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선물은 시쳇말로 믿고 보는 배우들이 줄줄이 출연한다. 드라마 내용을 떠나서 이보영, 김태우, 조승우 등 배우들의 빼어난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힐링이 되고도 남는다. 그런 한편 이런 배우들이 열연을 보일수록 사실 시청자의 기대 수준은 더욱 높아진다. 특히 연기 외적으로 분장, 소품 등등 사소한 것까지도 더 완벽해지기를 바라게 되는 것이다. 신의 선물은 그런 시청자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신의 선물 2회는 한마디로 아이를 잃은 엄마의 슬픔에 빠져야 했다. 사실 이런 장면에서 국내외의 얼마나 많은 명배우들이 그 고통을 실감나게 연기했는가. 아무리 연기에 물이 오른 이보영이라 할지라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엄마의 고통과 절망이 잘 전달되어야 이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의 몰입이 보장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혼신의 연기가 요구되는 시점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보영은 기대와 믿음에 배신하지 않았다. 가짜 유괴범을 쫓아가서 벌이는 전철역에서의 격투신이나 유괴범에게 딸을 살려달라는 사정을 하기 위해 마련된 방송에서의 이보영은 연기라고 생각지 못할 정도로 가슴 저미는 연기는 보였다. 전철역에서는 바닥에 시각장애인용 요철이 있어 부상이 우려되는 악조건이었지만 이보영은 온몸을 던져 바닥을 굴렀다.

방송으로는 잠깐이었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촬영을 했을 테니 아마도 온몸에 멍이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유괴범은 가짜였다. 진범을 못 잡은 것이 아쉬운 것이 아니라 딸을 유괴하고도 아무런 연락조차 않는 것이 더 두렵다. 그 절망과 두려움에 마련된 방송은 이보영의 완벽한 모노드라마였다. 딸을 잃은 엄마의 슬픔과 공포가 처절하게 그려졌다. 그렇지만 이것은 겨우 시작에 불과할 것이다. 결국 딸은 살아서 돌아오지 못했다.

딸이 죽고 49제까지 지나고도 엄마 이보영은 일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결국 딸이 갇혀있던 호숫가 창고에서 한참을 엎드려 있던 엄마는 호수에 몸을 던진다. 그런데 그 순간 또 다른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조폭의 아내를 잘못 건드린 죄로 조승우가 발에 돌을 매단 채로 물에 던져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보영을 먼저 발견한 것은 조승우였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선 이보영에게 살려달라고 소리를 쳤지만 조폭들은 아랑곳 않고 조승우를 그대로 물에 던졌다. 이보영 또한 먼발치의 아우성에 귀를 기울일 겨를이 있을 턱이 없다. 거의 동시에 물로 뛰어들었다.

분명 두 사람이 한 호수에 빠진 것은 앞으로 전개될 상황에 매우 중요한 매개가 될 것이다. 알려진 것처럼 이보영은 딸을 살리기 위해 2주간의 타임워프를 하게 될 것이고, 거기에 조승우가 합류하면서 또 다른 미스터리를 풀어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단히 중요한 장면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 고전 심청전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다른 어떤 타임워프와 다른 설득력을 가졌다고 할 수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 중요한 장면이 너무도 허술한 연출로 엉망이 돼버렸다. 아무지 무식한 조폭이라도 대낮에 사람이 보는 앞에서 버젓이 살인을 저지른다는 것은 너무도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그 장면을 지켜보는 이보영을 잡으러 뛰어온 것도 아니고, 사람이 있어도 개의치 않는 모습은 너무도 개연성이 떨어졌다. 지금까지 끌어왔던 미스터리한 분위기에 재를 뿌리는 터무니없는 옥에 티였다.

꼭 이보영과 조승우가 그렇게 가까운 곳에서 물에 빠졌어야 했을까.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도 풀어가야 할 많은 미스터리의 해결에 기대감이 떨어지게 된다. 이런 식의 얄팍한 연출은 배우들의 열연을 깎아먹는 배신이며, 시청자를 안목을 얕잡아보는 태도다.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작은 방심과 무능이 명품을 짝퉁으로 전락시킨다는 것 역시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주저 없이 이 작품을 선택한 명품배우들과 그 배우들에 이끌려 신의 선물에 기대하는 시청자를 실망시키지 말기 바란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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