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국정원 협조자로 검찰 조사를 받은 탈북자 출신의 중국 국적자 김모씨가 자살을 시도했다. 현장에선 유서가 발견되었고 모텔벽에 피로 쓴 ‘국정원’이 있었다. 그뒤에도 글자가 있었지만 ‘국조원’이란 증언도 있고 알아보기 힘들었다는 증언도 있다. 국정원이 간첩 사건을 만들기 위해 증거 조작을 했다는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다가 일어난 사건이다. 문제의 김모씨는 4일 오전 10시부터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고 5일 새벽 5시 귀가하였고 이날 정오 정도 담당검사에게 자살을 암시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보수언론들 역시 이 사안을 외면하지는 못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경우에는 7일자에 1면 기사로 해당 사안을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1면 기사와 10면 기사로, <동아일보>는 1면, 3면 12면 기사로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조선일보>에 비해서도 훨씬 상세하게 보도했는데, 3면 기사에선 검찰 일각에서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다”라는 반응을 싣는 등 보수성을 보였지만 12면 기사에선 현장보존 논란을 다루기도 했다. <중앙일보>는 7일자 12면 기사에서 해당 사안을 비교적 소략하게 다뤘다. 하지만 <중앙일보> 기사는 국정원 협조자가 혈흔으로 ‘국정원, 국조원’으로 썼다는 사실을 보도하면서 “일부 네티즌은 인터넷에 ‘국가정보원은 국가조작원’이라고 비난했다. 조작의 책임이 국정원에 있다고 지목한 것으로 풀이된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한편,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김모씨의 유서 중 야당 지도자들에게 보내는 "유우성은 간첩 맞다.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마라"라는 구절을 그대로 보도하기도 했다.
▲ 7일자 동아일보 3면 기사
진보언론은 해당 사안을 더 적극적으로 보도했다. <한겨레>는 1, 2, 3면 기사에 해당 사안을 담았다. 1면 기사 제목을 <유서에 “박 대통령, 국정원 개혁해달라”>라고 달았고 2면 기사에선 검찰과 경찰의 ‘감추기’ 의혹에 대해 다뤘다. 기사 제목에 김모씨의 유서 중 가장 정부에 껄끄러울 부분을 담았다. 기타 사건의 세부사안은 3면 기사에 배치했다. <경향신문>의 경우 1면 기사와 3면 기사에 해당 사안을 다뤘는데 1면 기사에서 다소 건조하게 사건을 묘사한 후 3면 기사에서 세부 사안과 현장 훼손 의혹을 다뤘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사설에서도 입장을 밝혔다. <한겨레>는 <검찰, 국정원의 꼬리자르기 철저히 차단해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민간인에 불과한 김씨에게 이런 요청을 했다면 그건 처음부터 문서를 위조하라고 지시한 거나 다름없다. 적어도 김씨가 문서를 위조한 사실을 알면서도 정식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영사 증명서까지 붙여 검찰에 제출했을 가능성이 크다. 국정원이 문서 위조의 주범이고, 김씨는 그저 단순 종범에 불과하다고 보는 게 설득력이 훨씬 높다”라며 국정원이 위조의 주역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 7일자 한겨레 2면 기사
<경향신문> 역시 <국정원, 협조자 자살 시도에도 ‘꼬리 자르기’ 할 텐가>라는 비슷한 제목의 사설에서 “ㄱ씨의 자살 시도는 국정원이 이번 사건의 몸통임을 사실상 확인시켜주고 있다. 국정원은 더 이상 국민을 기만하지 말고 진실을 밝혀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두 신문의 사설은 검찰의 태도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한겨레>는 “하지만 검찰 역시 수사 대상이다. 국정원이 위조한 문서임을 알고도 묵인했다면 검찰도 국가보안법상 무고, 날조 혐의로 국정원의 공범이 된다. 검찰이 그런 치욕을 벗어나려면 국정원에 대한 수사 강도를 한층 높여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 (...) 이번에도 진실을 명확히 밝혀내지 못하면 검찰은 ‘국정원의 하인’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 7일자 경향신문 3면
<경향신문>은 엄정 수사를 요구하기 전에 검찰의 처신에도 비판의 잣대를 댔다. <경향신문> 사설은 “검찰도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ㄱ씨가 생명에 이상은 없다고 하나 상태가 중해 진상규명에 차질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핵심 참고인이 극단적 선택을 할 때까지 검찰은 무엇을 했나. ㄱ씨가 국정원에 불리한 진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보호조치를 하지 않고 개인 숙소에 방치한 이유는 뭔가. 검찰은 국정원의 증거조작을 묵인했는지와 별도로, 핵심 참고인의 신병관리에 소홀했던 점만으로도 책임 추궁을 피할 수 없다. 검찰이 그나마 남은 명예라도 지키는 길은 간첩사건 증거조작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 윗선이 어디까지 개입했는지 낱낱이 파헤치는 일뿐이다. 국정원의 꼬리 자르기 시도에 휘말려 면죄부를 줬다가는 특별검사의 재수사를 목도하는 처지로 전락할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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