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사회적 기업지원법이 제정된 지 7년이 지났다.

당시 예비사회적기업으로 등록한 기업이 순차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을 받았다면 올해부터 정부나 지자체의 보조 없이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

‘사회적 경제’ 돈보다 사람이 가지는 가치를 먼저 생각한다는 ‘사회적 기업’. 지난 7년간의 실험으로 사회적 기업이 뿌리를 내렸는지, 아니면 아직도 발아되다만 씨앗으로 남은 것인지, 현재의 사회적 기업의 위치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앞으로 사회적 기업이 나가야할 방향을 되짚어 보고자 한다.

① ‘돈보다 사람’ 사회적 경제, 사회적 기업 7년의 명암

“자본보다 사람을 위에 두는 경제 개념입니다”

이윤 보다 사람, 과거 한 정치조직의 이름을 생각하는 말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냉혹한 단면을 아는 사람이라면 의아해할 수 있다. 이게 바로 ‘사회적 경제’를 설명하는 말이다.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 청소년 벤처 등이 사회적 경제를 구성하는 조직”이라고 밝혔다.

사회적 경제 모델은 우리니라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중이다. 2007년 ‘사회적 기업 육성법’에 의해 사회적 기업과 이에 대한 국가적인 지원의 이틀이 만들어졌고, 이후 마을기업 육성 사업, 협동조합 기본법 제정 등으로 사회적 기업에 대한 제도적 지원 장치가 만들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사회적 경제가 민망한 농협과 과거 협동조합

2007년 이전 우리나라의 사회적 경제 모델은 농업협동조합이나 신용협동조합과 같은 협동조합이 있었지만, 이들 협동조합이 사회적 경제에 기여했는지, 아니면 협동조합의 본래 목적에 충실했는지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동의하지 않는다.

최용주 농협경제연구소 연구원은 2009년 협동조합학회 발표문 ‘사회적 경제의 도래와 협동조합운동’에서 2007년 이전 농협으로 대표되는 협동조합에 대해 “한국 협동조합의 진화과정이 과연 협동조합이 추구하는 본원적인 역할과 그 역사적 보편성의 측면에서 과연 얼마나 조직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최용주 연구원은 당시 정부가 주도하던 농협개혁 논의에 대해 “협동조합이라는 경제제도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이념과 가치를 어떻게 회복할 것이냐에 대한 진지한 검토는 없고, 단지 ‘기업조직’ 또는 공공정책의 대리인에 대한 구조개혁의 효과가 얼마나 있을 것인지에 관심이 쏠려있다”고 비판했다.

▲ 전국 농협계통 조직체계 (농협중앙회 홈페이지)

현재 농협은 농업인 농가인구 3,117천명 가운데 조합원수가 2,453,117명이 조합으로 두고 있는 지역농협, 지역축협, 품목농협, 품목축협, 인삼협 등 1,166개 단위 조합이 농협중앙회를 구성하고 있다. 하지만 체계는 있는지만, 조합원의 조합장을 뽑을 권리가 없는 조직이다. 1200명 지역조합장이 중앙회장을 뽑은 간선제에서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에서 288명의 대의원 조합장에게만 투표권을 주는 간간선제로 바뀌었다.

한국농정신문은 지난 대선을 앞두고 “농협중앙회는 태생부터 지금까지 우리 농민 조합원들이 주인으로 참여할 참정권이 주어진 적이 한 번도 없다”며 “농협중앙회는 그동안 무늬만 주인인 농민조합원을 내세워 성장했다”고 비판했다.

사회적 경제에 대한 다양한 실험들과 이명박 정부

사회적 경제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이다. 물론 그 이전부터 생산자 협동조합 운동 등이 소비자 운동과 연관돼 진행되기도 했지만, 이는 소비자 운동 차원의 성격이 강했고, 정부의 지원 등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그 반향이 크지 못했다.

본격적인 사회적 경제 실험은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고 사회적 일자리 사업을 추진하면서 부터라고 할 수 있다. 노무현 정부의 사회적 일자리 사업은 ‘공공근로’라는 이름으로 익숙한 사업이다. 마을 어른들이 동사무소 등지에서 일정한 임금을 지급받고, 동네를 돌며 청소를 하던 모습으로 대표된다. 이러한 정부 주도의 사업이 사회적 경제 실험의 한 형태로 범주화하는 게 민망해 보일 수 있지만, 관 중심의 사회적 일자리 사업은 ‘사회적 기업’이라는 논의를 촉발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최초 사회적 기업 논의는 사회적 일자리를 민간영역으로 확대하는 데서 시작했다. 이 때문에 주무부터가 고용노동부가 됐다. 노동부를 중심으로 당정이 모여 만든 법이 ‘사회적 일자리 지원법’이다. 2006년 발의된 사회적 일자리 지원법은 정권교체를 앞둔 2007년에서야 국회를 통과하고 정부 지원을 배경으로 다양한 실험들이 이뤄진다.

