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일에 관한 법률 제 2조 제 3호 중 '광복절'을 '건국절'로 한다'

광복절을 건국일로 바꾸자는 국경일에 관한 법 개정안을 놓고 법안에 참여한 의원들 사이에서도 건국절 기념에 대한 의견이 서로 엇갈렸다.

지난달 3일 대표발의한 한나라당 정갑윤 의원을 의원을 제외하고 법안에 '동의'도장을 찍어 준 의원은 총 12명. (법안 공동 발의 의원 : 권경석, 김정권, 김학송, 김효재,송훈석,이화수, 정갑윤, 정두언, 정해걸, 조전혁, 허범도, 현경병, 홍장표)

건국절 논란에 대해 의원들은 건국일도 기념해야 한다는 의견과 그런 내용의 법안인 줄 몰랐다는 의견으로 갈렸다.

▲ 국회의사당ⓒ여의도통신
한나라당 김정권 의원은 "처음에 법안에 서명할 때 광복절 대신 건국절을 만드다는 내용은 없었다"면서 "우리가 임시정부를 부정하는 것도 아닌데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지난 17대 국회 당시 행정자치위원회에 정갑윤 의원과 함께 활동해 친분이 있었다는 김 의원은 "법안이 처음엔 45년 광복과 48년 건국을 같이 써야 한다는 취지였지만 왜곡되서 전달된 것 같다"며 "광복이 없어지고 일제 치하 역사를 부정한 채 48년 건국만을 부각시킨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같은 당 소속 김효재 의원도 "(법안 서명에)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면서 자신의 의도와 법안 내용이 달랐음을 시인했다.

조선일보 출신인 김효재 의원은 신문사 재직 당시 광복절과 건국일을 함께 기념해야 한다는 기획을 한 바 있다. 정갑윤 의원의 법안도 같은 내용이라고 생각했기에 법안에 선뜻 서명했다. 그러나 법안이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자는 내용임을 안 김 의원은 "내가 서명을 했기 때문에 정말 어쩔 수 없지만 그런 것에 동의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건국일 따로 기념할 필요 있어"

반면 건국절을 기념하자는 의견에 찬성해 서명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나라당 이화수 의원은 "건국일이라는 것은 나라를 세운 날이라는 뜻"이라며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 법안에 동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건국절 기념이 임시정부 시절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라는 민주당의 비난에 대해 이 의원은 "비약한 부분이 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광복절과 건국절에 선을 긋는 것보다는 함께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괜찮다"면서 "8월 15일을 나라 세운 날로 표현하는 것도 낫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 의원은 광복절을 맞아 "국회가 원구성도 못하고 국민들에게 질타를 받는 것이 부끄럽다"며 "국민과 나라를 위한 정치를 하고 싶은데 당리당략에 발목을 잡혀 안타깝다"는 심경을 전했다.

한나라당 허범도 의원과 현경병 의원도 건국절 기념에 의미를 부여했다. 허 의원은 "건국은 우리 힘으로 나라를 건설했다는 주체성이 담긴 것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의미가 있다"면서 "(건국절 기념을) 진일보하는 포지티브한 모습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허 의원은 "오늘 우리정부가 회갑을 맞았다"면서 "더 방심하지 말고 허리띠를 졸라야 한다"고 말했다.

현 의원도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산업화·민주화·정보화를 시킨 성공적인 나라였다"면서 "건국일을 따로 기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표발의 의원도 "광복절 없애자는 뜻 아니었다"

반면, 법안을 대표 발의한 정갑윤 의원은 현재 건국절 논란에 당혹감을 느끼는 듯 했다. 개정안을 만들 당시엔 45년과 48년 8·15를 함께 기념하자는 취지였기 때문이다. 정 의원실 관계자는 "광복이 있었기 때문에 건국일도 있는 것"이라며 "법안은 광복 건국기념일 등 통합된 명칭으로 두 날을 함께 기념하겠다는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관계자는 "다만 법안 내용에 일부 오해의 소지가 있었던 것은 인정한다"면서 "언론에서 말하는 좌우 이념 대립 의도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법안을 추진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국회가 국민의 여론을 수렴하고 이야기를 논의해 보자는 정도의 역할이 가능할 것"이라며 즉답을 회피했다.

이들 의원 외에도 한나라당 권경석, 김학송 정두언 정해걸 조전혁 홍장표 의원과 무소속 송훈석 의원이 법안 발의에 참여했다.

한편 민주당 등 야 3당은 여당의 건국절 기념 법안에 반대 의사를 밝히며 오늘 15일 경복궁 광장에서 열린 '건국 60주년 기념행사'에 불참했다.

[블로그판] 여의도통신 조혜령 기자 cho@ytongsin.com , 사진 =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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