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진의 연쇄살인마 연기는 정말 실감이 났다. 그러나 강성진은 범인이 아니었다. 물론 연쇄살인의 범인이기는 하지만 이보영과 조승우가 쫓는 샛별이 유괴범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에 의해서 계획적으로 살해를 당하고 말았다. 뭔가 대단히 큰 비밀이자 결정적 단서를 가졌던 것 같았던 강성진의 죽음은 진범에 한발 더 다가설 거라는 기대를 꺾어버리고 말았다. 그렇지만 대신 강성진을 죽인 공범에 대해서 알게 되는 성과를 거둘 수는 있었다.

그 공범은 처음부터 시청자들의 용의선상에 올랐던 학교 앞 문방구 주인이었다. 강성진을 죽인 한기태의 오토바이 체인을 교체해 자연스럽게 청부살인을 숨기려 한 용의주도함을 가진 이 공범의 집에 잠입한 이보영은 거기서 깜짝 놀랄 증거를 발견하게 된다. 화학약품과 수상한 물품들로 가득한 방 한쪽 벽에 딸의 사진이 도배되어 있는 것이다. 이 남자가 분명하다. 이 정도의 증거면 딸 샛별이를 납치한 진범이라고 단정해도 충분해 보인다.

그러나 문방구 주인이자 차봉섭 살인범은 진범이 아니다. 그가 진범이기에는 너무 일찍 발견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의 근거는 이 드라마의 용의자 법칙에 의한 것이다. 차봉섭은 실제로 연쇄살인범이기는 하지만 샛별이 납치범은 아니었다. 다시 말해서 용의자는 범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차봉섭 효과로 긴장감이 떨어질 것을 대비해 샛별이 사진을 도배해 문방구 주인에 대한 의심을 높여두었지만 이 역시 또 다른 범죄의 예정은 몰라도 납치범은 아닐 것은 틀림없다.

사실 신의 선물은 떡밥의 선물이라는 말로 특정할 수 있다. 1회부터 현재까지 작가는 수도 없이 많은 떡밥을 뿌리고 있다. 게다가 주당 2회씩 찍어내야 하는 한국드라마의 실정상 피할 수 없는 옥에 티까지 더해져서 떡밥은 의도된 것 이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결국 차봉섭을 잡는데 2회, 그리고 또 다른 용의자로 떠오른 문방구 주인을 해결하는 데 다음 주 2회를 쓰게 될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이 모두 진범은 아니지만 절묘하게도 샛별이 납치 혹은 10년 전 사건의 진실을 향한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는 것이 작가의 치밀한 계산이다. 예컨대 차봉섭이 조승우의 가족 사진과 한지훈의 이니셜로 의심되는 새겨진 반지를 숨겨온 사실. 그리고 문방구 주인 역시 과거 한지훈이 검사 시절 담당했던 살인사건의 범인 아들이다. 이를 통해 유추할 수 있는 신의 선물의 기본틀은 역시나 용의자는 범인이 아니란 점이다. 그렇지만 범인을 쫓아갈 다음 단서를 제공한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신의 선물의 법칙 다시 말해서 ‘용의자는 범인이 아니다’가 말하는 결정적 힌트가 있다. 용의자가 범인이 아니라는 사실은 뒤집어 말하면 범인을 쫓는 자 중에 범인이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이보영과 조승우 둘 중에 범인이 있을까?

이 정도의 역설을 예상하지 못하지는 않았을 작가는 범인을 쫓는 조승우에게도 트릭을 남겨 두었다. 조승우가 술을 마시면 금세 필름이 끊긴다는 것과 그동안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어쩌면 지금까지 뿌려진 떡밥 중에 가장 큰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확신은 금물이다. 지금까지 진행된 과정을 통해서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단 한 가지뿐이다. 범인은 마지막 순간에 엄청난 반전으로 공개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보영과 조승우가 쫓는 용의자들이 아주 조금씩 남겨줄 그 진범에 대한 부스러기 단서들을 잘 모아놓는 것이 마지막 순간에 더 짜릿한 충격을 만끽할 방법일 것이다.

신의 선물은 일단 작가의 기량과 배우들의 역량이 아주 잘 어우러진 드라마다. 로코에 지친 드라마 마니아들을 비명을 지를 정도로 행복하게 만들어줄 만한 역작이 나왔다고 해도 좋을 것 같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