▲ 2009년 12월에 방송된 PD수첩 '4대강과 민생예산' 방송 화면

하지만 사회적 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사회적 지원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2007년 말 정권 교체로 이명박 정부가 들어섰고, 정부는 과도한 토목사업으로 인해 각종 복지예산을 삭감하게 이른다. 복지예산 삭감의 절정은 2010년 예산안에서다. 이때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사회적 일자리 창출 지원금’은 2009년 2,330억원에서 1,990억으로 340억원이 삭감됐고, 노인 일자리 예산 역시 190억원이 삭감됐다. 2010년 예산안에는 사회적 기업진흥원을 설립하면서 170억을 지원하기 때문에 지원금 삭감에 대한 여파는 더욱 커졌다. 또 당시 사회적 일자리 예산 가운데 중앙정부가 지원하던 예산을 지자체로 보조(324억원)로 떠넘기기도 했다. 당시 사회적 기업은 2007년 55개, 2008년 218개, 2009년 266개에서 2010년 6월 319개로 급격하게 증가하는 추세였기 때문에, 개별 사회적 기업이 느끼는 박탈감은 더욱 커졌으리라 생각된다.

▲ 사회적 기업 수 (2013 사회적 기업 개요집)

관 주도 사회적 기업의 명암

2007년 사회적 기업을 설립해 운영했던 한 기업인은 “사회적 기업 초창기에는 그 억 단위의 지원금을 받았지만, 사회적 기업 수가 많아지고 국가 지원 규모가 줄어들면서 그 때와 같은 대규모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 기업인은 “지원금 액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원하는 방식이 문제”라면서 “당시 정부 지원금을 믿고, 사업을 확장해 나갔던 많은 사회적 기업들이 떨어져 나갔다”고 말했다.

정원 지원을 받는 사회적 기업은 정부가 원하는 요건에 맞추어 그 규모를 확대하거나, 감축하는 데 지원 예상 금액을 밑도는 지원금이 나왔을 경우, 사회적 기업이 망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한 얘기다.

▲ 사회적 기업 비비컴퍼니 착한화환 김정대 대표

반면 후발 주자로 사회적 기업을 하고 있는 (주)비비컴퍼니 착한화환 김정대 대표는 ‘정부 의존형’ 사회적 기업의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대 대표는 “사회적 기업은 사회적 지원은 배경으로 하지만 그게 전부여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사회적 기업도 사회적 성격을 가진 ‘기업’”이라며 “기업이라면 이윤 추구의 선후가 어떻게 됐던, 스스로의 사업성과 자생력을 가져야한다”고 강조했다.

김정대 대표는 “사회적 기업은 예비사회적 기업(2년), 사회적 기업(3년)으로 모두 5년간의 정부, 지자체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며 “2007년 사회적 기업 육성법이 제정되고 사회적 기업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지난 7년 동안 있었다. 사회적 기업 스스로가 홀로서기를 할 수 있게 됐는지 되짚어 봐야 한다”고 밝혔다.

2007년 이후 기업의 수가 늘었지만, 정부·지자체 지원에 의존적인 사회적 기업은 그 지원 규모가 줄어들면서 사업규모와 고용을 줄이는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기업의 수는 2007년 50개에서 지난해 말 950개 늘었으며, 예비 사회적 기업은 2007년 396개에서 2012년 1,852개로 정점을 찍고 지난해 말 1,537개를 기록했다.

▲ 인증연도별 평균 일반인 근로자 수 (2012 사회적기업 성과분석)

반면 사회적 기업의 규모는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출판된 ‘2012 사회적 기업 성과분석 보고서’는 “기업 당 평균 근로자수를 보면, 2008년 인증을 받은 기업들에서는 평균 일반인 근로자 숫자가 계속 줄어들었고, 2007년 인증을 받은 기업들은 2010년 대비 2011년에 평균 1명 정도 고용을 늘렸다가, 2012년에 거의 평균 3명의 고용을 줄였다”다고 밝혔다.

또 김흥기 강남대 교수는 한국사회적경제 신문 기고문을 통해 “사회적 기업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1개사 평균 종업 수는 계속 감소하여 2007년 50명, 2008년 40명, 2011년 약20명 정도로 사회적기업의 규모는 점점 작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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