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선물에서 이미 용의자는 범인이 아니라는 법칙이 드러났다. 강성진으로 시작된 이보영 주변의 수상한 인물들은 반드시 잡아야 할 흉악범이기는 했지만, 샛별이를 납치한 진범은 아니었다. 이보영이 직접 집에 잠입해 찾아낸 문방구 주인도 혀를 내두르게 하는 사이코패스에 가까운 변태였지만 역시나 범인은 아니었다. 그러자 다시 용의자 릴레이 바통을 이어받은 용의자가 등장했다.

사실 새롭다고 하기는 살짝 어려운 점이 없지 않다. 애초 유괴사건이 일어났을 때에 샛별이를 마지막으로 본 인물이기 때문에 엄격히 따지면 가장 유력한 용의자였으나 무수한 떡밥들 속에 살짝 묻혔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보영의 후배작가는 진작부터 김태우와의 불륜관계를 시청자로부터 의심받고 있기도 했다. 그러나 문방구 주인을 쫓는 과정에서 김태우의 불륜사실을 알게 되는 것은 좀 과한 우연의 개입이었다.

어쨌든 이번에도 진범을 확신하기는 어렵다. 너무 이른 시점에 등장하는 용의자는 진범이 아니라는 규칙성이 드러난 것이 무엇보다 큰 이유지만 그보다 더 큰 것은 그 후배작가 역시 아기를 가졌다는 점에서 범인으로 지목하기는 꺼려진다. 이 드라마가 죽은 딸을 살려내는 모성이라는 대주제를 이미 밝힌 바 있기 때문에라도 후배작가는 용의선상에서 제외시켜야 할 것이다.

그보다는 샛별이를 오토바이에 태우고 김태우와 후배작가의 불륜 사진을 주고 간 헬멧 쓴 남자가 더 의심스럽다. 아직 이 남자에 대한 정보는 너무 적어서 그도 또 하나의 빗나간 용의자일지 아니면 진범일지 추측하기는 어렵지만 가급적이면 진범이기를 바란다. 계속되는 용의자 릴레이의 반복에 서서히 지쳐가기 때문이다.

물론 작가로서 초반에 뿌려놓은 떡밥들을 회수해야 하는 의무감을 보이는 것은 긍정적이라 할 수 있겠지만 그것들이 이처럼 연관성을 갖지 못한다면 기껏 추리에 몰입했던 시청자들에게 허탈감을 줄 수 있다. 또한 중요한 것은 이처럼 순환되는 용의자 추리기에 애초에 기대감을 부풀렸던 모성의 이야기는 뒷전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신이 준 14일의 선물은 범인을 잡는다는 것보다 딸을 살려내기 위한 한 엄마의 처절한 사랑이 주제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줄곧 이보영과 조승우가 함께하고 있지만 갈수록 조승우의 존재감이 커지는 반면 이보영은 의욕만 앞선 엄마 탐정의 모습으로 존재감이 작아지고 있다. 물론 그 자체가 불만일 수는 없지만 그래서는 애초에 약속된 모성의 감동으로 발전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아쉬움이자 아직 남은 회차가 많은 시점에서의 기대라고 할 수 있다.

그런 한편 조승우의 캐릭터는 주춤거림 없이 꾸준히 성장해가는 것은 든든하다. 처음에는 드라마의 주제 자체가 모성이라서 조승우의 존재감이 억제될 것을 예상했지만 결과는 반대로 진행되어가고 있다. 어린이 납치와 사망이라는 무거운 소재의 드라마에서 가벼우면서도 진지한 기동찬의 캐릭터를 잘 꾸려가고 있는 것은 신의 선물로서는 다행한 일이다. 지금 상황으로서는 기동찬의 독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반전의 무게도 더욱 커지고 있다. 과연 기동찬이 마지막에 반전의 잭팟을 터뜨릴 것에 대한 가능성을 놓지 말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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