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한 주택임대차 선진화 방안 보완조치를 두고 비판이 거세다. 이는 지난 달 26일 발표한 ‘2.26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대책’의 보완대책이다. 애초 발표된 주택시장 선진화 대책에서 세입자가 월세액에 대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게 한 조치가 논란이 되면서 이에 대한 집주인들의 반발이 거셌다. 정부가 5일 발표한 보완조치는 이러한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것이어서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한편, <중앙일보>는 전세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 확대 조치에 주목했다.

정부의 대책은 세 가지 측면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첫 번째는 이 보완조치가 집주인들에 대한 배려의 성격이 깊다는 것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내용은 주택임대소득이 연간 2000만원 이하인 2주택 보유자에게 내년 2년간 비과세하고 2016년부터 분리과세를 적용하기로 한다는 것이다.

일주일만에 집주인 반발에 정책 무력화된 데다 저소득층 대책도 부족해

애초 지난 달 26일 발표된 주택시장 선진화 대책에서 집 주인들이 내지 않던 세금을 내게 됐다는 사실 때문에 부동산 임대시장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언론을 통해 수차례 제기됐다. 한국에만 있다는 전세 위주의 임대시장을 월세 중심으로 전환시키겠다는 게 정부의 의도지만 이 조치로 오히려 월세를 전세로 전환하겠다는 집주인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보도가 속출한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일단 집주인들을 달래 시장을 안정화 시키기 위한 조치를 취하게 된 것이다.

▲ 정부의 주택임대차 시장 선진화 대책 보완조치를 비판한 조선일보의 6일자 기사.

<경향신문>은 ‘집주인 대책으로 변질된 전월세 대책’ 제하의 기사를 통해 이러한 문제를 비판했다. 은퇴 후 임대소득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고령자들이 지방선거에서 현 정부에 우호적이지 않은 여론을 조성하게 될까 우려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덧붙였다. <조선일보>의 ‘현장 모르는 책상머리 행정, 집주인들 반발에 유턴’ 제하의 기사를 통해 “세금도둑 취급을 당한 것 같아 불쾌하다”는 집주인들의 볼멘소리를 전하며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가 세종시에 틀어박혀 있어 시장과 유리돼있다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다.

▲ 1주일만에 뒤집힌 정부의 전월세 시장에 대한 졸속대책을 비판한 한겨레의 6일자 기사.

정부 대책을 비판하는 두 번째 시각은 결국 일주일만에 뒤집을 졸속 대책을 발표했다는 것이다. <동아일보>의 ‘집주인들 반발에, 일주일만에 또 땜질처방’ 제하의 기사나 <한겨레>의 ‘임대차 선진화 방안 첫발부터 삐끗, 1주일만에 보완’ 등 기사에서 이런 시각이 나타난다. 대책이 일주일만에 수정되는 바람에 오히려 시장에 혼란이 가중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가능할 것이다.

주택 임대차 선진화 방안 보완조치의 세 번째 비판 지점은 2.26 주택 임대차시장 선진화 대책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저소득층에 대한 대책이 미흡하다는 점이다. 지난 달 발표된 월세액 세액공제의 경우 집주인의 임대소득을 규명해 과세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됐지만 정작 과세액이 적은 세입자의 경우 세액공제를 제대로 받을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된 바 있다.

▲ 전월세 대책에서 저소득층 대책이 부재하다는 지적을 내놓은 한국일보의 6일자 기사.

이번 대책에 저소득 세입자에게 주거 급여 지원을 강화하는 주택바우처 도입과 행복주택 등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통한 주거비 부담 완화 등이 포함됐지만 저소득층의 주거 불안을 해결시켜줄 핵심 대책으로 꼽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한국일보>는 ‘집주인 세부담 줄이기 치중, 저소득층 대책은 주택바우처 뿐’ 제하의 기사나 <동아일보>의 ‘대통령이나 장관 중에 월세 살아본 사람이 없는 모양’이라는 제목의 사설이 이런 비판의 관점을 취하고 있다.

전세금 과세에 주목하는 <중앙일보>의 독특한 관점

각 신문들이 이런 시각을 보여주고 있는 가운데 ‘전세금에도 세금 물린다’ 제하의 기사를 1면에 배치한 <중앙일보>의 편집이 눈에 띈다. <중앙일보>는 3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해서만 과세해온 현행 제도를 2016년부터 2주택 보유자의 전세 임대 소득에 대해서도 과세하겠다는 정부 정책에 주목하였는데, 이를 반영한 편집을 보면 이 지점을 다른 신문들보다 훨씬 비중있게 다뤘다는 점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 정부 대책 중 전세금 과세 방침을 1면에 배치한 중앙일보의 6일자 지면.

정부의 의도는 앞서 언급한 2.26 주택임대차 시장 선진화 방안의 반발로 집주인들이 소득 노출을 꺼려 월세 대신 전세 임대로 방향을 바꾸려는 것에 대한 선제조치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보완조치’의 핵심 내용인 ‘생계형 집주인에 대한 구제’라는 점을 무력화시킬 수는 없었기에 정부는 간주임대료의 60%를 필요경비로 빼주고 국민주택(85㎡)이면서 기준시가 3억원 이하 주택은 과세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수도권 아파트의 77.3%는 과세대상에서 벗어나게 된다.

하지만 <중앙일보>의 지면 배치는 정부의 이러한 섬세한 배려에도 불구하고 이번 보완조치에 포함된 전세금 과세 방침이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굳이 이렇게까지 나오는 <중앙일보>의 의도를 알기 위해서는 우선 주택 임대시장의 구조를 다시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 전세금 과세 방안에 대한 조선일보(왼쪽)과 동아일보의 6일자 지면 배치.

지난 달 26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1월 전국의 주택 전·월세 거래량을 보면 아파트의 경우 월세 거래량이 40% 수준이다. 나머지는 전세다. 소위 ‘전세난’으로 전세금이 올라 월세 거래량이 늘어난 결과라고 볼 수 있는데, 지난해까지만 해도 아파트의 전세 거래량은 70%에 달했다고 한다. 즉, 서울지역을 기준으로 보면 전세 거래의 상당 부분은 아파트를 대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수도권으로 범위를 넓혀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정부 대책은 일정 크기와 가격 이하의 주택은 전세금에 대한 과세를 면제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이게 수도권 아파트의 77.3%라고 전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의 이번 보완조치에 따라 과세대상이 될 가능성이 큰 주택은 나머지 22.7%에 해당하는, 아파트이면서 중형이고 고가인 경우가 다수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해당하는 케이스는 대부분 소위 강남권에 집중돼있을 것이다.

<중앙일보>가 강남권 부동산 시장을 염려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디어스>는 지난달 2월 20일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제기된 재건축 시장 대책에서 다른 모든 신문이 초과이익환수제 폐지에 관심을 두고 있는 상황에서 유독 <중앙일보>만 소형평형 의무비율 폐지를 중심에 놓고 지면 배치를 한 것에 대해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고려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관련기사 클릭) 이번 보완조치에 대한 <중앙일보>의 ‘색다른’ 지면 편집 역시 같은 맥락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중앙일보>가 핵심 타겟 독자층으로 어떤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상정하고 있는지가 드러난다. 바로 이 지점이 <중앙일보>의 재미있는 부분이다. 나머지 정치, 사회 이슈 등에 대해서 <중앙일보>는 다른 보수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도적인 관점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즉, <중앙일보>의 이와 같은 행보는 한국사회 중간층들의 어떤 특정한 시대정신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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