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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뇌를 버리라고 언제 석가모니가 말했나?[세상의 모든 책들] 붓다는 생활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손지상 / 소설가 | 승인 2014.03.14 17:54

작가 주: 당신에게 불교는 어떤 이미지인가? 스님? 향냄새? 통통한 금색 아저씨 불상? 기분 좋게 울리는 목탁소리? 뭐라고 말하는 지 알 수 없는 스님들의 염불소리? 무서운 표정으로 포즈를 잡고 절간 입구를 지키는 사천왕상? 산 속에 숨은 욕심과 번뇌와는 무연한 청정한 진리의 세계? 얼마 전 사람들이 사재기했던 故 법정 스님의 <무소유> 속의 탐진치(耽嗔痴)를 버리고 몸을 가볍게 하라는 가르침? 아니면 성철 스님? 숭산 스님? 현각 스님? 혜민 스님? 혹시 혜밑 스님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이 모든 이미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답은 ‘무소유’다. 모든 번뇌에서 벗어난 방하착(放下着, Let go)을 실천하면 모든 것을 집착 없이 받아들이게 되고, 설령 떠나더라도 아무렇지도 않아 큰 지복과 환희를 얻을 것이라는 가르침이다. 잠깐, 그렇다면 집착만 없으면 소유나 무소유나 마찬가지라는 말인가? 그럼 가지는 게 낫잖아? 그것도 많이!
 
   
 
그렇다. 가지고 싶은 만큼 얼마든지 가져라. 바스다고다 라훌라 스님의 말에 의하면 그게 석가모니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물론 출가한 스님이 아닌 재가신자를 위한 설법으로, <무소유로는 행복해질 수 없다>는 팔리어 경전에 담긴 상좌부불교의 가르침을 정리한 책이다.
 
상좌부불교가 무엇인지를 설명하자면 책이 한 권 필요할 테니 간단하게 정리하겠다. 불교는 크게 3개의 전통으로 나뉜다. 극동아시아의 대승불교 (선종 포함), 티베트의 비밀불교, 그리고 동남아시아의 상좌부불교. 이 중 석가모니 부처가 설법했던 언어인 팔리어 경전을 바탕으로 석가모니가 직접 한 구어체의 말과 당시의 전통을 지금도 잇고 있는 불교가 바로 상좌부불교다. 
 
상좌부(上座部)는 말 그대로 높은 방석이라는 뜻으로, 이 위에 앉을 자격이 되는 높은 단계에 있는 장로를 말한다. 상좌부불교에서 승려는 석가모니의 교단인 승가(僧家))에서 해탈을 위해 수행하는 엘리트로, 현대적인 감각으로 말하자면 대학교수나 연구자 같은 위치다. 이들의 가르침은 분명 석가모니의 생생한 가르침을 담고 있었지만, 연구를 거듭한 결과 너무 현학적으로 변해버렸다. 마치 신약성경이 그리스도의 말을 그대로 담고 있지만 세월의 격차와 현학적인 라틴어 신학으로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기 어려워져 카톨릭에서 프로테스탄트 운동이 나타났듯, 상좌부불교에서도 민중과 서민의 구원을 부르짖는 대승불교가 나타났다. 
 
그러나 대승불교는 극동아시아로 전파되면서 스스로가 상좌부불교로 변했다. 한역된 불경은 박사학위를 따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게 되었고, 스님들의 설법은 현대 사람들에게는 이해하기 어렵고 오묘하지만 속세와는 아무 상관없는 공허한 말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제 사람들은 소위 자기계발서와 멘토에게서 속세를 사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가르침을 구한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더 많은 행복을 얻기 위해.
 
더 많은 돈과 더 많은 행복을 얻는 방법을 다름 아닌 석가모니가 설한 적이 있다고, 이 책은 말한다. 석가모니라면 무소유의 상징 아닌가? 발우와 가사 두 장 말고는 모두 버린 사람이 아니었는가? 그러나 석가모니는 실제로 재가신자에게 ‘행복을 위해 더 많은 부를 이루라’고 가르쳤고, 이를 위한 윤리관과 실용적인 가르침을 주었다. 애초에 석가모니가 누구인가? 행복을 이루도록 사람들을 “자기계발”하도록 “코칭”하는 최고의 코치이자 멘토가 아니었던가? 2600년의 세월에서 진가를 시험받은 자기계발서를 두고, 고작 몇 십 년 동안의 개인 경험을 늘어놓는 자기계발서를 손에 든다면 얼마나 큰 손해인가? 석가모니는 그렇다고 억지로 책을 쥐어주지 않는다. 단지 그게 얼마나 어리석은 지를 말해준다. 가장 불교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겨질 키워드로 이 책을 요약할 수 있다.
‘실용’ 
(에이전트 S009)
 
 
---(이하 보고서)---
범은하활자박멸운동위원회 정기 보고서
작 성 자: 9급 에이전트 S009
문서번호: 20140214SMCHS402-17GNM00006
시행일자: 2014/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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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무소유로는 행복해질 수 없다
저    자: 바스나고다 라훌라
출 판 사: 아이비북스
보고내용: 
 
1. 보고자는 당신들 파흐헤르네이트451 지성체와 가장 가까운 의식을 가졌던 지구인 석가모니 붓다의 말을 소개하려 한다. 그는 2600년 전 불교라는 지구의 종교이자 실천적 윤리철학을 가르친 사람으로, 많은 오해를 받으며 살아왔다. 가장 큰 오해는 불교란 덧없음과 괴로움을 중시하는 염세주의적인 종교라는 오해다. 태생적으로 우울한 당신들은 무엇이 문제인지 모를 것이다. 그러나 우리 지구인에게는 그렇기에 무엇보다 행복을 중시하고, 붓다는 이를 명확히 알아차리고 존중했다.
 
