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간첩조작 사건에 대한 보수언론의 무리수가 잇따르고 있다. 유우성씨 변호를 맡은 변호인단이 왜곡 보도를 한 언론사와 당사자 등을 형사 고소하는 등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특히 보수언론 가운데서도 <문화일보>는 기본적인 팩트 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오보를 냈다가 뒤늦게 관련 사실을 수정하는 등 무책임한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일보, 확인 전화 한 통 없이 검찰 주장만 듣고 기사 작성

▲ 문화일보 2014년 3월14일치 3면
먼저, <문화일보> 지난 14일「北고위층 비판 ‘안보강사’ 18명 등 포함 」기사에서 “유 씨는 지난 2009년 8월 탈북 대학생 장학사업 등을 하는 우양재단 관계자로부터 탈북자 출신 안보강사인 ‘평화강사’ 18명의 신원정보가 담긴 명단을 입수했다. 평화강사는 각종 강연 등을 통해 북한최고위층에 대한 비판을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인물들로 알려져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팩트는 다음과 같다. 2009년 당시 해당 재단은 남북한 조선족 등 강사 자격에 제한이 없는 평화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 바 있다. 문화일보가 주장하는 “평화강사 18명의 신원정보가 담긴 명단”은 실제로는 18명 가운데 탈북자(9명), 남한 봉사자, 조선족 청년 등이 함께 참여했던 ‘7개월 간의 동행’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이들의 단순 명단이었다. 유우성씨를 제외한 18명은 평화강사 활동을 한 적이 아예 없다.

또한, 문화일보가 평화교육을 ‘북한 고위층 비판을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교육’으로 정의내린 것과는 달리, 실제 해당 재단은 남북의 이질감을 해소하고 탈북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 개선을 위해 초등학생들을 주 대상으로 평화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안보강사라는 이름을 쓰고 북한 고위층을 비판하는 것을 목적으로 교육을 진행했다는 문화일보의 보도는 오보인 셈이다.

문화일보는 관련 사실을 보도하면서 해당 재단에 확인 전화조차 하지 않은 채 검찰 쪽에서 흘러나온 주장을 바탕으로 기사를 쓴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문화일보는 해당 기사가 나간 뒤, 인터넷 판 기사에 대해 해당 재단 이름 및 평화강사의 명수를 수정했다.

문화일보 “북한 비자 위·변조 가능성” 언급했으나…

▲ 문화일보가 증거로 삼은 뉴스타파 영상 화면 캡처
유우성씨에 대한 문화일보의 공격은 17일에도 이어졌다. 문화일보는 17일, 1면과 10면에서 “유우성 북한 비자도 위·변조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뉴스타파>의 보도 화면을 인용해 “유우성 씨의 서로 다른 2개의 사증(비자)이 공개돼 위·변조 의혹이 일고 있다. 이날 방송에서 공개된 유 씨 사증은 북한이 같은 날(2002년 10월22일) 발부한 것으로 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왼쪽 사증에는 사증번호가 없는 반면 오른쪽 사증에는 번호가 인쇄돼 있다”고 주장했다.

문화일보가 위·변조 가능성을 언급하며 엄청난 사건으로 몰아갔지만, 이 보도 역시 오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뉴스타파 동영상 바로가기)

뉴스타파 최승호 앵커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다음과 같이 문화일보 보도를 반박했다.

“뉴스타파가 유우성씨의 여권에 있는 사증 번호를 모자이크했더니 ‘위조’라고 난리치는군요. 아래 동영상을 보면 사증 번호가 분명히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겁니다. 번호가 지워진 컷은 앵커 어깨걸이인데, 어깨걸이는 단순한 게 좋기 때문에 숫자 같은 것은 보통 지울 때가 많거든요. 그걸 보고 위조라니. 그러니까 문화일보 추측은 모자이크된 번호 없는 게 진본인데, 번호를 추가해 위조했을 것이라는 겁니다. 이거 발견하고 ‘위조다!’라며 환호했을 문화일보 편집국, 참 불쌍하기도 하고…”

▲ 3월16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민변 김용민 변호사가 '국정원 간첩조작' 사건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미디어스)
변호인단 “더 이상 방치하지 않을 것”

이 같은 보수언론의 왜곡 보도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통일위원회,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변호인단은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변호인단 및 유우성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유우성에 대한 일부 언론들의 왜곡보도가 심해지고 있어 변호인단은 더 이상 이를 지켜볼 수 없기에 법적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유우성씨가 2007년 2월부터 2년 반 동안 26억원을 북한에 보내, 수수료로 4억원을 챙겼고, 지금까지 알려진 이름 이외에 조씨 성을 가진 중국 이름이 하나 더 있다”는 <TV조선> 보도에 대해 “사실관계를 전혀 확인하지 않은 왜곡 보도”라며 강하게 항의했다.

이들은 해당 보도에 대해 “유우성은 언론보도와 달리 프로돈 사업을 한 사실이 없고 그렇기 때문에 26억원을 북한에 보낸 사실도 없고, 수수료로 4억원을 챙긴 사실도 없다”며 “가장 기초적인 사실관계에 대해 언론은 유우성에게 확인조차 하지 않았고 어디에서 들은 정보인지 밝히지도 않은 채 무책임한 보도를 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더 나아가 “일부 언론의 왜곡보도가 단순히 검찰과 국정원의 입장을 대변하며 증거조작 수사에 대한 물타기용이 아닌가 생각하며 대응을 자제해 왔으나 이제는 자제의 한계를 넘어선 것으로 판단된다”며 “최근 지속되고 있는 왜곡 보도는 자살시도한 조선족 김모씨와 국정원 직원들의 변명, 국가보안법상 증거날조죄를 적용하지 않는 검찰의 태도와도 일맥상통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언론을 향해서도 “허위사실을 나열하거나 합리적 근거 없는 추정만으로 유우성이 간첩혐의를 받을 만한 행동을 했다는 것을 보도하는 행태를 당장 그만두어야 할 것”이라며 “이미 심각하게 왜곡된 보도를 통해 당사자인 유우성은 매우 큰 정신적 상처를 입고 있으므로 이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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