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사원행동(이하 KBS사원행동)이 원로 언론학자인 유재천 KBS 이사장의 과거 경력을 거론하며 쓴소리를 하고 나섰다. 과거 언론학자로서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주장해왔던 유 이사장이 이제는 정권의 하수인으로 변신했다는 지적이다.

▲ 지난 6월 이사회장으로 입장하고 있는 유재천 KBS이사장 ⓒ서정은
KBS사원행동은 14일 발행한 특보 2면 <탐사보도 1탄 '인간 유재천, 권력의 개로 변신하기까지'>에서 "1996년 KBS 사장 후보였던 유씨는 대통령이 이미 KBS 사장은 홍두표 현직 사장이라고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11명의 이사 중 4명의 이사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이는 당시 정권의 방송통제 정도를 감안했을때 쉽지 않은 결과"라며 "한때 공영주의의 선두에 서서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주창한 유씨가 이제와 KBS를 집권세력의 정치적 도구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공영방송 정치적 독립 주창하더니…'권력의 개'로 변신"

이들은 "유씨는 1990년 7월 노태우 정권이 방송통제 독소조항을 포함한 방송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때 이를 '정부의 방송장악 음모'라고 비판하고 '날치기 통과'의 부당성을 역설했다"며 "유씨가 '막가파 MB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하는 모습은 분노를 넘어 인간적 연민을 자아낸다"고 밝혔다.

이들은 유 이사장의 경력 중 하나인 공영방송발전시민연대 대표직에 대해서도 "공영방송을 제물로 삼아 자신들의 정치적 목표를 이루기 위해 결집한 단체의 수장으로 변신한 것"이라며 "서강대 교수, 언론중재위원, 한국언론학회장, 한림대 부총장, 공발연 대표, KBS이사장 등에 이르기까지 유씨의 궤적은 이 땅의 '매판적 배운것들'이 보여준 굴욕 행보와 매우 흡사하다"고 규탄했다.

다음은 KBS사원행동이 발표한 '탐사보도 1탄'의 전문이다.

(사원행동 탐사보도 1탄) 인간 유재천, 권력의 개로 변신하기까지

1996년 3월 6일 팔레스 호텔, 차기 사장을 결정하기 위한 KBS 이사회가 열렸다. 현직 사장인 홍두표와 다른 한명의 사장 후보에 대해 표결이 진행된다. 김영삼 대통령이 ASEM에서 돌아온지 이틀 만에 열린 KBS이사회.

이미 이원종 정무수석과 대통령이 KBS 사장은 홍두표라고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후보는 11명의 이사 중 4명의 이사로부터 지지를 받는다. 정권의 방송통제 정도를 감안했을때 쉽지 않은 결과였다. 권력의 핵심에서 사장을 결정하는 반공영적 행위와 이미 내정된 사장과의 표결. 그 당사자에게는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을까?

그 당사자가 바로 유재천이다.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주장하고 역설하던 자가 바로 유재천이다.

2008년 8월 유재천은 KBS 역사에 씻을 수 없는 굴욕과 상처를 안겨준다. 2008년 8월 8일 KBS 이사장 유재천은 현직 사장 해임 제청을 위한 이사회에 신변보호를 이유로 경찰병력투입을 요청한다.

한때 공영주의의 선두에 서서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주창한 그가 이제 겨우 국민의 방송으로 재출발하고 있는 KBS를 집권세력의 정치적 도구로 전락시키기 위해 권력의 개로 나섰다. 아무리 사회 변화에 따라 삶의 조건에 따라 변하는 것이 비겁한 인간의 행보라고 하지만 '지식인 먹이사슬'의 최상층에 위치해 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주창하던 자가 '막가파 MB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하는 모습은 분노를 넘어 인간적 연민을 자아낸다.

1990년 7월 노태우 정권은 상업방송인 SBS의 설립과 방송위원회 기능 축소 등 방송통제를 위한 독소조항을 포함한 방송법 개정안을 통과시킨다.

당시 서강대 교수였던 유재천은 '정부의 방송장악 음모'라고 비판하고 '들치기 통과'의 부당성을 역설하며 권력을 비판했다.

그리고 1993년 3월 유재천은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되고 공영방송의 틀을 짜기 위한 공영방송발전연구위원회 위원장은 맡는다. 하지만 공발연-1에서 내놓은 보고서는 공영방송의 공영성과 독립성을 정부의 기대보다 강조함으로써 정부의 정책으로 채택되지 못한다. 그리고 10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이번에는 방송의 편파성을 문제삼으며 뉴라이트계열 언론단체인 공영방송발전시민연대의 대표로 등장한다.

한때나마 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외치고, 공영방송의 중요성을 역설하던 사람이 이번에는 공영방송을 제물로 삼아 자신들의 정치적 목표를 이루고자 결집한 단체의 수장으로 변신한 것이다.

언론학계의 원로로서 유재천의 이력은 화려하다. 서강대 교수, 언론중재위원, 한국언론학회회장, 방송위원회 부위원장, 한림대 교수, 한림대 부총장, 제16대 대선선거방송심의위원회 위원장, 공영방송발전시민연대 대표, KBS이사장에 이르기까지 유재천의 궤적은 이 땅의 '매판적 배운것들'이 보여준 굴욕 행보와 매우 흡사하다.

KBS와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소리높여 외치던 자가 이제 경찰병력까지 사내로 불러가며 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자처하고 있다. 한 인간이 가지기에는 너무나 많은 타이틀을 갖고 살아온 혜택받은 자들의 '헝그리 정신'을 도대체 어떻게 이해하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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