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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김고은의 소포모어 징크스로 남을까?[블로그와] 박정환의 유레카
박정환 | 승인 2014.03.14 13:02

   
‘장고 끝에 악수 둔다’는 말이 있다. 데뷔작 <은교>를 통해 충무로의 떠오르는 별로 급부상하는 김고은은 차기작을 선택할 때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자칫 작품을 잘못 선택하기라도 한다면 현명한 데뷔작을 선택한 명성에 금이 갈 수밖에 없어서다. 하지만 이번엔 악수를 둔 듯하다. 2년이라는 기다림 끝에 작품을 선택했지만 녹이 잔뜩 슬은 이야기가 김고은의 연기에 부식효과로 작용한다.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 태수(이민기 분)와 복순(김고은 분)은 가족에게 짐이 되는 존재들이다. 복순은 약간 모자라는 지능 탓에 동생 은정(김보라 분)에게 짐이 된다. 태수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살인을 저지르는 사이코패스 기질 때문에 형 익상(김뢰하 분)을 비롯하여 가족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존재일 뿐이다. 가족이라는 울타리만 있지, 정작 이들의 가족은 이들을 가족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기를 창피해 하거나 부담스러워 한다.

태수와 복순의 인연이 악연으로 꼬이는 건 ‘가족’ 때문이다. 형 익상의 부탁이 아니었다면 태수는 의뢰받은 여자의 목숨을 빼앗았을 리가 없고, 그 여자의 동생인 나리(안서현 분)마저 없애려 드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언니를 잃은 나리가 갈 곳이 없어 복순의 집으로 찾아오면서 복순의 동생 은정은 태수의 손에 희생되고 만다.

나리라는 타자의 방문이 아니었다면 복순은 동생을 잃을 리가 없고, 복순은 태수와 악연으로 이어질 까닭이 없다. 평소에는 동생을 동생으로 생각하지 않고 부담스러운 존재로 치부하던 형 익산의 이기적인 행동 때문에 나비효과처럼 연쇄적으로 태수와 복순의 악연이 이어진다.

<몬스터>는 가족을 지키려는 복순의 가족 사랑과, 반대로 가족을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고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치부하는 태수네 가족의 몰염치한 가족사가 대극으로 펼쳐진다. 가족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치부하는 형의 이기심이 연쇄작용으로 복순의 가족 하나를 잃게 만드는 구조로 작용하면서 말이다.

문제는 동생을 잃은 복순이 동생의 목숨을 잃게 만든 원인의 제공자인 나리에게 왜 동생만큼이나 감정이입이 가능한가 하는 부분이 영화에서는 퇴화되었다는 점이다. 하나밖에 없는 동생을 낯선 타자인 나리 때문에 잃어버렸다면 복순은 나리를 가여워하기보다는 증오하고 적대시하는 게 우선이다.

   
 
설사 나리를 나중에 사랑하게 된다 할지라도, 하나밖에 없는 혈육인 동생이 나리로 말미암아 연이 닿은 사이코패스에게 희생되었다는 사실로도 나리를 증오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 그럼에도 영화는 ‘좋은 게 좋은 것인 양’ 복순이 나리를 적대화하는 단계를 거치지도 않은 채 복순으로 하여금 잃어버린 동생 은정만큼이나 나리를 지키기 위한 ‘대리 언니’의 모양새로 만들어버린다.

나리에 대한 증오라는 중간 과정이라도 복순에게 있었다면 복순의 심경 변화에 대한 치밀한 감정선의 변화가 뜬금없게 느껴지지는 않았을 테다. 하지만 증오라는 중간 단계의 감정은 쏙 빼놓은 채 대리 언니가 되어버리는 복순의 캐릭터에 관객이 쉽게 감정이입할 것이라는 시나리오의 착각은 김고은을 소포모어 징크스라는 구렁텅이로 빠뜨리기에 충분하다. 외화건 한국영화건 이야기의 힘이 있어야 관객이 모이지 배우 이름만으로 관객이 모이는 시대가 아니라는 걸 <몬스터> 제작진은 까맣게 잊은 듯하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박정환  js7keie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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