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올림픽의 계절이다. 연일 이어지는 금메달 소식에 열광하는 국민들이 하나둘 씩 늘고 있다. 온 더 그라운드(on the ground)에서는 승전보에 열광이 이어지고, 패전에 장탄식이 꼬리를 문다. 그 와중에 언더그라운드에서는 제철 맞은 올림픽 마케팅이 한창이다.

▲ 한겨레신문 8월 9일자 1면

자가발전식, 메달리스트와 친해요!

이중 가요계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가요계의 불황은 이미 알려진 바다. 가수가 노래를 부를 수 있는 TV프로그램은 지상파 3사의 가요 순위 프로그램 등 손으로 꼽을 정도다. 결국 얼굴과 노래를 알려야 하는 가수들은 버라이어티 등 공개 오락 프로그램의 단골 고객이 되어 방송을 누빌 수 밖에 없다. 이런 탓에 일부 가수들은 ‘개그맨’으로 불리고, 연기를 겸업하는 이도 적지않다.

앞뒤가 꽉 막힌 것 같은 상황에서 올림픽은 호재일 수 밖에 없다. 기획사 관계자는 가수와 노래를 알리기 위해 메달리스트와 ‘선’을 대는 일이 부지기수다. 구차할 수 있는 홍보는 일면 먹기살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다.

홍보의 메인 타깃은 수영 자유형 400 금메달리스트로 ‘올림픽영웅’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박태환이다. 신인그룹 2AM은 자신의 노래 ‘아니라기에’가 박태환의 미니홈피 배경음악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탤런트 한지혜는 박태환의 팬이라고 전제한 후 ‘베이징 올림픽 수영 테마송’을 녹음했다고 한줄 걸쳤고, 탤런트 이소연 역시 식상한 아이템인 ‘올림픽 대표팀 선수들에게 파이팅을 외쳤다’는 보도자료를 뿌렸다. 신인가수 문지은은 유도 은메달리스트 왕기춘의 미니홈피를 들먹이며 “문지은의 엉덩이를 ‘나이스 히프’라고 했다”는 민망한 소식을 알렸다. 일부 연예기획사의 경우, 욕먹을 것을 알면서도 보도자료를 쓰는 심정은 어떨까?

NCND식, 우린 몰라요!

스타덤에 오른 연예스타에게 과도한 홍보는 구설이 따르게 마련이다. 그중 원더걸스의 선예는 네티즌들의 오해를 피하기 위해 함구를 택했다. 원더걸스의 선예는 박태환과 동갑내기로 서로 같은 교회를 다닌다. 이뿐이 아니다. 둘은 지난해부터 두어차례 ‘열애설’이 나기도 했던 전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 와중에 선예가 ‘박태환의 금메달 획득 순간, 소리를 질렀다’는 기사가 나왔고, ‘홍보 의혹’이란 질타가 이어졌다. 결국 소속사는 그에 대한 확인요청에 선예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말로 말을 아꼈다.

박태환의 금메달 송은 ‘소녀시대’의 노래 ‘소녀시대’였다. 이 역시 많은 사람의 입에 회자됐고, 이 노래가 세계에 중계됐다는 전제로 소녀시대의 한류시대란 칭송이 이어졌다. 하지만 꼬리를 문 기사에 하나둘 ‘홍보 의혹’이 제기됐고, 이에 놀란 소속사 역시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어느정도 지명도를 확보한 이들 여성그룹은 네티즌의 반응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이효리의 ‘겟차’는 올림픽 중국대표팀의 응원가로 농구·비치발리볼 등의 치어리더 배경음악으로 쓰이고 있다. 하지만 이 뉴스가 소속사에게 부담이 아닐 수 없는 모양이다. 전소속사에서 발표한 ‘겟차’는 발표하자 마자 ‘표절 의혹’을 받았고, 결국 2집 활동을 접었던 전력 탓이다. 최근 3집 활동으로 가수 입지를 다진 그녀가 과거의 안좋은 기억 때문에 전전긍긍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 경향신문 8월1 3일 5면

어부지리식, 기분 좋네요!

2008 베이징올림픽 중국 대표팀 공식 응원가로 꼽힌 한국 노래는 4곡이다. 중국 대표팀 응원에 쓰이고 있는 노래는 30여 곡이다. 대부분 팝송이나 중국 노래지만, 이중 한국 노래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가슴이 뿌듯해 진다. 이효리의 ‘겟차’에 대한 반응과 달리, 3곡의 한국 노래 관계자는 입이 귀에 걸릴 만하다. 아이비의 ‘유혹의 소나타’, 싸이의 ‘챔피언’, 박진영의 ‘스윙 베이비’가 그것이다.

안타깝게도 아이비는 남자친구의 협박사건으로, 싸이는 병역비리에 연루돼 재입대하면서 국내 활동을 전면 중단한 상태다. 하지만 만날 수 없는 그들의 노래가 중국 대륙에서 올림픽 열기를 달구고 있으니, 팬들에게는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효리 소속사의 걱정과 달리, ‘겟차’도 현지에서 화제르가 되고 모으고 있다. 이 노래는 지난 10일 중국과 미국의 남자농구 경기 때 치어리더의 응원가로 쓰였고, 경기에 참가한 미국프로농구(NBA) 선수들이 ‘이 노래 좋은데 누가 불렀느냐’고 물었을 정도다. 이효리의 1집 ‘텐미니츠’는 유도 금메달리스트 최민호의 금메달송으로 쓰여 이효리의 인기를 중국 대륙으로까지 잇고 있다.

또다른 핵폭탄급 홍보 아이템은 카운트다운 중이다. 박태환의 경기 직전 헤드폰을 끼고 들은 노래에 대한 관심이다. 박태환 역시 “1500 경기 후 알려주겠다”는 말을 남겨, 이후 도배될 ‘특종’ 인터넷 뉴스가 예고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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