 시작하게 된 국민TV지만 여러분들의 관심과 격려, 그리고 참여가 이어진다면 부쩍부쩍 성장하게 될 언론임이 분명합니다. 오늘 첫 순서 여기서 모두 마치겠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노종면 국장이 콜 사인을 받고 클로징 멘트를 할 때부터 보도국에선 탄식이 잇따랐다. 실망의 탄식이 아닌 ‘안도의 한숨’이었다. <뉴스K>에서 나갈 모든 ‘말’이 끝났다. 9시 53분 경. 노종면 국장이 스튜디오에서 나오자 ‘와아’ 하는 커다란 함성과 함께 박수소리가 울려 퍼졌다. 긴장이 풀렸는지 막내 사원은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노종면 국장은 첫 방송을 마쳐 기뻐하는 얼굴들을 보고 “내 이럴 줄 알았어. 조금만 더 안정화시키면 여러분들 마음이 지금보다 더 편해질 거예요”라고 말했다. “오프닝 멘트할 때 매끄럽게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에 당연하다는 듯한 “네~”라는 답이 나와 장내는 웃음바다가 됐다.

“여러분들을 위해서 박수쳐 드릴게요!”라는 노종면 국장의 말에 모두들 힘차게 박수를 쳤다.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뉴스K>의 첫 방송은 끝났다.

▲ 현재 뉴스타파에서 근무 중인 YTN 권석재 해직기자가 국민TV '뉴스K'의 첫 방송을 축하하기 위해 스튜디오에 들른 모습 (미디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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