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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감정’ 김진욱, 연극하다 단숨에 주연으로 발탁된 신데렐라[블로그와] 박정환의 유레카
박정환 | 승인 2014.03.05 14:43

배우 김진욱은 촬영한 지 2년 만에 영화가 개봉한지라 남다른 감회가 있을 법하다. <레바논 감정>으로 영화 데뷔를 한 김진욱으로선 영화가 전주국제영화제, 모스크바영화제에서 수상까지 하게 되며 평생 잊지 못할 영화로 자리매김할 것 같다. 영화 속 헌우 같은 자상한 남자가 곁에 있으면 외롭지 않을 것 같다는 당차고 꿈 많은 배우 김진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영화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저수지 수호신을 연기하는 김재구 오빠와 <봄봄> 공연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 대사 위주의 캐릭터가 아니라 이미지 위주의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었다. 정영헌 감독님이 김재구 오빠의 지인이라 공연을 보러 왔다. 그때 감독님이 저를 보았다. 감독님과 동석하는 자리에서 작은 역할이라도 영화에 출연하게 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감독님이 제 요청을 흘려듣지 않았다. 정말로 영화에 출연해 달라는 섭외 연락을 받았다. 단역인 줄로만 알았다. 만나서 큰 줄거리를 보니 주연이라 깜짝 놀랐다. 제가 주연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 시나리오가 없이 촬영했다

“배우는 시나리오가 있어야 감정이입할 때를 구분할 수 있다. 그런데 기본적인 시놉시스만 있고 구체적인 시나리오가 없이 연기해야 했다. 감독님이 자유롭게 찍었으면 좋겠다는 주문을 했다. 시나리오라는 틀에 박히지 않은 상태에서 영화가 나오기를 바랐다. 생각보다 애를 많이 먹었다. 가령 가죽 남자가 어느 부분에서 대사가 나오고, 그러면 저는 어떻게 대사로 치고 나가고를 파악해야 하는데 시나리오가 없어서 NG가 많이 났다.

정영헌 감독님은 배우를 포기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 힘들면 그 장면은 타협할 법 한데도 절대로 타협하지 않는다. 원하는 장면을 잡아내지 못하면 배우에게도 피해가 간다고 생각한다. 감독님의 몰입도가 배우의 집중력을 이어냈다.”

- 추운 날에 촬영하고, 발을 다친 캐릭터라 촬영하며 고생이 많았을 법하다

“스타킹이 두터운 게 아니라 여름 레깅스라 얇았다. 뚱뚱해 보일까봐 얇은 걸 입을 수 없었다. 산에서 촬영할 때 신발이 방수가 아니라 눈이 마구 들어가기도 했다. 연기를 잘하고 싶은 것보다 추위와 싸우며 연기했다. 영화 장면을 보면 맨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의 느낌이 다르다. (겨울 추위에 언) 피부도 연기를 했다고 보아야 한다. 힐을 신고 산을 달려야 했다. 촬영 중 굽이 부러졌다. ‘촬영을 하지 못 하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감독님은 굽이 있는 척 하고 걸어오라는 주문을 했다. 굽이 있는 척 하고 걷기도 했다.”

- 왜 영화 속 캐릭터는 주인공 헌우를 제외하고는 이름이 없나

“이름이 있으면 캐릭터의 사연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야 한다. 이름이 없어야 사연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고 본 거다. 그래서 캐릭터에 이름이 없다. 만일 제가 연기한 캐릭터에 이름이 있었다면 제 실명인 ‘진욱’이 되었을 거다. 제 이름이 영화에 등장하는 게 싫었는데, 감독님은 이름의 느낌이 남자 같아서 좋아했다. ‘맨 마지막에 이름이 뭐에요?’하고 여자에게 묻는 대사가 나온다. ‘진욱’이라고 대답하는 촬영분이 있었다. 감독님이 찍긴 했지만 ‘이건 좀 아닌 것 같다’고 판단해서 편집되었다.”

- 여자는 헌우에게 ‘속옷 사 달라’는 등 요구하는 부분이 많다

“여자의 성격이 소극적이지 않다. 필요한 게 있으면 거침없이 이야기하는 성격이다. 함께 술 먹으며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있다. 그때는 동정심에 기인한 관심이 아니었나 싶다.”

   
 
- 촬영할 때 있었던 에피소드를 들려 달라

“가죽 남자를 연기한 장원영 선배님은 잘 대해 주시지만 진지한 편이다. 사냥꾼을 연기한 조석현 선배님이 현장 분위기를 많이 살려주었다. 해가 지면 촬영을 하지 못한다. 점심을 건너뛰고 간식을 먹고 촬영하던 때였다. 촬영 중에 조석현 선배님이 사라졌다. 어디 갔나 했는데 동네에서 라면을 사가지고 와서 주전자에 라면을 끓여주셨다. 정말 꿀맛이었다.”

- 가죽 남자와 여자 사이에는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

“가죽 남자는 여자를 사랑했다. 제가 상상하는 여자의 사연은 이렇다. 여자는 가족을 돌봐야 했다. 여자가 돌보는 가족이란 어머니와 아버지가 있는 가족이 아니다. 할머니와 언니 등의 가족으로 설정했다. 가족을 위해 일을 해야 하는 여자다. 여자가 가죽 남자를 볼 때엔 아빠 같은 마음이 있다. 그러나 여자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 폭력적인 남자다. 하지만 가죽 남자가 아무리 미워도 아빠를 죽일 수는 없다. 마지막에 여자가 가죽 남자에게 돌로 내리치는 장면이 있다. 더 이상 만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밉지만 죽이지는 않는다. 애증의 감정이다.”

- 영화를 본 지인들의 반응은 어땠나

“영화를 함께 직은 것처럼 이야기를 해 주신 선배님이 있었다. 제가 센 역할을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고 영화를 본 선배님은 너무 놀랐다고 한다. 성적으로 폭력적인 장면이 있다. 찍을 때 힘들었겠다고 이야기해 주는 분도 있었다. ‘한 단계 발전한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해 주는 분도 많았다.”

   
 
- 연기는 어떻게 시작했나

“중고등학생 때에는 가야금을 전공했다. 고 3때 가야금을 전공할 생각으로 입시를 준비했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우연히 연극 한 편을 보았는데 뇌리에 깊이 박혔다. 공부해 보고 싶다는 생각에 연기 학원에 들어가고 연극영화과를 진학했다. 연기학원에서 짧은 기간에 연기를 배우고 학교에 들어가서 처음에는 힘들었다. 3학년 때부터 연기의 맛을 알기 시작했다. 요즘은 연극을 잘 안 보려고 한다. 보면 연극을 하고 싶어서다.”

- 앞으로 어떤 연기를 하고 싶나

“가식이 없는 연기를 하고 싶다. 카메라가 생각보다 민감하다. 조금만 다른 생각을 하거나 배역에 몰두하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티가 나는 게 영화 촬영 현장이다. 촬영할 때 집중력이 강한 배우가 되고 싶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박정환  js7keie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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