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별미 ‘도다리 쑥국’을 국정원 증거조작 사건보다 비중 있게 보도하는 방송뉴스를 꼬집고, 국정원의 증거조작 의혹의 심각성에 대해 꼼꼼하게 분석한 SBS 기자의 기사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 SBS 김요한 기자가 26일 올린 '도다리 쑥국보다 못한 증거조작 사건' 기사

SBS 보도국 법조팀의 김요한 기자는 26일 SBS 뉴스 홈페이지 내 ‘취재파일’에 <도다리 쑥국보다 못한 증거조작 사건>(기사 링크)이라는 기사를 올렸다. 김요한 기자는 “도다리 쑥국이 봄을 알린다는 소식을 전한 지상파 메인뉴스들은 증거조작 사건을 단신으로도 처리하지 않는다. 이 사건이 도다리 쑥국보다 뉴스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인가?”라며 수사기관의 증거조작 의혹을 소홀히 하는 언론에 대한 답답함을 드러냈다.

김요한 기자는 “‘간첩’과 ‘증거조작’을 구분해서 봐야 한다. ‘유우성이 간첩이냐’와 ‘국정원이 증거를 조작했냐’는 전혀 다른 문제다. 유우성이 간첩이든 아니든 수사기관은 증거를 조작해서는 안 된다”며 “검찰도 정치권도 언론조차도 ‘사실이 무엇인가’보다는 ‘누구 편에 유리한가’에 더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요한 기자는 △유우성은 어떤 사람인가 △유우성은 간첩인가 △검찰 증거가 조작됐나 △뭐가 어떻게 조작됐나 △검찰이 문을 닫을 수도 있는 사안인데… 등 5가지 주제로 이번 사건에 대한 사실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김요한 기자는 우선 유씨가 간첩인지는 아직 단정 지을 수 없다고 말했다. 국정원이 유씨의 간첩 혐의를 9가지로 정리해 넘겼지만, 재판부가 “간첩활동을 한 게 아닌가 의심이 든다”면서도 검찰이 증거로 입증을 하지 못해 의심만으로 유죄 선고를 내릴 수 없다고 판단, 무죄를 선고했기 때문이다.

이후, 검찰의 증거 어느 부분이 ‘위조됐다’는 것인지 쉬운 설명을 곁들여 독자의 이해를 도왔다. 김요한 기자는 △유우성, 검찰이 각각 낸 유우성의 중국-북한 왕래 기록의 결과가 다른 점 △1회용 통행증을 2번 썼다는 주장 △공문 발급 기관의 신뢰성 저하 △명확하지 않은 공문 생산자 등을 주요한 문제라고 짚었다.

김요한 기자는 “요즘 같은 시대에 수사기관이 직접 증거자료를, 그것도 외국의 공문서를 위조해 법원을 속이려 했다면 이는 대한민국 사법체계의 근간을 뒤흔들어 놓을 만한 일이며, 검찰 자체가 문을 닫아야 할 만큼 어마어마한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권도 언론도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를 애써 꺼리는 듯한 분위기”여서 “사안의 본질은 어디 가고 여느 때처럼 곁가지 공방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뉴스에 담지 못하는 현장의 기록 기사화 ‘활발’

지난 14일, 검찰의 증거조작이 중국 대사관의 ‘확인’으로 드러났다. 민변 등의 주장으로 그동안 ‘의혹’으로만 존재하던 ‘증거조작’을 중국당국이 확인해 줌에 따라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지만, 소위 메이저 언론에서는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았다. 특히 지상파 3사 방송뉴스에서 그런 경향이 두드러졌다. 14일 KBS <뉴스9>는 해당 소식을 19번째로 후반부에 배치했고 MBC <뉴스데스크>는 아예 누락했다. SBS <8뉴스>는 “검찰이 위조된 증거기록을 제출하게 된 경위와 그 출처가 드러날 경우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며 10번째로 보도했다.

하지만 증거조작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도 방송뉴스들은 이 ‘뉴스’를 홀대했다. 국정원이 출입기록 진본을 받아놓고 검찰에 위조본을 넘긴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20일 이후에도 방송뉴스는 해당 의혹 관련자인 조백상 선양 주재 총영사를 조사했다는 단신을 전할 뿐이었다. SBS <8뉴스>가 지속적으로 해당 소식을 다뤘으나, 올림픽 기간과 겹쳐 순서는 밀렸다.

‘도다리 쑥국’이나 ‘문화가 있는 수요일’을 맞아 창작극을 보았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소식은 리포트로 소개되는데, 정작 사법부 근간을 흔드는 ‘증거조작’ 사건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방송뉴스에 대한 ‘방송기자’의 쓴소리가 가볍지 않게 들리는 이유다.

▲ 25일 KBS 뉴스9와 MBC 뉴스데스크는 '도다리 쑥국' 리포트를 내보냈다. 이날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민주노총이 국민 총파업을 벌인 날이었다. 국민 총파업은 단신으로 처리됐고 MBC 뉴스데스크에서는 아예 '무보도'로 나왔으며, 검찰 증거조작 사건 역시 보도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취재파일’이 가지는 의미는 특별하다. 취재기자들의 현장 뒷이야기를 전하는 ‘취재파일’은 지난 2001년부터 시작돼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데, 방송뉴스의 짧은 리포트 안에는 담기 어려운 구체적인 내용들로 독자들의 ‘뉴스 이해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뉴스에 대한 보다 자세한 배경 설명이 돼 있고, 기자의 관점까지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지닌다. 매일 각 부서에서 기사화가 이루어져 활발히 업데이트된다는 점도 장점이다.

<도다리 쑥국보다 못한 증거조작 사건>을 쓴 법조팀 김요한 기자는 그동안에도 꼼꼼한 기사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김요한 기자는 지난해 6월에도 <원세훈 불구속, 뭐가 문제인가>라는 기사로 검찰수사팀의 구속 의견을 막은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장관의 눈치를 본 검찰을 비판했다. 지난 11일, 12일에는 김용판 무죄 판결에 대해 <읽을수록 답답한 판결문>, <쉬운 판결문 : 김용판 1심 판결> 등의 기사로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판결문을 ‘쉽게 해석’해 주기도 했다.

권지윤 기자 역시 25일 <추락하는 최강 수사기관 한국 검찰의 붕괴>라는 기사로 검찰이 밀행성을 빙자한 불투명성을 고수해 위기를 자초했고, 증거조작 본질 왜곡을 거들고 있다고 말했다. “검사는 수사가 정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고민해서는 안 된다”는 <도쿄지검 특수부의 붕괴> 저자의 말을 빌려 검찰은 ‘증거를 찾고 그 증거에 따라’ 수사를 하면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근 ‘무죄’를 선고받은 강기훈 씨에 대해서는 당시 취재를 담당했던 중견기자가 ‘취재파일’로 기사를 쓰기도 했다. 심석태 국제부장은 16일 <22년 만의 '유서대필' 무죄…사법부는 언제 사과할까?>라는 기사로 “재판을 사람이 하는 한 오심 가능성은 항상 있다”며 “억울하게 3년의 옥살이에 평생을 그 누명의 그늘에서 고통받은 사람에 대해 자유 민주주의 국가의 사법제도는 사과를 했어야 마땅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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