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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핑턴포스트 한국판에 거는 기대[원용진의 미디어 이야기] 적대를 넘어, 새로운 지평에 도전하길
원용진 / 서강대 교수 | 승인 2014.03.28 08:38

한국의 허핑턴 포스트. 누가 하려고 덤벼들까 의문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한겨레 신문이 관심을 가졌고 계약을 맺었을 때 짐짓 놀랐다. 여력이 있는지도 잘 몰랐고, 너무 자잘한 사업을 이것 저것 많이 벌이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업이 시작될 때마다 사업자의 미래를 점쳐주는 일은 사업 컨설턴트들이 할 일이다. 미디어 관련 종사자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사업이 갖는 의미를 찾는 일일 것이다. 미디어 생태계에 새로운 일인지, 저널리즘 전반에 작은 움직임이라도 일으킬 것인지, 시민들은 이로 인해 좀 더 나은 정보를 얻게 될지 등등. 이왕에 보아 왔던 미국판, 일본판을 한데 겹쳐 이야기해보려 한다.

사업의 타당 여부를 점검하는 글들이 제법 있었다.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던 듯하다. 새로운 미디어 지평이 아니라는 게 부정적 의견의 핵이었다. 차이의 요청이었는데 별 차이를 보여주지 못한다는게 중론이었다. 게다가 원고료 문제까지 겹쳐 좋은 출발을 보이지도 못했다. 나로서도 그 점검 글들에 대체로 동의하고 있었다. 원고료 문제도 편집을 맡고 있는 사람들이 좀 더 조심해서 답하고 말하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갖고 있었다. 거기까지가 허핑턴 포스트 한국판이 시작했을 때 주로 나왔던 이야기이고, 그리고 그에 대한 나의 의견이었다.

   
 

종이의 그늘을 벗어난 신문

그런데 나는 한국판의 등장과 관련해 좀 다르게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허핑턴 포스트 미국판을 맨 처음 접했을 때 과거 USA Today가 처음 나왔을 때를 떠올렸다. 당시 Today지의 등장을 놓고 놀리는 말과 놀라는 말이 한데 섞였었다. 모두가 신문이 사양사업이 될 거라고 할 때 Today는 지역 신문이 아닌 전국지를 표방하고 나섰다. 그것도 젊은 독자를 겨냥한다고 밝혔으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신문 사업을 모른다고 놀림이 된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되돌아 보면 놀라움과 놀림 모두 빗나갔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디자인과 타켓팅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누구도 USA Today가 2014년 현재 가장 큰 부수를 발행하는 미국의 대표적 신문이 되리라 짐작하지 못했다. 허핑턴 포스트는 그런 USA Today를 닮아 있다.

Today지를 처음 접할 때 나는 애연가였다. 사물을 담배와 연관시키는데 익숙했다. 가을이 되면 말보로 냄새가 난다는 생각, 날씨가 건조하면 은하수를 피우고 싶다든지... USA Today는 영락없는 박하향나는 셀렘의 꼴을 하고 있었다. 셀렘 냄새나는 신문. 시원한 느낌이 그 신문의 주 컨셉이었다. 1면은 어김없이 텔레비전 화면을 담은 사진을 담는다. 카버 스토리가 아니어도 보기에 좋을 만한 사진을 1면 한 복판에 싣는다. 스포츠 사건이 주로 그 자리를 많이 차지하곤 했다. 텔레비전 세대의 눈길을 끄는 전략 아니었을까 싶다. 텔레비전을 닮은 종이신문.

허핑턴 포스트를 맨 처음 대했을 때, 바로 30여년 전의 그 시간으로 돌아갔다. ‘어 거의 비슷하잖아’ 뭐 그런 느낌이었다. 허핑턴 판을 보면 사진이 기사보다 월등히 많고, 공들여져 만들어져 있다. 기사 배치라기보다는 사진의 시각적 배치로 만들어진 신문임을 직감할 수있다. 이는 시원한 느낌을 주는 USA Today와 닮은 점이지만, 기존의 인터넷 신문과의 차별점이기도 하다 (오마이 뉴스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 생각했다). 허핑턴을 통해 보자면 시각적으로 보아 인터넷 신문들은 종이신문을 더 따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허핑턴의 등장으로 인터넷 신문을 다르게 평가할 눈도 갖게 되었다고 할까.

