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슬립 드라마는 호불호가 분명하게 갈린다. 윤은혜와 이동건, 정용화와 최명길까지 출연했지만 흥행에 참패한 미래의 선택이 있는가하면, 나인처럼 최고의 드라마로 극찬받은 드라마도 있다. 별그대 역시 도민준이 시간을 돌릴 수는 없지만 시간을 멈출 수 있었고 웜홀에서 시간을 넘나든다는 점에서 타임슬립을 적절히 활용한 드라마라 할 수 있다.

시간을 다룬다는 것은 다른 차원의 세계를 다루는 것이고, 이는 새로운 경험을 준다는 면에서 드라마에서는 최고의 소재이기도 하다. 신의 선물 역시 이런 타임슬립을 다루었다. 2주 전으로 돌아간 타임슬립이다. 신의 선물은 첫 회부터 많은 각광을 받았다. 1,2회는 연쇄살인범과 유괴 그리고 자살로 이어지는 세드앤딩의 잘 짜인 단막극 같은 느낌이었다. 특히 이보영의 생방송 독백신은 길이 남을 명장면이 아닌가 싶다.

신의 선물은 3회부터 타임슬립으로 급전환하게 된다. 2회 때 김수현, 기동찬, 기동호가 동시에 죽음의 위기에 놓이게 되는 장면으로 끝나고, 3회에서는 김수현에게 이상한 입자들이 연결되면서 기동찬이 김수현을 구하게 되고, 시간은 2주전으로 돌아가게 된다.

모든 사람과 환경이 2주전의 상황이 되었지만, 2주 후에서 건너온 사람은 김수현과 기동찬뿐이다. 아직 나오지는 않았지만 기동호 역시 2주 후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고 있을지 모른다. 스르르 미끄러지듯 2주 전으로 돌아온 두 주인공은 2주 후 처하게 될 운명을 바꾸려 할 것이다.

그래서 1,2회 때 복선을 많이 깔아두었고, 사소한 일을 클로즈업하여 보여주기도 했다. 2주 전의 상황이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설정을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미묘하게 바뀌긴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똑같은 일들이 벌어진다. 샛별이가 넘어져서 유리에 손을 다치는 장면이나 김수현이 다리미에 팔을 데이는 장면, 그리고 자동차로 자전거를 치일 뻔한 것 등 대다수의 일들은 2주 전의 모습과 똑같이 일어나게 된다. 그것이 운명일 것이고, 그 운명에 맞서 싸워 자신의 딸을 지켜내는 것이 김수현이 해나갈 일일 것이다.

기동찬 역시 동기부여가 될 만한 일들이 있다. 자신의 형이 사형을 당하게 되고, 백억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쳤던 것. 샛별이를 살릴 수 있다면 자신의 운명도 바뀔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 동의하여 샛별이를 죽인 범인을 찾기 시작하면서 드라마는 전개된다.

아쉬웠던 디테일

타임슬립은 디테일에 강해야 한다. 평소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것들이기에 개연성을 충분히 주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놓쳐서는 안 된다. 드라마 나인이 호평을 받고 역대 타임슬립 드라마 중 최고라고 극찬 받은 이유는 타임슬립에 대한 디테일한 표현과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경우의 수까지 계산한 드라마였기 때문이다. 신의 선물은 1,2회 때 깔아두었던 복선에만 치중한 나머지 3회에서는 흐름이 어색했다.

운명을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가던 중 호두 아이스크림을 먹고 알러지로 급선회하여 인천공항으로 돌아온 것이나, 김수현이 범인을 잡기 위해 쫓아 디니는 설정 자체가 어색한 부분이 많았다. 샛별이를 내버려둔 채 범인 찾기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 또한 다른 장치로 설명이 필요했던 부분이다.

나인에서 타임슬립은 신의 선물이 아니라 저주였다. 죽은 형을 살리기 위해 타임슬립을 사용하지만 결국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되기까지 한다. 향을 피워 타임슬립을 할 수 있는 것 또한 독특한 장치였다. 반면 신의 선물에서는 이상한 포자 같은 것들이 김수현 주변에 모이면서 기동찬이 그 포자들을 따라가 김수현을 구한 후 2주 전으로 돌아갔다는 것 또한 개연성이 부족하다. 어차피 판타지이지만 표현이 디테일할수록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3회에서 타임슬립이 시작되었고, 3회 마지막 장면에서 연쇄 살인범이 해골티를 입은 여자를 죽이지 않고 김수현을 잡았다는 점에서 타임슬립에 대한 색다른 해석이 있을 것이라 기대해볼 수 있다.

평행이론으로 끝내지 않기를

드라마에서 가장 허무한 엔딩은 모든 것이 꿈이었다는 결말이다. 무책임하고 어이없는 설정이기 때문이다. 타임슬립에서 그와 상응하는 워스트 엔딩은 바로 평행이론이다. 미래의 선택은 평행이론을 택했고 최악의 드라마가 되었다. 모든 바꾸려 노력했던 것이 결국은 평행이론으로 아무 소용없다는 식의 전개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또한 좀 더 긴장감 넘치는 디테일한 설정으로 타임슬립 드라마의 정수를 보여주길 기대해본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tvexciting.com 운영하고 있다. 바보상자 TV 속에서 창조적 가치를 찾아내고 픈 욕심이 있다. TV의 가치를 찾아라! TV익사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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