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버스 완전공영제를 단계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말하자 이른바 ‘무상 버스’ 논란이 벌어졌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 보수언론은 실현 가능성이 없는 공약이라고 비판에 나섰고 <한겨레>는 버스공영제 논쟁을 제대로 할 것을 주문했다.

김상곤의 제안은 매우 새로운 것이라 보기는 어렵지만 2010년 지방선거의 ‘무상급식’ 돌풍을 일으킨 제안자의 것이기에 또 한 번 주목을 받았다. 버스 완전공영제 뿐만 아니라 그의 정책 제안들은 보수정당 후보의 것 중에선 가장 진보진영의 주장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왼쪽에 있는 원외정당인 노동당 정책위원회가, 이례적으로 <김상곤 경기도지사 후보의 '무상교통' 공약을 환영한다>라는 논평을 냈을 정도다. 논평은 “다만 발표된 내용만으로는 김 후보자가 완전공영제와 무상교통의 논리를 혼동하고 있지 않은지 의구심이 든다. 특히 현행 민간사업자의 재산권처럼 간주되고 있는 노선체계를 언급하지 않은 점에 주목한다”라고 한계를 제기하기도 했다. 어쨌든 김상곤의 제안은 정책제안 없이 ‘2자구도’냐 ‘3자구도’냐 여권 경선에서의 ‘박심’은 어디에 있느냐는 얘기가 난무하던 지방선거 정국에서 처음으로 들고 나온 민생 쟁점이라는 의미도 크다.
▲ 14일자 조선일보 8면 기사
보수언론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14일자 <조선일보>는 1면 팔면봉에서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 무상 급식 이어 '무상 버스' 공약. 대통령 출마하면 '공짜 주택' 내놓겠군”이라고 비아냥댔다. 김상곤의 제안을 허경영의 그것과 비슷한 것으로 치부하려는 태도가 보인다. 이날 <조선일보>는 <무상복지의 역설>이라는 기획기사를 시작했다. 1면 기사와 8면 기사를 통해 보편적 복지가 확대되면서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은 줄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의 기획은 ‘무상’이라는 단어에 흠집을 내면서, 야권의 보편적 복지 공약을 비판하려는 것으로 읽힌다. 하지만 이 기획기사가 보여주는 세태는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공약이 예산의 측면에서 비현실적이었고 파행운영되고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공약 후퇴’에 대한 비판이나 ‘증세’에 대한 제안 없이 ‘무상’과 ‘보편’만 공격하는 태도는 지극히 정략적인 태도라고 밖에 판단할 수 없다.
14일자 <동아일보>는 기사와 사설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김상곤의 제안을 비판했다. <‘꿈같은 공약’의 끝은… 주민만 세금 덤터기>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지방선거의 포퓰리즘 공약들을 비판했다. 그런데 용인 경전철, 평창 알렌시아, 인천 은하레일, 화성 종합경기타운 같은 토건사업을 무상급식과 함께 거론하는 의아한 편집을 했다. 기업에 퍼주는 것과 시민들에게 골고루 나눠주는 것을 같이 ‘돈 쓰는 문제’로 묶었다. 물론 재정건전성이라는 하나의 측면에서만 본다면야 그런 접근도 가능은 하겠으나 정책취지나 효과를 무시한 채 모든 종류의 예산낭비 사례를 김상곤을 비판하는데 집중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 14일자 동아일보 3면 기사
<동아일보>는 <김상곤의 ‘무상버스’는 결코 공짜가 아니다>란 제목의 사설에서 “4년 전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이른바 ‘전면 무상급식’ 공세로 재미를 보자 이번에 한술 더 떠 ‘무상버스’ 공약을 내놓은 것이다”라고 설명하더니, “김 전 교육감이 무상교통 공약을 내놓은 것도 설령 일각에서 비판을 받더라도 일단 선거에서 이기고 보자는 ‘노이즈 마케팅’의 성격이 짙다”라고 비판했다.
14일자 <한겨레>는 김상곤이 지핀 버스 공공성 문제를 따로 집중적으로 다뤘다. <출퇴근 불편 해소·취약계층 이동권 보장은 ‘필수 생활복지’>란 제목의 기사에서 교통복지의 여러 면모를 다뤘다. 김상곤을 비판하기 위해 박근혜 정부의 공약 실패나 새누리당 후보들의 토건 공약까지 끌어다댄 보수언론의 보도보다는 심층적인 것이었다. <버스공영제 논쟁, ‘헐뜯기 경쟁’ 탈피해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는 “버스공영제, 나아가 무료버스 문제는 야권 내에서도 정식 공약으로 채택되지 않은 만큼 차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다만, 민영화·영리화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인해 서민의 생활고와 불편이 가중되는 현실에서 사회의 모든 공역에서 합리적 공공성의 강화는 매우 중요한 화두가 될 수 있다”라고 의의를 평가했다.
세부적인 제안의 현실성은 추후 지켜보아야겠지만 김상곤의 제안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의미를 가진다. 첫째는 대중교통 문제가 경기도민에게 중요한 문제라는 점에서 바람직한 쟁점 이슈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겨레> 기사는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을 웃도는 2534만명이 일일생활권을 이루고 있는 수도권의 교통 문제는 심각하다.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하루 125만명은 ‘출근 지옥’을 날마다 겪다시피 한다”라고 지적했다. 경기도민이 김상곤의 제안을 자신의 삶의 문제를 개선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보수언론의 안간힘에도 불구하고 선거에 ‘바람’을 불러올 수 있다.
둘째는 서울로 출퇴근하는 이들의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서울시 측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김상곤이 이런 제안을 들고 나올 경우 박원순이 화답하여 협력적 공약을 제시하고, 서울시장 선거와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야권이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상곤이 세부적인 정책제안을 준비하는 동안 박원순 역시 서울-경기도 출퇴근 교통 문제에 주목하여 화답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
그럴 경우에야 김상곤의 ‘무상 버스’ 제안이 보수언론의 비판을 돌파하여 시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야권이 처음으로 만들어낸 쟁점이슈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 14일자 한겨레 5면 기사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