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모두가 '본방'을 사수하던 시절은 지나갔다. TV를 보는 방법은 TV를 볼 수 있는 방법만큼이나 다양해졌다. 예능의 전장이라고 할 주말이 지나고 나면 수십, 수백개의 기사들이 쏟아지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주말, 모두가 그 방송을 볼 순 없지만 모두가 그 방송을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스>가 앞으로 주말 TV에 '포커스 온'한다. 이미 지나간 것들의 '엑기스'를 뽑아, 아직 그것을 확인하지 못한 당신에게 전한다.

어느 날, 이름도 삶도 송두리째 빼앗긴 사람들. 27년이 지났어도 끝내 밝혀지지 않은 형제복지원의 이면을 추적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22일 방송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그것이 알고싶다> 공식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는 시청자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으며, 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들도 논평을 내어 제작진을 향한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과거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부랑인 수용을 이유로 거리에서 발견한 무연고 장애인, 고아 뿐 아니라 연고가 있는 정상인까지 불법으로 끌고 가 불법 감금하고 강제 노역과 구타, 학대, 암매장을 한 인권유린사건이다. 해당 진실이 알려지게 된 데에는 형제복지원에서 끔찍한 고통을 당했던 생존자들의 노력도 크게 작용했지만, 이 사건이 전 사회적 관심을 받게 된 데에는 <뉴스타파> <그것이 알고 싶다> 등 언론들의 보도가 큰 영향을 줬다.

▲ 2014년 3월22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 (SBS)
22일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을 통해 드러난 형제복지원의 진실은 추악했다. 하루 아침에 이름도, 삶도 송두리 째 빼앗긴 사람들은 잔인한 폭력을 당하면서도 폭력 앞에서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엄마를 만나기 위해 기차를 탔던 어린 남매는 집에 데려다 주겠다는 낯선 남자의 손에 끌려 정체모를 트럭에 올랐다. 그 트럭 안에는 학교에서 공부를 마치고 밤늦게 귀가하던 중학생도 있었고, 20대의 젊은이도 있었다. 이들 역시 아무 영문도 모른 채 납치되다시피 트럭에 태워졌다. 이들의 트럭이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인 건물 안에 들어서는 순간, 이들의 비극은 시작됐다.

형제복지원에 수용됐던 피해자들은 당시 상황을 담담하게 진술했다. “죽을때까지 패요” “장난감이었지 사람으로 생각 안했던 거 같아요” 등 공포 영화에서 있을 법한 일들이 실제 대한민국에서 있었던 ‘실화’였다고 이들은 진술했다. 이 뿐 아니다. 어른과 아이 구분 없이 무자비한 구타 및 성폭행이 가해졌고, 부상을 입어도 제대로 된 치료는 받을 수 없었다. 한 피해자는 수용소 안에 있던 생쥐를 산 채로 먹어버렸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제대로 먹을 수조차 없는 영양실조 상태에서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중노동을 했기 때문이었다.

형제복지원의 추악한 진실

형제복지원은 지난 1975년 부산시와 부랑인일시보호사업 위탁계약을 맺어 국가보조금을 지원받으며 약 3천여명의 부랑인을 수용했던 전국 최대 규모의 ‘사회복지기관’이었다. 하지만 우연히 수용자들을 목격한 한 검사의 수사를 계기로 12년의 운영기간 동안 무려 513명이 사망한 사실이 밝혀졌고, 수용자들에 대한 폭행과 감금 혐의와 함께 수십 억 원에 달하는 외화가 복지원 내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하지만 원장 박씨는 7번의 재판 끝에 업무상 횡령, 초지법 위반, 외환관리법 위반에 대해서만 유죄가 인정돼 2년6개월 형을 받았다. 이에 대해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는 윗선으로부터 수사 철수 명령이 있었고, 부산 시장이 직접 전화를 해 ‘형제복지원 원장을 석방해야 한다. 큰일 난다’고 말하는 등 외압이 있었다는 사실을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에게 밝혔다.

형제복지원은 1987년 폐쇄됐지만 원장인 박씨 일가는 ‘형제복지지원재단’으로 법인 명칭을 바꾸고 여전히 복지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상황도 방송에서 드러났다. 또, 지난 2005년 재단이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118억 원을 불법 대출 받은 사실이 부산시의 감사를 통해 드러나기도 했다.

▲ 2014년 3월22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
형제복지원의 추악한 이면을 다룬 언론 보도는 사실 <그것이 알고 싶다>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3월 <뉴스파타>는 형제복지원 사건을 주요하게 보도한 바 있다. 당시<뉴스타파> 취재진을 향해 욕설을 퍼부으며 “우리 아버지는 인권이 없냐”고 목소리를 높이던 원장 박씨 아들의 모습은 <뉴스타파>의 자료 제공 덕분에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23일 밤 현재 <그것이 알고 싶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해당 방송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제작진을 향한 감사의 글에서부터 응원한다는 글까지, 시청자들은 형제복지원의 추악한 이면을 방송을 통해 확인할 수 있게 된 데에 고마움을 표하고 나섰다. 또, 당시 원장 뿐 아니라 경찰 관계자, 부산시장 등 사건과 관련이 있는 이들에 대한 재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와 함께 한 시청자는 “무슨 영화도 아니고 그것이 알고 싶다 보다가 울긴 처음”이라며 한 번만 방송할 것이 아니라 세세히 취재해서 다시 방송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날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에 대해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모임은 23일 논평을 내어 “형제복지원 인권 유린 사건 진상 규명이 되길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취재해 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한 번 머리 숙여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이 우리나라에서 영향력이 있는 시사 프로그램이라는 것은 전 국민이 다 알고 있다”면서 “부디 이렇게 끝을 맺지 마시고 대대적인 진상규명이 될 수 있게 앞으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국가가 앞장서서 할 수 있게 만들어 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해 11월22일 공식 출범한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지난 3월1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건을 축소시켰던 여러 가지 상황과 국가 정책에 대해 조사해달라며 특별법 제정을 청원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김용익·진선미의원 등 여야 의원들은 24일 ‘형제복지원 피해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자 생활지원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발의한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