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 Best Partner in Life”

당신의 가장 좋은 동반자, 복수 유선방송 사업자(MSO) 티브로드홀딩스는 스스로를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티브로드를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티브로드의 주요 업무를 묵묵히 담당하는 노동자들의 생각은 이와 다르다. 티브로드는 이들에게 그다지 좋은 동반자가 아니다. 전국 77개 사업권역 가운데 21개 권역에서 21개의 유선방송 사업자(SO)를 보유하고 있는 티브로드는 전체 유선방송 가입자 1480만명 가운데 3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해 CJ헬로비전과 함께 업계 1~2위를 다투는 대기업이지만, 그 위상에 맞는 사회적 책무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티브로드 가입 고객들의 방송, 인터넷, 인터넷 전화 등 AS 업무를 도맡아 하는 이들은 티브로드 소속이 아니다. △영업/마케팅 △설치 △A/S 및 철거 △공사 △고객관리·TM 등 각 부서에 속한 이들은 ‘센터’라고 불리는 외주업체에 고용돼 있으나, 원청인 티브로드로부터 관리를 직접 받는 하도급 구조로 일을 하고 있다.

티브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3월24일 노조를 결성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희망연대노동조합 티브로드 지부는 지난해 9월, 31일간 파업을 이어가기도 했다. 회사 쪽과 잠정 합의안을 도출하면서 구성원들의 근로 조건은 다소 나아지는 듯 했으나, 최근 티브로드가 협력업체에 대한 새로운 방침을 밝히면서 이들은 약 4개월 만에 티브로드 본사가 위치한 광화문 흥국생명건물 앞에 다시 섰다. 이들이 다시 규탄집회를 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 2월12일 오전 서울 광화문 태광 티브로드 본사 앞에 모인 민주노총서울본부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 비정규직 티브로드지부 조합원들이 티브로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월25일 인사동에서 만난 민주노총 희망연대노동조합 케이블방송 비정규직 티브로드 지부 이시우 지부장은 원청인 티브로드홀딩스가 “고객 서비스에는 뒷전이고 신규 가입자를 늘리는 데만 열을 올리고 있다”며 티브로드의 현 행태를 강하게 꼬집었다.

케이블방송의 경우, 직접 방송에 가입한 고객에게 시청료를 받는 것 뿐 아니라 가입자 수에 대비해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채널이나 홈쇼핑 채널에서 수수료를 받아 이익을 챙긴다. TV를 시청하는 모든 이들이 사실상 티브로드의 고객과도 마찬가지인 셈이다. 그런데도 티브로드 쪽은 고객 서비스 향상을 위한 노력 보다는, 가입자 수 확장에만 목을 메고 있다는 지적이다.

“어쨌든 고객 때문에 매출이 발생하는 회사인데도 불구하고 고객 서비스는 뒷전인거다. 고객 서비스를 만족시키고 향상하기 위한 노력을 안 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고용 불안에 시달리지 않아야 제대로 서비스를 한다. 서비스 제공 기준이 보통 2,500 가입자 당 기사 한 명이 배치되어야 적절한데, 지금은 8,000~10,000 가구를 한 사람이 담당한다. 상대해야 하는 가구 수가 광범위하다 보니까 실질적으로 가서 이만큼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도 시간에 쫓기고 거리에 쫓기니 대충대충 할 수밖에 없다. 제대로 할 수 없는 시스템을 티브로드 홀딩스가 강행하고 있다. 적정 인력을 배치해야 함에도 뒷전이다. 신규 가입자 늘리는 데만 열을 올리고 있다. 다른 SO 인수에만 돈을 쓴다든지. 고객 서비스의 질 향상 위해 투자를 안 하면서 외부 유통이나 조직을 끌어들이는데 돈을 쓰고 있다면 고객을 기만하는 태도가 아닌가.”

“감정 노동에서 오는 스트레스 많아 …고객 만족 신경 많이 써야”

티브로드 지부에 속한 노조원들은 주로 설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TV 혹은 인터넷을 이용하는 고객이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갔을 때, 신규 고객이 설치를 요구했을 때, 혹은 AS 요청이 있을 때 고객들의 집에 방문해 문제를 해결한다. 고객들의 집을 직접 방문해 작업을 하는 직업적 특성 때문에 이들은 기술 노동자이면서 동시에 감정 노동자이기도 하다.

