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수첩> 사과방송에 대한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이 경영진에 대한 ‘항소 압박’으로 모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 남부지법의 PD수첩에 대한 정정보도 판결 항소 시한인 오는 21일이 PD수첩 사태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18일 밤 긴급 조합원총회를 열어, 엄기영 사장 등 경영진에게 서울남부지법 판결에 대해 항소 결정을 내리도록 촉구했다. 또한 검찰의 PD수첩 수사에 대한 경영진의 단호한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현재 엄기영 사장은 휴가 중이다.

▲ 19일 오후 8시 MBC방송센터 본관 1층에서 언론노조 MBC본부 '방송장악저지 및 PD수첩 사수를 위한 조합원 비상총회'가 열렸다ⓒ윤희상

서울남부지법은 지난달 31일 농림수산부가 MBC PD수첩을 상대로 낸 광우병 보도 정정 반론 보도 청구 소송 선고 재판에서 ‘PD수첩은 정정 및 반론보도를 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 경영진은 항소 여부를 두고 고심하고 있으며, 최종 시한인 21일 오전까지 결정을 미룬 채 상황을 주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MBC 구성원들 사이에는 “방통위의 사과방송 요구를 수용한 경영진이 법원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현재 경영진 퇴진운동은 시기상조라면서도, 경영진의 항소 여부에 따라 퇴진운동과 파업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긴급총회에서 박성제 위원장은 “(사과방송 수용에 대한) 경영진의 책임을 반드시 묻겠지만 공영방송 사수투쟁에서 작은 부분에 불과한 엄 사장 퇴진 투쟁은 아직 논의단계가 아니다”며 “항소 여부, 검찰 수사에 대한 경영진 모습이 판단 기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MBC본부는 검찰의 PD수첩 제작팀 강제 연행에 대비해 ‘공영방송사수대’를 조직해 24시간 운영키로 했으며, 노조 간부 연행에도 대비해 제2집행부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 왼쪽부터 양승동(KBS사원행동 공동대표), 이춘근 PD('PD수첩' 제작진) , 박찬정 기자('시사매거진2580')

이와 관련해 검찰은 PD수첩 제작진을 기소하기 위해 압수수색보다는 제작진 검거를 서두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검찰은 18일 PD수첩 제작팀에게 세번째 소환 통보를 보냈으며, 다음주 쯤 법원에 체포영장 발부를 청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에 대해 PD수첩 제작팀의 이춘근 PD는 “PD수첩이 언론사로서 치욕적인 오점을 남길 수 없어 자료제출을 거부하고 소환 요구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며 “오늘은 PD수첩이지만 내일은 ‘2580’, 뉴스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성제 본부장도 “PD수첩 수사에 한정해 대응해서는 안 된다”면서 “PD수첩만을 옥죄기 위한 것이 아니라 KBS에 이어 MBC까지, 양대 공영방송을 장악하겠다는 정권의 음모”라고 강조했다.

한편, KBS와 MBC의 연대투쟁도 가시화되고 있다.

박 본부장은 이날 “KBS노조, KBS사원행동과 연대파업을 포함해 연대투쟁을 벌이는 방안을 언론노조와 상의하고 있다”며 “KBS노조와 사원행동이 일치단결해 연대를 요구해오면 조합원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양승동 KBS 사원행동 공동대표도 이 자리에서 “MBC에서 공영방송 사수 의지를 보여주면 (그 힘이) KBS에 미칠 것이고, KBS와 MBC가 뭉치면 이 싸움은 지지 않을 것”이라며 “KBS 사원행동은 KBS노조의 동참을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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