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문기)가 아날로그 케이블TV(SO)에 제한돼 왔던 8VSB 변조 방식을 허용한다고 밝히면서 방송사업자들 사이에 논란이 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종편 등 일부 케이블 채널만을 위한 정책”이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반면, 가장 큰 혜택을 볼 것으로 지목된 종편은 환호했다.

8VSB이란, 방송 신호를 주파수로 변조하는 방식의 하나로 현재 지상파 채널에서 사용하고 있는 변조방식이다. 현재는 아날로그 케이블TV 가입자라고 하더라도 디지털 수상기를 보유하고 있다면 현재도 KBS1을 9-1채널을 통해 HD급 화질로 시청할 수 있다. KBS 2TV(7-1)와 MBC, SBS(11-1, 6-1) 등도 마찬가지이다.

반면, 케이블TV는 현재 쾀(QAM) 변조방식을 사용하고 있어 고화질로 시청하려면 셋톱박스를 반드시 설치해야했다. 앞으로 아날로그 케이블TV에 8VSB가 허용되면 ‘셋톱박스’ 설치 없이도 디지털 수상기를 보유하고 있는 가구라면 지상파 방송 외의 케이블 채널을 HD급 화면으로 시청할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종편과 종편을 소유한 조중동을 중심으로 8VSB를 허용해달라는 요구를 지속해 왔다. ‘종편특혜’ 논란이 벌어진 이유는 여기에 있다.

▲ 3월 12일 KBS <뉴스라인> 캡처

지상파는 ‘반대’ VS 종편은 ‘환호’

한국방송협회는 11일 <케이블방송 8VSB 변조방식 허용에 대한 지상파방송의 입장>을 발표하고 “종편과 일부 케이블 채널만을 위한 정책으로 저가 유료방송 환경을 고착화해 방송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등 심각한 우려가 있다”며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지상파방송사들은 케이블에 8VSB를 허용한 것을 두고 크게 ‘종편 등 특정 채널만을 위한 혜택’과 ‘저가 유료방송 시장 고착’이라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방송협회는 “미래부는 시청자 편익을 위한 결정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아날로그 케이블 상품 가입자 900만 중 디지털TV(이하 DTV)를 보유하지 못한 절반의 가입자들의 시청권을 박탈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턱없이 낮은 유료방송 요금체계를 가지고 있어 유료방송의 콘텐츠 투자 및 제작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이는 정부의 국정기조인 창조경제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방송인총연합회도 12일 성명을 내어 “미래부는 종편 재승인 심사 졸속을 통한 생명연장을 시도하는 방통위와 더불어 종편에게 기어이 8VSB 허용이라는 선물까지 ‘바쳤다’”고 꼬집었다.

반면, 8VSB에 가장 목말라했던 <중앙일보>는 12일자 신문에 ‘모든 케이블 채널, 고화질 시청 길 열렸다’ 기사를 배치했다. 해당기사에서 <중앙일보>는 “이르면 오는 6월부터, 흐릿한 저화질 방송을 봐야 했던 858만 명의 아날로그케이블 가입자들도 고화질(HD) 방송을 보게 될 전망”이라며 “종편과 드라마, 스포츠 채널 등 기존 아날로그케이블 가입상품에 들어간 모든 채널을 15-1(JTBC), 24-1(YTN) 같은 번호의 고화질 채널로 볼 수 있게 됐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 3월 12일자 중앙일보 캡처

“8VSB 허용은 아날로그TV를 가진 케이블 가입자만 손해”

케이블에 8VSB 허용하게 되면 ‘중소PP들의 퇴출’, ‘요금 인상’ 등의 우려가 있던 것이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미래부는 “이용자들의 시청권을 보호하고 PP의 인위적 시장 퇴출을 방지해야 하기 위해 아날로그 케이블TV의 상품별 채널수와 요금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논란을 피해하기 위한 방책이다.

하지만 언론개혁시민연대 채수현 정책위원장은 “이번 미래부 정책은 케이블 아날로그 가입자 중 DTV 보유자에게만 가는 혜택”이라며 “그런데, DTV를 보유하지 않은 가구의 경우 채널 축소는 불가피해 보인다”고 우려했다.

채수현 정책위원장은 “미래부는 케이블 SO가 DTV 보유하지 않은 가구에 대해 무상으로 셋톱박스를 지원하라고 결정했다. 하지만 금액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케이블에 8VSB 허용은 아날로그TV를 가진 케이블 가입자만 손해 볼 수밖에 없으며 이는 정부기관이 할 일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미래부의 방침에 따라 당장은 해당 상품의 가격이 유지되더라도 대형 병원이나 호텔 등과의 재계약 시 인상효과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게 채 위원장의 지적이다.

채수현 정책위원장은 또한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기존 케이블에서 사용하는 쾀 방식은 8VSB 방식보다 더 많은 채널을 전송할 수 있는 방법인데 이를 버린 것 역시 의미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8VSB는 VOD 등 양방향 서비스도 불가능해 거대 MSO사업자들은 원치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디지털 전환율이 낮은 지역SO 중심으로 IPTV 등 경쟁사로의 가입자 이탈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추진됐다”고 말했다.

채수현 정책위원장은 ‘종편특혜’ 논란에 대해서는 “종편채널이 고화질로 나올 것이기 때문에 분명히 혜택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종편 시청자들이 화질이 좋아서 시청여부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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