허핑턴이 종이신문에서 많이 벗어나는 시각적 전략을 사용한 것은 득일까 실일까. 득을 더 많이 가질 거라 짐작해본다. 보기에 좋다는 것처럼 사람들 눈길을 끄는 게 있을까. 그것도 파격적인 시각물의 배치이니 일단은 시각적인 성공을 거두었다고 해도 큰 무리는 아니다. 한국판, 일본판 모두 그런 느낌을 주고 있다. 눈이 시원해질 좋은 사진을 하루에 몇 번에 걸쳐 새롭게 보여주는 것도 어쩌면 좋은 서비스일 수 있다. 지금과 같은 디지털 전자 영상 시대엔 말이다. 그리고 읽을 거리들이 외면 당하는 시절에는 그런 전술이 낚시라기 보다는 새로운 권유방식일 수도 있다. 허핑턴이 이번엔 어떤 사진을 올리려나 하는 것이 요즘 내가 허핑턴을 보는 주요 동기가 되고 있다.

블로그스피어는 약하고, 블로그는 아쉽고

담배 이야기로 말을 다시 꺼내자면 아주 얼마 전에 담배에서 손을 놓았다. 언제 다시 시작할 지 알 순 없으나 현재는 그렇다. 그래서 예전처럼 심각한 것에 집중하는 일은 대체로 피하려 한다. 끽의를 부르지 않으려는 심산이다. 요즘 허핑턴 포스트와 궁합 맞는 나의 모습도 그런데서 오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하긴 셀렘과 같은 느낌에서 심각함을 보탤 일은 아니긴 하다.

그렇다고 늘 가벼운 이야기로만 이 복잡한 세상에서 많은 독자들의 주목을 끌 수 있을까. 한국이나 일본 모두 허핑턴이 나름 자기 동네에서 괜찮고 심각한 신문사(아시히, 한겨레)와 함께 한다는 점에서 그 고민은 참으로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시히 인터넷 판이나 한겨레 인터넷 판이 되어서도 안 되지만 또 그로부터 너무 떨어져도 부담이다. 담배 앞에서 손이 왔다가 갔다가 하는 것처럼이나 결정짓기 어려운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심각한 일을 덜 심각하게 다루며 비켜가지 않기 전략. 그 정도가 허핑턴 버전이 할 수 있을 일인 것 같다. 그래서 유능한 블로거들이 필요한데.....

허핑턴 포스트가 전해준 중요한 화두 하나는 블로그스피어(Blogosphere)다. 한국의 인터넷 습관을 욕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궁금할 뿐이다. 왜 한국은 인터넷 강국이라면서도 블로그스피어로 가면 창피한 수준에 머무는 걸까. 몇 가지 실마리들이 없는 건 아니다. 포털이 블로그스피어를 망쳤다는 생각. 이에는 별로 이의가 없을 듯하다. 정보 중심의 포털이 되지 못한 탓에 한국의 웹 컬쳐도 그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은 듯하다. 그래서 좀 안타깝다.

두 번째로 이의 없이 끌고 갈 수 있는 답 하나는 웹상에서 이기고 지는 토론에 대한 관심이 너무 크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좋은 논리로 설득하는 일은 웹상에서 잘 이뤄지지 않는 한국이다. 그건 웹만이 아니라 전 영역에서 그렇다. 재밌는 토론은 누가 누굴 죽였는가로 평가 받는 것이지, 누가 더 설득적이거나 논리적이었고, 팩트 준비가 많았다로 평가하지 않는다. 꼼꼼한 이야기를 자료를 기반으로 만들어야 하는 블로그가 우리에게 잘 맞지 않는 것은 자명하지 않은가.

