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검찰이 쌍용자동차 회계조작 의혹 관련자 전원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결정한 가운데 금융감독원과 법원에 제출된 쌍용자동차 회계감사조서가 몇 가지 다른 버전으로 변조되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19일 오전 10시 30분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 민변노동위원회, 금속노조 법률원, 투기자본감시센터, 쌍용자동차범국민비대위 등은 정동 프론체스코 성당 2층 교육회관에서 ‘쌍용차 회계감사조서 변조 사건 진상 규명 및 수사 촉구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러한 주장을 제기했다.

요약하자면 안진회계법인이 법원 소송과 금감원 감리 시 제출한 감사조서가 제각각이란 것이다. 해고무효 확인 소송 1심에서 제출한 감사조서 ‘#5690’이 존재하는데, 금감원 감리를 받는 과정에서 금감원이 ‘#5690’이 충분하지 않다고 하자 ‘#5690-1’을 재출했고, 금감원이 이것들도 충분하지 않다고 하자 ‘#5691’을 제출했으며, 해고무효 확인 소송 2심에선 ‘#5691’과 ‘#5690-1’을 함께 제출했다는 것이다. 이름이 다른 이 문서들은 각각 양립할 수 없는 다른 자료를 담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는 ‘#5690-1’조서의 경우 같은 이름임에도 금감원에 제출한 조서와 법원에 제출한 조서가 숫자가 불일치한다.
쌍용자동차는 2009년 4월 7일 2646명 노동자에 대한 정리해고를 발표했다. 정리해고의 근거는 2008년 안진회계법인이 담당한 쌍용자동차 회계감사조서였다. 회계감사 조서는 쌍용자동차의 유형자산 손상차손이 5177억원이며 순매각가액이 2814억이므로 해고가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한국감정평가원에서 2009년 2월에 쌍용자동차를 평가한 순매각가치는 6721억원이었기에 손실을 강조하고 가치를 낮춰서 해고의 필요성을 끼워맞춘 보고서란 의혹이 제기되어 왔다.
▲ 19일 오전 10시 30분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 민변노동위원회, 금속노조 법률원, 투기자본감시센터, 쌍용자동차범국민비대위 등은 정동 프론체스코 성당 2층 교육회관에서 ‘쌍용차 회계감사조서 변조 사건 진상 규명 및 수사 촉구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왼쪽부터 권영국 변호사, 양형근 쌍용차지부 조직실장, 장석우 변호사, 김경윤 회계사. ⓒ미디어스
기자간담회에서 제공된 자료가 옳다면, 결론적으로 말해 2646명의 노동자를 해고시키고 지금까지 24명의 죽음을 유발한 참극의 근거가 된 보고서 자료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기자회견문은 “동일한 회사의 동일한 유형자산에 대하여 손상차손이 계상되었다면 당연히 1개의 유형자산 손상차선 감사조서와 1개의 순매각가액산정 감사조서가 존재해야 한다. 그러나 앞서 보았듯이 조서의 내용 기준으로 3건의 조서(손상차손 조서 2건, 순매각가액 조서 1건)가 존재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일부 조서는 변조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한다.
변조사건 핵심 사안에 대한 법률적 의견을 설명한 장석우 변호사는 “회계사들은 대체로 엑셀로 작업하는데, (엑셀로라도 작업했다면) 이런 결과가 나올 수가 없다”고 개탄했다. 회계사의 입장에서 감사조서를 평가한 김경율 회계사는 “문제는 어떤 감사조서도 감사보고서 상의 (유형자산 손상차손) 5177억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안진회계법인이 금감원과 2심법원에 제출한 두 개의 감사조서, 재판과정에서 재무제표 감정을 맡은 서울대 경영학부 최종학 교수가 제출한 1,2차 감정보고서의 숫자가 제각각인데, 심지어 이중 어느 것도 ‘5177억’이란 숫자를 담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금감원, 안진회계법인, 최종학 교수 측의 비합리적인 해명만 받아 들여 쌍용차 전 대표, 회생관리인, 외부감사인 등을 무혐의 처분했다는 것이 기자간담회를 가진 측의 설명이다. 기자간담회 사회를 맡은 민변 노동위원장 권영국 변호사는 “추측하자면 원본은 ‘#5690’인데 이걸론 근거가 부족하니까 금감원이 요청하여 변조물들이 만들어졌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추측이 사실이라면 ‘2646명 해고’란 결론이 먼저 있었고 그에 맞춰서 보고서를 만들어야 했는데, 보고서를 날림으로 만들어 증명할 수 없었던 상황을 감독기관인 금감원의 권유에 의해 변조를 해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검찰은 그렇게 모순되는 자료를 모순이 아니라고 받아들였다.
기자간담회 측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한국 사회의 공권력이 기업과 노동자를 대하는 방식의 차별성은 경악스러울 수준이다. 삼성전자처럼 표나지 않고 세련되게 법의 테두리 안에서 파행적 노무관리를 하는 이들을 규제하지 못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고 강변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날림’ 자료의 시정을 감독기관이 직접 도와주고 검찰이 이를 승인하는 상황이 존재한다면 도대체 우리는 세금을 왜 내고 사느냐고 물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대기업이 돈을 입금하면 원하는 결과를 출력하는 소위 전문가 집단의 공신력에도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쌍용차지부 양형근 조직실장은 기자간담회에서 “해고당한 후 5번의 겨울을 지나왔다. 너무나 억울해서 죽을 수밖에 없었던 24명의 동료와 가족들이 있다”고 발언하였다. 검찰은 엄정 수사를 촉구하는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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