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회. JTBC에서 또 한 건 올리나 보다. 종편 드라마 중에서 이렇게 몰입도 있게 본 드라마는 처음인 것 같다. 4회까지 정주행하면서 느낀 점은 고급스럽게 포장한 막창(막장이 아닌) 같은 느낌이었다. 인간의 탐욕스러운 부분을 가장 비싼 포장지로 포장한 느낌의 드라마. 그래서 보기에 좋다. 계속해서 울려 퍼지는 슈베르트의 "네 손을 위한 판타지아"는 마법의 주문처럼 시청자의 귀를 사로잡는다.

아줌마의, 아줌마에 의한, 아줌마를 위한

솔직히 아저씨보다는 아줌마가 더 좋아할만한 드라마다. 김희애와 같은 40대 아줌마들이 공감할만한 이야기. 종편 시청층이 주로 4~50대이고, 드라마는 역시 아줌마들이 소비하는 콘텐츠이기 때문에 밀회는 어떻게 보면 영리한 마케팅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40대 아줌마. 모두가 부러워하는 성공한 커리어우먼. 하지만 자신의 꿈을 펼쳐보지는 못한 채 인생의 고속도로로 들어선 한 여인이 20대 천재 피아니스트를 만나 사랑을 나눈다는 막장보다는 막창 같은 스토리가 밀회이다.

20대 남자와 돈으로 산 사랑을 즐기고 있는 서영우에게 오혜원은 도덕적 윤리를 강조한다. 하지만 오혜원 역시 이선재와 도덕적 윤리를 깨버린 사랑을 나누게 된다. 아내로서의 배신, 사회적인 윤리의 배신을 국경을 초월한다는 사랑을 통해 넘어선다. 서영우의 사랑은 돈으로 샀고, 오혜원의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기 때문에 이 둘은 과연 다른 것일까.

재미있게도 오혜원과 서영우의 환경은 동일하다. 한 남자의 부인이지만 남편은 그저 비즈니스 파트너 정도, 사회적으로 성공했으며 부와 권력을 다 가진듯한 아줌마. 가히 아줌마들의 로망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거기다 유아인 같은 20대 남자를 애인으로 두며 살얼음판의 사랑을 시작하니 그 결말은 마치 이루어질 수 없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처럼 보인다. 거기에 클래식 음악까지 씌워두었으니 밀회에 싱크로되지 않는 아줌마가 이상하게 여겨질 정도이다.

오감을 만족시키려는 밀회

남자는 시각적인 것에, 여성은 청각적인 것에 더 예민하다고 한다. 밀회는 아예 소재가 피아노이다. 피아노 선율이 끊이지 않고, 슈베르트의 "네 손을 위한 판타지아"는 한 회에도 수없이 나온다. 특히 이 곡은 마지막 회까지 계속 울려 퍼질 것으로 생각된다. 이미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이 곡에 밀회는 메시지를 담았다. 발가벗은 듯한 욕망을 말이다.

나천재와 막귀와의 채팅에서는 아예 대놓고 "절정"을 느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즉, 슈베르트의 "네 손을 위한 판타지아"는 40대 아줌마와 20대 청년의 관계를 의미한다. 그 곡이 나올 때마다 그 둘은 교감하고 있는 것이고, 뭔가 고차원적으로 표현하려 했지만 그저 포장일 뿐 욕망의 표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시각적인 것은 물론 청각적인 것까지 자극함으로 드라마 속으로 몰입시킨다. 이제 아줌마들은 조건반사처럼 슈베르트의 "네 손을 위한 판타지아"를 들으면 20대와의 판타지적인 사랑을 떠올리게 되지 않을까 싶다.

JTBC의 정주행

KBS의 PD들은 대부분 tvN으로 가고, MBC의 PD들은 대부분 JTBC로 간다고 하더니만 JTBC에서 역시 또 하나를 터트렸다. 썰전과 마녀사냥에 이은 또 하나의 화제작이 탄생한 것이다. 연출을 맡은 안판석 PD와 정성주 작가는 이미 MBC에서 여러 드라마를 통해 검증을 받았고, JTBC에서도 김희애와 함께 아내의 자격으로 검증을 받은 바 있다. 종편에서 4%대의 시청률을 냈다는 것 자체로 이미 시청률에 있어서도 웬만한 드라마보다는 낫다는 게 검증됐다.

종편 프로그램 보기는 불편하다. 다시보기도 회당 지불을 해야 하고, 채널 또한 뒤에 있기에 지상파와는 비교할 수 없다. 그럼에도 3%대의 시청률이 나왔다는 것은 JTBC로서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까 싶다. 응답하라에 이어 밀회까지 비지상파 채널에서 계속 연타를 날리고 있는 상황은 지상파에도 자극을 줄 것으로 생각된다.

유아인의 허세를 대사 속에 녹일 정도로 여유를 보이는 밀회.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기대된다. 또한 얼마나 많은 아줌마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인지, 클래식이라는 다소 고리타분할 수 있는 소재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살릴 것인지도 궁금하다. 무엇보다 절대 동안 김희애와 연기 절정인 유아인의 로맨스가 어떻게 그려질지가 가장 기대된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tvexciting.com 운영하고 있다. 바보상자 TV 속에서 창조적 가치를 찾아내고 픈 욕심이 있다. TV의 가치를 찾아라! TV익사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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