당신들은 왜 지구인이 그렇게 재산을 모으고, 투자하고, 관리하는 지 이해하지 못한다. 당신들은 모든 것을 공유하니까. 하지만 지구인은 독자적인 개체로써 생존을 중시하고, 이는 현재의 성공과 재산의 축적을 의미한다. 붓다는 이를 포기하라고 가르친 스승으로 오해받지만, 그는 오히려 이러한 일상적인 문제를 극복하고 성공해 행복을 가지라고 가르쳤다. 
 
그는 사람에 따라 각자의 필요에 맞는 가르침을 주었는데, 이를 방편설법(方便說法)이라고 부른다. 이는 지구인의 독자적 개체성을 존중해서인데, (따라서 당신들이 지구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면 이 책을 ‘소멸’시켜서는 안 된다.) 세 가지 목적으로 분류할 수 있다. 
① 출가승 및 출가하려는 재가자 대상의 교육 목적
② 불교 교리를 부정하는 주장을 이성적으로 반박하는 논쟁 목적
③ 일상생활을 하는 재가신자들의 합리적이고 행복한 삶을 위한 교육 목적 
이 중 이 책은 ③을 모은 책이다.
 
2. 물론 남아있는 붓다의 발언은 2600년이 흐르는 동안 그의 발언을 보존한 지구인은 출가제자였기에 압도적으로 ①이 많다. 그는 45년 동안 여행하며 설법을 했는데도, 극히 일부분만이 남아있다. 출가제자들은 일반 대중에게 유용한 ③에는 관심이 없었다. 오해는 여기서 시작했다. 영원한 것은 없다는 무상(無常)을 바탕으로 모든 것을 버리고 수행에만 전념하라는 가르침만이 남았다. 그러나 그는 동시에, 부귀영화를 누리라고 했다.
 
신도는 각자의 직업에 정진하고, 계율을 지켜 최대한 많은 재물을 모아, 이를 올바른 목적으로 사용하라고 붓다는 가르쳤다. 부는 수단이나 유용하니, 수입을 네 등분하여 반은 투자하고, 사분의 일은 저축하고, 나머지 사분의 일로 생활하라고 했다. 특히 보시나 소비로 재산을 다 날려 버리는 것을 원치 않았다. 이는 현대의 지구인에게는 충격적일 정도다.
 
당신들은 이 가르침이 어째서 당신들과 같은 의식을 가졌다는 증거가 되는 가 의심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붓다는 부는 개인의 감각적 만족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과 타인의 행복과 만족을 위해 쓰는 것이라 가르치고, 자신을 위해 쓸 때는 쾌락에 탐닉하지 말고 언제나 절제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이는 당신들의 행동윤리와 완전히 같다. 그러면서도 지구인의 개체성과도 모순되지 않는다.
 
3. 붓다는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윤리적으로 생각하도록 가르친다. 구체적으로는 아래와 같은 가르침으로 요약할 수 있다. 
① 한계는 없다. 자신의 잠재력을 믿고 바르게 노력하라
② 일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익히고, 항상 자기계발할 전략적 수단을 찾아라.
③ 필요한 업무를 제때 완수하고, 항상 체계적으로 조직화하여 처리하라.
④ 주변으로부터 부를 방어하고, 현명하고 바른 친구를 만나라.
⑤ 가정의 재무계획을 세우고, 불안정한 생활을 피해 가족과 행복하고 평화로운 삶을 누리라.
⑥ 문란한 이성관계, 과음, 노름, 유흥을 피하라.
⑦ 전통, 관습, 첫인상을 피하고, 언제나 오래 사귀고 관찰하고 평가하라.
⑧ 부모자식을 비롯한 인간관계에서 의무를 다하고, 가치관의 상호 조화를 고려하라.
⑨ 언제나 침착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말라. 
당신들에게는 이게 얼마나 진부하게 들리는 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붓다는 이 너무도 당연한 가르침이 얼마나 큰 이득을 주는지, 스스로가 가르친 인간관계에 가져야 할 자세와 기술을 사용해 이성적으로 차분하게 설득한다.
 
4. 만일 당신들이 지구인이 가진 개체성과 당신들이 가진 병렬성을 동시에 성취하는 조화로운 존재가 되고자 한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니 이 책을 ‘소멸’시키지 말아 달라. 모든 우주를 초월해 보편적으로 적용될 가르침이니.
 
끝.
범은하활자박멸운동위원회 지구지부 서울파출소
 

손지상

소설가이자 번역가이다. 미디어스에서는 범은하활자박멸운동위원회에 정기 보고서를 제출하는 '9급 에이전트 S009'를 자처하고 있다.

손지상 / 소설가  mediaus@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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