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시작된 SBS 새 월화드라마 신의 선물은 연기대상끼리의 조우라는 캐스팅의 특별함 때문에 시선을 끌었지만, 정작 드라마가 시작되자 그들의 이력보다는 그들의 역할에 더 주목하게 된다. 특히 시청률 여왕의 자리에 오른 이보영이 결혼이라는 커다란 변화 후 첫 작품에 어느 정도 에너지를 쏟아 부을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좀 더 컸다. 그러나 이보영이라는 배우에게는 결혼마저 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그런가 하면 자그마치 연기대상이라는 대단한 영예를 스스로 부인해버린 강단의 배우 조승우의 삼류해결사 변신 역시 주관심 대상이었다. 물론 단순한 해결사가 아니라 미스터리를 잔뜩 숨긴 존재다. 전직 경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형수의 동생이라는 복잡한 상황에 처해있기도 하다. 등장인물 중에서 가장 복잡한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어쨌든 이보영과 조승우의 존재감 대결은 불꽃이 튈 것이 분명하다. 그 사이에서 시청자는 행복해질 일만 남았다.

우선 신의 선물은 프롤로그가 독특했다. 온통 그로테스크한 색의 애니메이션 동화가 등장했는데, 그 안에 이 드라마의 내용이 전부 들어있다. 죽음의 사신이 데려가 버린 딸을 찾기 위한 처절하고도 포기 없는 모성에 대한 동화인데 사실 무척이나 잔혹한 내용이다. 딸이 사라진 흔적을 찾기 위해 엄마는 길고 아름다운 머리칼을 내어주고, 날카로운 가시덤불을 맨살로 껴안아야 했고, 어두운 호수를 만나서는 두 눈을 빼서 물에 던져야 하는 내용이다. 너무도 잔혹한 내용이어서 이것을 엄마 이보영이 딸 김유빈에게 읽어주는 설정이 다소 의아했다.

그러나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이보영과 조승우라는 대단한 흥행배우들이 주저 없이 선택했다는 이 드라마는 의외로 흥행의 걸림돌이 많다. 무엇보다 신의 선물에는 러브라인이 없다. 연쇄살인범에게 딸이 납치당한 상황에 그런 것이 낄 자리가 있을 턱이 없다. 당연히 백마탄 왕자도 없고, 신데렐라도 없다. 소위 한국드라마의 단골양념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고도 성공하기는 연애중독의 한국드라마 시장에서는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물론 손현주의 추적자가 그러고도 성공했듯이 이보영 판 추적자라 할 수 있는 신의 선물도 성공할 수 있으며, 또 반드시 성공할 거라는 믿음이 있다. 아니 성공해야만 하는 당위가 더 크다. 강력범죄들 중에서도 여성과 어린이 납치 및 상해 사건은 절대 용서할 수 없는 범죄다. 아직까지도 미해결로 남아있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불행은 항상 남의 일이어야 한다는 두려움 때문인지 이런 사건에 대한 우리 사회의 몰입은 크지 않다.

또한 우리는 정치적으로 매우 혼란한 시기를 지나고 있다. 정치가 혼란하면 사람들은 자연스레 뉴스에서 멀어지게 된다. 정치만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현안에도 둔감해지는 것이다. 그럴 때 가장 걱정되는 것이 치안의 공백이라 할 수 있다. 그 방심의 허를 찌를 드라마라는 점에서 신의 선물의 등장은 그야말로 신의 한 수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드라마의 미덕이 될지 아니면 논란의 대상이 될지 모를 특별한 요소가 있다. 범죄에 대한 대단히 단호한 태도다. 흔히 말하는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인도주의에 대해 이 드라마는 정면으로 부인하고 나섰다. 이보영이 방송작가로 일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그 태도를 분명히 했다. “죄가 무슨 죄가 있나요. 저지른 놈이 나쁜 놈이다” 다소 선동적일 수 있지만 분명 하소연할 곳도 없는 피해당사자들에게는 공감이 될 선언이다. 쉽게 용서하지 않겠으며 응징하겠다는 다짐으로 보인다.

어쨌든 추적자의 손현주를 통해서는 애끓는 부정을 느꼈다면 이번 신의 선물을 통해서는 처절한 모정을 겪을 차례다. 이보영이라면 200% 기대해도 좋을 감성의 선물이 될 것이다. 또한 이 드라마는 어린이 실종 및 납치에 대한 아주 상세한 예방 프로그램도 될 것이다. 아주 사소한 방심으로 벌어질 수 있는 비극을 막기 위해서라도 꼭 부모 입장이 아니더라도 모든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보통의 드라마가 설렘을 준다면 신의 선물은 두려움을 줄 것이다. 그렇지만 무작정 두렵기만 하기에는 이보영, 조승우가 주는 설렘은 너무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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