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국빈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현지시각 28일 오전 통일독일의 상징도시인 드레스덴에서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구상'이라는 제목의 기조연설을 통해 한반도 평화통일 기반 마련을 위한 3대 제안을 발표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옛 동독지역의 대표적 종합대학이자 독일 5대 명문 공대의 하나인 드레스덴 공대에서 정치법률분야 명예박사학위를 받으며 행한 기조연설에서 북한에 △이산가족 등 남·북 주민들의 인도적 문제 해결 △남·북 공동번영을 위한 민생 인프라 구축 △남·북 주민 간 동질성 회복 등 3가지 구상을 북한에 제안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독일 국빈방문 마지막 날인 28일 오전(현지시간) 작센주 드레스덴공대를 방문, 교수. 학생등을 대상으로 통일 프로세스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박 대통령은 '인도적 문제의 우선 해결'에 대해 "분단으로 상처받은 이산가족들의 아픔부터 덜어야 한다"며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를 다시 제안하였다. 박 대통령은 분단으로 상처받고 있는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북한 측과 국제적십자위원회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서 박 대통령은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확대하겠다면서 "유엔과 함께 임신부터 2세까지 북한의 산모와 유아에게 영양과 보건을 지원하는 '모자패키지(1,000days) 사업'을 펼치겠다"고 제안했다. 박 대통령은 이 사업을 통해 "북한의 어린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해 한반도의 통일 미래를 함께 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또 박 대통령은 "남북한 공동번영을 위한 민생 인프라를 함께 구축해 나가야 한다"며 상호 신뢰를 쌓기 위한 첫 시발점으로 북한 지역에 농업, 축산, 산림을 함께 개발하는 '복합농촌단지' 조성을 제안했다. 박 대통령은 '복합농촌단지' 조성을 위해 남북한이 힘을 합치자 제안하면서 "한국은 북한 주민들의 편익을 도모하기 위해 교통과 통신 등 가능한 부분의 인프라 건설에 투자하고 북한은 한국에 지하자원 개발을 할 수 있도록 한다면 남북한 모두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은 현재 추진중인 나진·하산 물류사업 등 남북러 협력사업과 함께 신의주 등을 중심으로 남북중 협력사업을 추진하자고 제안하면서 독일과 유럽 NGO, 유엔, 세계은행 등의 관심과 협력도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동질성 회복' 방안에 대해서는 "정치적 목적의 사업과 이벤트성 사업보다는 순수 민간접촉이 꾸준히 확대될 수 있는 역사연구와 보전, 문화예술, 스포츠 교류 등을 장려해나갈 것"이라며 이런 구상의 실현을 위해 '남북교류협력사무소'의 설치를 북측에 제안했다.
남북 주민 간 동질성 회복을 위해서 "순수 민간 접촉이 꾸준히 확대될 수 있는 역사연구와 보전, 문화예술, 스포츠 교류 등을 장려해 나갈 것"이라며 "북한이 원한다면, 국제사회와 함께 경제운용과 경제특구 개발 관련 경험, 금융, 조세 관리, 통계 등에 관한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도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는 "통일 한반도의 성장 동력이 될 미래세대를 가르치고 인재를 키우기 위한 교육프로그램도 공동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남북교류협력사무소' 설치를 제안했다.
박 대통령은 이 밖에 남북한과 유엔이 함께하는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조성 방안을 재차 제안했다. 박 대통령은 "DMZ를 관통하는 유라시아 철길을 연다면, 남북한을 포함하여 아시아와 유럽을 진정한 하나의 대륙으로 연결하는 21세기 실크로드가 될 것이고, 함께 발전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박대통령은 "하나된 한반도를 만들기 위한 이런 노력이 하루 빨리 이루어질 수 있도록 북한은 비핵화로 나아가야 한다"며 북한이 진정성 있는 자세로 6자회담에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이 핵을 버리는 결단을 한다면, 이에 상응하여 북한에게 필요한 국제금융기구 가입 및 국제투자 유치를 우리가 나서서 적극 지원하겠다"며 "필요하다면 주변국 등과 함께 동북아개발은행을 만들어 북한의 경제개발과 주변지역의 경제개발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을 발전시켜 북한의 안보우려도 다룰 수 있는 동북아 다자안보 협의체를 추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은 주변국과 조화롭고, 국제사회로부터 환영받으며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통일을 추진하려 한다"고 국제사회의 협조도 당부했다.
독일은 한국과 함께 2차세계대전 이후 분단된 대표적인 냉전시대의 분단국가로 뽑혔다. 그러면서도 1989년 통일을 이룩한 상징성이 있었기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 뿐만 아니라 역대 대통령은 바로 독일에서 통일 구상을 발표하곤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구상은 지금까지 취임 후 발표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동북아 평화협력구상 등을 망라한 것으로 그 내용 자체는 나무랄 데가 없다. 하지만 최근 북한이 다시 박근혜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한 것에서 보여지듯, 구상을 함께할 주체가 되어야 할 북한과의 관계가 평탄치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제안들이 ‘아름다운 원론’ 이상의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또 대북관계를 포괄하지만 이를 넘어선 외교·안보 구상인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의 지향인 동북아 다자안보 협의체의 경우 사실상 중국을 포위하는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정책인 재균형 전략과 충돌한다는 지적이 있다. 박근혜 정부는 이러한 지적을 임기 초부터 들어왔음에도, 일본과 중국이 대립하고 한국이 일본과 대립하는 이 난맥상에서 어떤 활로가 있을 것인지를 제대로 제시한 바가 없다.
물론 이는 정부 측에 복안이 있다고 함부로 공개할 수 있는 종류의 정책대안은 아니지만, 역사문제에선 중국과 협력하여 일본을 압박하고, 안보문제에선 미·일과 협력하는 지금과 같은 안이한 외교에서 이 딜레마를 넘어설 어떤 방안이 도출될지가 의심스럽다는 것이 박근혜 정부 안보 문제의 핵심이라 봐야 할 것이다.
결국 좀 더 촘촘하게 구조화되기는 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전임 보수정권과 차별성을 가진’ 대북정책은 몇시간 전 발표된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민생정치로서의 새정치’처럼 실효적인 내용은 담지 못한 상황이라 여겨진다.
그래도 박근혜 정부가 야당과 다른 바가 있다면 관료조직의 힘을 빌어 모종의 정책압박을 할 수 있다는 것일테니, 향후 박근혜 정부가 북한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지켜봐야 할 이유는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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