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K팝스타 시즌3>의 TOP 3가 결정됐다. 짜리몽땅이 다소 아쉬운 설정으로 고배를 마신 가운데 결정된 영광스런 주인공들은 버나드박, 샘김, 권진아. 이들은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경쟁을 뚫고 세미파이널 무대로까지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모두가 우승후보감이다. 누가 우승 트로피를 안아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TOP 3에 오른 이들 모두 훌륭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

어제 방송에서 마지막으로 노래를 부른 버나드박은 <K팝스타> 사상 역대 최고 점수인 299점을 받았다. 리차드 막스의 ‘Right Here Waiting’을 원곡자보다 훨씬 감성적인 보컬로 진한 감동을 불러일으켰다는 격찬을 받으며 얻어낸 점수다. 평소보다도 덤덤하게 불렀지만, 가사와 멜로디에 완전하게 젖어든 버나드박의 몰입도는 심사위원들이 299점이라는 점수를 준 것에 대해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어찌 들어보면 좀 텁텁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투박한 음색을 지녔다고 할 수도 있는 버나드박의 목소리다. 가요를 부를 때의 어색한 분위기 역시 그가 풀어야 할 시급한 문제다. 그는 팝송을 부를 때가 멋있다. 이번에도 팝송을 불러 만점에 1점이 모자란 점수를 받아냈는데, 가요를 불렀을 때도 이와 같은 무대를 꾸며야 한다는 것이 앞으로 그가 풀어야 할 숙제다.

샘김의 소울 감성은 미국의 천재 흑인 소년의 선천적 기질과 많이 닮았다. 16살 소년이 기타 하나 달랑 메고 여유로운 미소와 흥겨움으로 자신의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순진하면서도 얄궂게 드러낸다. 기타 연주 스킬이나 보컬 실력이 다른 참가자들에 비해서 모자란 듯 보이기는 하지만, 그는 자신만의 무기를 확실하게 갖추고 있다. 계산하지 않고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의 소울 감성을 천진난만한 미소와 함께 신나게 뽐내는 매력이야말로 그가 지닌 고도의 기술이 아닐까 싶다.

권진아의 노래 실력은 일취월장하고 있는 중이다. 이번에는 자신의 분신이기도 했던 기타를 벗어 던지고 마이크 하나로 승부를 걸어보겠다는 뚝심을 내비쳤다. 그만큼 보컬 실력에 자신감이 붙었다는 증거일 테다. 권진아의 ‘십 년이 지나도’는 박진영의 ‘십 년이 지나도’에 비해서 애절함과 처연함이 조금 더 묻어나는 듯했다.

보컬 실력 하나로만 본다면 권진아를 따라올 이가 없고, TOP 3 중에서 단연 으뜸이다. 그동안 주로 그루브한 감성만을 보여주던 그녀는 팝발라드 곡도 거뜬히 소화해 낼 수 있음을 ‘십 년이 지나도’를 통해 증명해 보였다. 아마도 그녀는 자신이 감추고 있던 수많은 분위기들 중 색다른 하나를 슬쩍 끄집어내 보여줘야 할 타이밍이라는 생각을 했던 듯하다.

그녀의 전략은 100% 성공을 거둔다. 총점 292점으로 버나드박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점수를 심사위원들로부터 받아내고야 만다. 시청자 투표에서도 많은 표를 받아 결국 TOP 3에 진출하게 됐다. 시즌2에서 예선 탈락을 했던 그녀가 시즌3에서는 현재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점쳐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다만 한 가지, 그녀에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지금까지 세 번이나 같은 프로듀서가 참여했거나 작곡한 노래로 도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권진아는 박진영에 대한 오마쥬라고 표현해도 무방할 정도로 그와 연관된 노래들로 무대를 꾸미고 있다. 마치 ‘제발 JYP 소속 가수가 되게 해주세요’라는 구애를 벌이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권진아는 비의 ‘나쁜 남자’를 불러 결선에 올랐고, 선미의 ‘24시간이 모자라’를 불러 찬사를 받았으며, 어제 방송에서는 박진영의 ‘십 년이 지나도’를 불러 TOP 3에 진출했다. 모두 박진영의 손을 거쳐 탄생한 곡들이다. 한 가수가 만든 노래만 계속 불러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없기 때문에 권진아가 잘못한 것도, 프로그램 진행상에도 문제는 전혀 없다.

어쩌면 권진아가 그동안 박진영의 음악세계를 동경해왔을지도 모를 일이고, 그녀에게는 그가 만든 노래를 재해석하는 것이 다른 곡들을 접하는 것보다 수월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게다가 그녀의 기타 반주와 목소리로 재탄생된 박진영의 곡들은 원곡과는 판이하게 다른 매력을 뿜어내면서 심사위원들은 물론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신세계로 안내하는 즐거움을 선사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특정한 뮤지션의 음악만을 골라 도전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K팝스타>는 말 그대로 K팝에서 스타가 될 만한 재목을 선발하는 프로그램이다. 심사위원들은 참가자들의 역량과 가능성을 여러 각도로 살펴보아야 하고, 참가자들은 매 라운드 그 전과는 다른 새로운 음악과 스타일로 자신의 잠재력을 무대 위에서 펼쳐 보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장르, 다양한 뮤지션들의 음악, 다양한 스타일, 다양한 변주의 시도 등이 수반되어야 한다. 잘하든 못하든 간에 참가자들은 이러한 다양한 변화를 겁내지 말아야 하고, 심사위원들은 누가 여러 색깔의 옷을 소화해 낼 수 있는 재목인지, 변화에 맞서 다양한 감성을 끄집어내는 이는 누구인지를 발견해내야 하는 것이다.

권진아의 개인적 취향을 존중해 줘야 할 필요는 있다. 박진영의 노래는 한 번뿐이어야 한다고 못박는 것은 무리다. 그러나 <K팝스타>가 지닌 제작 취지를 생각하고, 오디션 프로그램의 본질을 생각하면 이는 결코 공정한 심사로 가는 방향은 아닐 것이다. <K팝스타>에서 <불후의 명곡 –박진영편>의 느낌을 받아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여기에는 <K팝스타> 심사위원들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참가자들의 부담감과, 심사위원들과 연관된 곡들을 선택했을 때 보이지 않는 어드밴티지의 상호 교류도 존재할 테다. 권진아뿐만 아니라 수많은 참가자들이 JYP나 YG의 음악을 선곡하는 이유가 ‘그냥 좋아서’일 뿐은 아닐 것이다. 유난히 <K팝스타>에서만 거대기획사에서 양산해낸 노래들을 듣게 되는 것이 단순한 우연이라고 보긴 어렵다. 특정 기획사의 오디션을 보는 것 같은 기분, <K팝스타>에서는 느끼고 싶지 않은 씁쓸한 뒷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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