“감정 노동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많다. 고객들이 AS를 신청했을 때는 뭐가 안 되기 때문에 신청을 한 것이기에 심리적으로 화가 나 있는 상태의 고객 집을 방문할 때가 많다. 고객들을 상대하려면 친절해야 하고, 고객 만족을 위해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회사에서는) 고객 만족도를 실시간으로 조사한다. 실제 단계는 △매우 만족 △만족 △보통 △불만족 △매우 불만족 이렇게 5단계인데 ‘매우 만족’이 나오지 않으면 원청인 티브로드에서는 (기사들이) 서비스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기에 실제로는 매우 만족이냐 아니냐 두 단계밖에 없는 셈이다. 이러한 지표 때문에 원청 티브로드에서 압박을 한다. ‘왜 안 됐냐’면서 사유서를 쓰라고 강요하기도 하고. 그러다보니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고.”

▲ 민주노총 희망연대노동조합 케이블방송 비정규직 티브로드 지부 이시우 지부장 ⓒ미디어스
즉, 원청인 티브로드는 고객들로부터 ‘매우만족’이 나오지 않을 경우 설치 기사들에게 사유서를 쓰게 하는 등 노골적인 압박을 한다는 비판이다. 이 뿐 아니다. AS가 재발생 할 경우, 기사들에게 불이익이 가는 불합리한 구조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예를 들어 여러 상품 가운데 방송에 대한 AS를 받은 고객이 다음날 인터넷에 대한 AS를 신청하게 되면 같은 가입자에게서 AS가 반복되었다는 이유로 AS가 재발생 되었다는 평가를 한다고 한다. 실질적으로 다른 건인데도 같은 가입자라는 이유 때문에 기사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이다.

그래도 노조가 생기고 난 뒤 티브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은 다소 나아졌다. 지난해 노조가 결성되기 전만해도 한 달에 한 번 쉬는 경우도 어려웠지만, 지금은 한 달에 한 번 정도만 일요일에 근무를 하는가 하면 평일 근무 시간도 평균 9시간 정도가 됐다. 또, 전 직원 평균 임금이 굉장히 낮긴 하지만 노조 결성 전과 비교했을 때 평균 40만원 정도가 인상되기도 했다. 현재 티브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평균 임금은 세금 공제 전 약 220만원 정도이다.

하지만 최근 티브로드가 협력업체와 관련해 ‘1년마다 교체’, ‘영업 실적 점수제 도입·차등지원’ 방침을 밝히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티브로드는 또 지난해 10월 노동조합과 협약을 체결한 지 불과 4개월도 지나지 않아 협력업체 외 사업부에서 직접 관리하는 외주영업팀을 가동하면서 다단계 하도급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노동자들은 고용 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시우 지부장은 이와 관련해 원청인 티브로드가 정책을 바꿔 협력업체에 제공하는 고정비용을 이제는 실적에 대비해 지급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는 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해 원청인 티브로드가 협력업체에 제공하는 고정비용이 있었다. 그 지역을 유지, 보수하는데 필요한 고정비용 줬는데 이번에 (정책을) 바꿨다. ‘고정비용 주지 않겠다. 다만 실적 대비, 지표 대비해 지급하겠다’고. 실적이 계속 좋을 수는 없다. 실적과 지표에 대비해 지급하게 되면 회사가 고정적으로 지급해야 하는 사무실 유지비, 인건비 등이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 높고, 임금 체불이 될 가능성도 높다. 그렇기에 센터에 대한 체계 개편을 중단하고, 협력업체가 센터를 (자체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상생 지원금을 고정적으로 내려달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티브로드 고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이시우 지부장은 “고객들의 관심이 필요한다”면서 “노조가 임금 인상이 아닌 케이블 공공성, 즉 시청자의 권리를 찾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는 것을 고객들이 인지해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어쨌듯 요금을 내고 방송을 보고 인터넷을 사용하면서도 실질적으로 고객들은 케이블 방송의 이런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서 (고객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케이블 방송 업계를 관심 있게 들여다보고 본인이 내는 시청료가 합당한지, 시청료에 합당한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는지 관심 가져야 한다. 그런 관심이 곧 소비자 권리이다. 고객들이 관심 없으니 기업이 고객에게 제공해야 할 서비스를 방관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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