블로그스피어가 중요한 자산인 허핑턴 체제지만, 한국이 그 분야에서 약한 판에 과연 허핑턴 포스트 코리아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새로 시작한 일본만 하더라도 기대했던 것보다는 블로거들의 기사가 괜찮다. 그리고 다양하기까지 하다. 일본에서 오마이뉴스가 실패했던 사례를 생각해보면 정착하기가 쉽지 않을 거라는 예상했지만 아직까지는 의외로 괜찮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판에는 타이틀에 아시히 신문과 함께 한다는 슬로건이 붙어 있는데 도움을 많이 받는 탓일까. 오마이뉴스 일본판처럼 직접 참여하는 시민논객은 많지 않았지만 전문가 영역은 여전히 한국보다 나은 모습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시선을 끌 수 있고, 그로 인해 좀더 젊은 층에 어필할 수 있다는 외형적인 면 말고는 아직까지는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진 못한 듯하다. 이제 시작이니 저널리즘과 미디어 지형을 감안해 몇 가지 제안은 해볼 수 있다. 첫째, 기왕 블로그스피어 사정이 좋지 않음을 알게 된 김에 그를 진작시킬 수 있는 생산적인 일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캠페인도 벌이고, 경쟁도 벌이며, 새로운 스피어를 만들 각오로 일을 진행해보는 거다. 숨어 있는 블로거들의 발견 등과 같은 일만큼 지금 한국의 웹 컬쳐에서 소중한 일이 어디 있을까. 선무당들이 춤을 추는 판을 싹 갈아엎을 수 있는 그런 과제, 그런게 바로 새로운 저널리즘적 소명일 수도 있다.

적대를 넘어서보면 어떨까

둘째로 - 앞서 지적한 한국의 저널리즘, 토론 문화와 관련해서 - 허핑턴 포스트 코리아가 새로운 스탠스의 지평을 열었으면 한다. 한국의 토론장, 공론장, 여론장, 저널리즘장 안에는 헤게모니 과정이 없다. 적대 (antagonism)가 생존의 방식으로 작동한다. 모두가 적대로 대치하고 있으니 그 가운데 틈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옮은 말도 그 신문이 했으니 옳지 않을 거야라며 내치는 버릇에 균열을 내보자는 말이다. 어중간한 중간 서기를 해보자는 제안은 아니다. 매체 이름이 아닌 기사로 승부를 보는 그런 작업에 대한 제안이다. 이참에 헤게모닉하다는게 어떤 건지도 공부해두면 좋지 않을까 싶다.

셋째로 해외 판들을 잘 활용했으면 한다. 지난 며칠 동안 일본판에서 ‘뉴스타파’ ‘오마이뉴스’ 등을 올리며 한국 대안 저널리즘 이야기를 하고 있다. 허핑턴이 가장 잘 살릴 수 있는게 비교 기사 아닐까 싶다. 타산지석도 찾고, 좋은 교훈도 찾아 나서기 바란다. 해외 소식 그냥 번역하는 일이 아니라 설명하고, 한국과 비교하고, 생산적 의미를 찾자는 말이다. 그런 기사가 다시 다른 매체에 디먹임치고, 반향을 일으키고 그래서 여론이 만들어지고.... 그렇게 순환되어야 한다.

한국은 유난히 ‘쌈마이’들이 판을 치는 동네다. 지식 생산자들도 알고 보면 ‘떴다방 멤바’들 비슷하다. 4대강이라 하면 우루루가서 한 웅큼씩 먹고, 창조경제하면 또 거기로 가서 베어 먹고를 반복한다. 먹은 후 책임도 없고, 소화도 안 시킨 채 또 먹으러 나선다. 지도자란 자들이 엉성하니 파워 포인트 하나만 들고 깔끔하게 프리젠테이션만 해도 금방 전문가의 반열에 올라간다. ‘쌈마이’가 살아날 조건이 잘 갖춰져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를 제어할 반작용은 별로 없다. 지금 황폐한 이곳이 어쩔 수 없이 시작하는 장소가 되는 수밖에 없다. 시원한 디자인, 헤게모닉한 내용, 남의 이야기를 곁들인 자신의 이야기 등으로 새로 시작해서 새로운 공론장, 저널리즘장, 소통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허핑턴 포스트 코리아가 새로운 지평에 한번 도전해보길 바란다.

원용진 / 서강대 교수  mediaus@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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