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신의 선물> 보기가 두렵다. 이번에는 또 어떤 경악할 만한 진실로 충격에 빠뜨릴 지 알 수가 없어서다. 어제 방송된 6회도 그러했다. 마치 그동안의 사건을 종합해 보며 나름 심각하게 유추해내던 추리력을 조롱하는 것 같았다.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결과들이 시청자들을 기다리고 있었고, 그것은 허탈감과 상실감을 안겨주기까지 했다.

차봉섭(강성진 분)이 죽인 미미가 기영규(바로 분)의 엄마였다니. 어릴 적 학대받았거나 버림을 당한 기억이 잠재된 분노를 키우고, 그 분노로 인해 살인 충동을 일으키는 연쇄살인범의 유형은 잔인한 하드코어 공포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터라, 그리 놀랄 만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차봉섭이 죽인 세 명의 부녀자 가운데 한 명을 기영규의 친모로 엮는 설정은 어안이 벙벙할 만큼 아찔한 뒤통수 치기였다.

이로써 기영규도 의심이 된다. 샛별(김유빈 분)이를 유괴하고 살인하려 했던 용의자로 말이다. 왜 하필이면 차봉섭은 기영규의 엄마를 마지막 타겟으로 삼았던 것일까? 그것도 엄마에 대한 원망은 단 한 번도 입 밖으로 꺼내본 적이 없는 그인데, 왜 굳이 그의 엄마를 힘들게 찾아 죽이려 했었을까? 어쩌면 이것은 기영규를 용의자로 지목하는 일종의 암시일지도 모른다.

차봉섭이 죽은 것으로 모든 것이 끝날 리가 없다. 아직 사건 11일 전이라,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만큼의 사건들과 그 속에 담긴 진실이 펼쳐지게 될 시간들은 충분하다. 그것들 중 하나에는 차봉섭이 김수현(이보영 분)에게 말하려 했던 비밀도 분명히 있으리라. 김수현과 기동찬(조승우 분)이 파헤쳐야 할 진실은 여전히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김수현과 기동찬은 차봉섭을 죽인 의문의 오토바이 레이서를 추적한 끝에 차봉섭의 배후에 또 다른 인물이 있었음을 알게 된다. 차봉섭과 살인행각을 벌였던 공범, 아니 어쩌면 그것과는 상관없이 단독으로 샛별이를 유괴한 범인. 두 번째 살인 용의자로 문구점 주인 장문수(오태경 분)가 지목됐다.

그가 샛별이를 죽인 용의자 선상에 놓이게 된 결정적인 증거는 팔에 있는 문신이었다. 차봉섭이 탄 경찰차를 들이 받은 승합차가 톨게이트를 빠져나가면서 통행료를 지불하기 위해 운전수가 내민 팔에 그려진 문신, 그것은 샛별이가 죽기 전 창고에서 그린 그림이 확실했다. 따라서 승합차 운전수가 샛별이 살인 용의자로 지목될 수밖에 없다.

장문수의 집에 몰래 들어가 수색에 나선 김수현은 경악을 금치 못한다. 소름 끼칠 정도로 무시무시한 것들을 직접 목격했기 때문이다. 뻐꾸기시계 안에 들어있던 샛별이의 시계, 거기다가 안쪽에 자리잡고 있던 방의 한쪽 벽은 온통 샛별이의 사진으로 도배가 되어있다. 샛별이가 변사체로 발견됐을 당시 입에 붙어있던 초록색 테이프와 밧줄도 어지러이 널려 있다. 이것만으로도 장문수가 샛별이를 납치하고 죽였다는 증거는 충분하다.

그런데 과연 장문수가 범인일까? 정말로 그가 샛별이를 납치하고 죽인 것이 분명할까? 어쩌면 이 장면은 <신의 선물> 제작진이 던진 속임수 중 하나일지 모른다. 이렇게 호락호락 진범이 밝혀질 리가 없다. 지금까지 숱한 트릭을 써온 <신의 선물>이다. 이 또한 그저 제작진이 파놓은 수많은 함정 중 하나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일단 장문수의 팔에 문신이 새겨져 있는지 밝혀내질 못했다. 김수현이 들어간 집이 장문수의 집인지도 아직은 명확하지 않다. 김수현이 입을 틀어막고 숨죽이고 있던 방이 샛별이를 죽인, 엄밀하게 말하면 샛별이의 죽음과 연관 있는 자의 장소인 것만은 확실하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장담할 수가 없다. 아니 장문수는 그저 제 2의 차봉섭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를 샛별이를 죽인 진범으로 여기지 않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신의 선물>은 스릴러 장르의 미드 형식을 띤다. 스릴러 미드의 특징은 이렇다. 한 회, 한 회 새로운 용의자가 나타나지만 번번이 그들은 진범을 가장한 지나가는 인물일 뿐이다. 그들은 그저 하나의 에피소드를 완성시키는 데 필요한 가짜 주인공들에 불과하다. 진범은 가장 마지막 회에 등장하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인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금 <신의 선물>은 이와 같은 방식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있으며, 시청자들과의 게임을 즐기고 있는 중이다.

때때로 혹시 이 사람인가, 저 사람인가 하는 의구심을 품게 만드는 트릭을 사용하기도 한다. 아무리 봐도 도무지 감을 잡지 못할 정도의 난해한 작품이라면 지루함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며, 이로 인해 시청자들은 금세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야 말 테니까. 그래서 김수현의 남편 한지훈(김태우 분)의 표정에 묘한 기운을 감돌게 한다. 마치 그가 진범일지 모른단 생각이 들게. 하지만 그를 진범으로 몰고 가는 면면들은 작위적이다. 다시 언급하지만 <신의 선물>의 두뇌 회전은 예상 이상으로 천재적이고 치밀하다. 이렇게 쉽고 허술하게 진범을 노출할 리가 없다.

16부작 중에 이제 겨우 6회가 끝났다. <신의 선물>이 가야 할 길은 아직도 멀고, 김수현과 기동찬은 수십 개의 수수께끼 중에 한두 개만을 풀었을 뿐이다. 제3, 제4의 용의자가 매 회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몇 번이나 함정에 빠졌다가 다시 스스로 빠져 나오기도 해야 할 테다. 그래도 진범은 마지막을 위해 숨을 죽이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진짜 범인은 아직 그림자조차 내비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신의 선물>의 모든 사건들은 제각각 따로 노는 법이 없다. 꼬여있기는 해도, 이들은 실타래처럼 서로 얽히고설키어 있다. 회를 거듭하면서 일부러 보여주는 복선이나 암시 등에 현혹되다 보면, 괜스레 애먼 인물을 의심하다 헛다리를 짚게 될 수도 있다. 그보다는 샛별이가 죽기 전이었던 1회와 2회를 다시 보기 하는 것이 진범을 찾는 데 훨씬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제 타임워프는 시청자들에게도 필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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