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친박’ 성향으로 널리 알려진 정치평론가 고성국 씨를 새 시사 프로그램 MC로 기용하는 것을 철회하기로 했다. 고성국 씨가 먼저 MC 자리 고사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 정치평론가 고성국 씨 (사진=MBN 시사스페셜 화면 캡처)

KBS 관계자들에 따르면, KBS는 이번 봄 개편 때 신설되는 시사 프로그램 <시사 진단> MC를 고성국 씨로 선정하기로 한 결정을 철회했다. 28일 저녁, 백운기 시사제작국장은 조일수 KBS기자협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고성국 씨가 부담을 느껴 MC 자리를 고사해, 새로운 진행자를 알아보는 중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성국 씨는 31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KBS에 여쭈어보십시오”라고 짧게 답하고 끊었고, 백운기 시사제작국장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KBS 홍보실의 선재희 홍보부장은 같은 날 통화에서 “원래 MC가 정해져 있지 않았다”고 답했다.

27일 고성국 씨가 MC로 낙점됐다는 소식이 돌았던 것을 감안하면, 사측은 하루 만에 MC 결정을 번복한 셈이 된다. ‘공영방송 KBS에서 특정 정치성향이 강한 고성국 씨를 진행자로 쓰려고 한다’는 내용이 언론 보도를 통해 확산되고, 양대 노조가 공동 투쟁을 하며 강하게 반발하자 고성국 씨가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고성국 씨는 지난해 봄 개편 라디오 MC에서 자진 하차한 데 이어, TV 프로그램 MC 제의도 고사하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당시 고성국 씨 낙점설이 돌았던 1라디오 <생방송 글로벌 대한민국>의 MC는 정용실 아나운서로 대체된 바 있다.

KBS는 오는 7일 개편 시작 전까지 <시사 진단>의 새로운 진행자를 물색해야 해야 하는 상황이다. <KBS TV 부문 봄 편성 설명회>도 당초 1일 오후 2시였다가 3일 저녁 6시로 연기됐다. 고성국 씨 하차로 인한 급박한 일정 조정이 연기 이유냐고 묻자, 선재희 홍보실장은 “개편 설명회 2부 때 새 진행자들이 프로그램 소개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연예인들의 일정에 맞추려다 보니 그때밖에 안 된다고 해 바뀐 것이지 고성국 씨 건과는 관련 없다”고 부인했다.

한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사측이 ‘편성과 관련한 사안은 논의하지 않겠다’며 21일, 27일 각각 공정방송위원회를 무산시킨 것에 대해 대응하기 위해 ‘공방위 개최 가처분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 24일 발행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특보. 고성국 씨의 그동안의 언행과 '친박평론' 관련한 논란 등이 정리돼 있다. (사진=새 노조 특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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