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가 뉴스면을 제외한 22일치 토요판 지면 전체를 ‘간첩조작 특별판’으로 제작해 화제가 되고 있다. 한겨레는 지난 2008년 ‘한국판 마타하리’ ‘미녀간첩’, ‘성 로비’ 등 원색적인 표현으로 보수 언론의 집중 포화를 받았던 탈북 여간첩 원정화씨를 집중 인터뷰했다. 또, 국가기관이 조작해왔던 간 사건의 역사를 되짚는가 하면 최근 발표된 간첩 사건의 진실 여부에 대해서도 살폈다.

22일치 한겨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원정화씨 인터뷰이다. 앞서 지난 2008년 8월 검찰은 “원정화시가 위장 탈북자로 남한에 잡입해 군 장교 등에게 접근해 남한 군정보와 탈북자 정도 등을 북에 넘기는 간첩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검찰의 이 같은 발표가 있은 뒤, 조중동 등 보수 언론들은 일제히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며 원정화의 인생, 미모 등 그를 둘러싼 모든 것들에 대해 사실상 소설에 가까운 기사를 쏟아냈다.

▲ 한겨레 2014년 3월22일 1면
지난 2008년 8월 당시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가 쏟아낸 원정화 관련 기사의 제목은 다음과 같다.

<위장탈북 女간첩 검거-북 공작원 원정화, 군장교 등 사귀며 기밀 빼내> <‘탈북 위장한 간첩’ 첫 적발 충격-‘한국판 마타하라’…장교들 포섭, 정보요원 암살 노렸다>, <女간첩 원정화는 누구> <원정화 붙잡기까지> - 조선

<30대 미모 여간첩 장교 4명 ‘성포섭’-탈북 위장…군사기밀 북으로 빼내> <군부대 맘껏 활보…장병에 북 찬양 강연 52회> <원정화 “난 북한 보위부 소속이다” 중위 알고도 신고 안해…“사랑했다”> - 중앙

<위장탈북 30대 女간첩 검거> <장교들에 性(성)미끼로 軍(군)기밀 수집 ‘한국판 마타하리’> <동거 20대 장교 “간첩인줄 알았지만…”-사랑에 속은 ‘원씨의 남자들’> <“장교가 여간첩에 놀아나…” 당혹한 軍> - 동아

하지만 6년이 지난 2014년, 원정화씨는 최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검사의 회유와 압박을 견디지 못해 아버지도 북한 보위부 남파 간첩이라고 거짓으로 자백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를 북한 보위부 남파 간첩으로 지목한 데 대해 검찰에서 조사받을 때 검사가 아버지까지 감옥에 가야 내가 형을 적게 받는다고 말해 어쩔 수 없었다. 조사실에서 매번 술을 먹었고 취한 상태에서 진술조서에 지장을 찍었다”며 당시 검찰의 압박으로 인해 억지 자백을 했다고 주장했다.

▲ 한겨레 2014년 3월22일치 5면
이날 한겨레 지면에서 눈에 띄는 또 하나는 ‘청소년을 위한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이다. 유우성씨 간첩 조작 사건의 변호를 맡은 김용민 변호사가 직접 청소년들에게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이 어떻게 조작되었으며, 유우성이 누구인지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많은 청소년 여러분도 유우성이라는 이름을 한번쯤 들어봤을 겁니다. 최근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서울시 간첩사건’의 주인공. 그 유우성 말입니다. 도대체 유우성은 누구이길래 이런 엄청난 사건에 휘말리게 됐을까요. 아니 그는 정말 간첩이 맞는 걸까요. 저는 이 글에서 유우성이 누구인지, 그가 어떻게 간첩 조작사건의 중심에 서게 됐는지 여러분과 함께 찬찬히 짚어보려 합니다.”

또, ‘간첩사건 전문 변호사’ 장경욱 변호사 인터뷰도 이날 한겨레 지면에서 만날 수 있다.

장경욱변호사는 2006년 일심회 간첩단사건, 2011년 왕재산 사건과 2013년 이석기 내란음모사건 변호를 맡은 데 이어 이번에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피고인 유우성의 변호를 맡고 있다. 그는 왜 남들이 꺼리는 간첩사건, 공안사건을 줄줄이 맡아왔는지에 대한 속내가 인터뷰에 담겨있다.

한겨레는 이 밖에도 국가정보원이 운영하는 중앙합동신문센터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언론·검찰·법원의 팀플레이를 통해 간첩 사건이 어떻게 조작되는지 그 행태를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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