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6일 발표한 주택시장 선진화 대책을 두고 다양한 측면에서 비판이 제기된다. 월세 문화가 정착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일 수 있지만 전세대책 등 서민을 위한 주택정책은 실종됐다는 지적이다.

27일자 조간신문들은 정부의 주택시장 선진화 대책을 보도하면서 집주인들의 저항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겨레>는 ‘세금 늘어나는 집주인 저항 불가피’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조선일보>는 ‘집주인 소득 노출…세입자에 세부담 떠넘길 수도’ 제하의 기사로, <중앙일보>는 ‘월세 세입자 세액공제 쉬워져 환영, 집 주인은 세금 늘까 걱정’ 제하의 기사로 같은 내용을 지적했다.

▲ 주택시장 선진화 대책에 따른 집주인의 세부담이 세입자에게 떠넘겨질 가능성을 우려한 조선일보의 27일자 기사.

현재 집주인과 세입자 간의 월세계약은 순전히 사인간의 계약 형태로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임대사업자 등록 유도책 등을 통해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를 시도하고 있으나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솔직한 현실이다.

그런데 세입자의 월세가 공제 대상이 될 경우 자연스럽게 정부가 집주인의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를 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내지 않아도 될 세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셈이다. 따라서 과세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지적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세금을 내는 만큼 월세를 인상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러한 우려에 대한 정부의 대답은 “할 수 없다”로 요약될 수 있을 것 같다. 주택시장 선진화 대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정부 관계자는 집주인의 과세 부담 전가 우려에 대해 “이번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는 지점이다”라고 인정하면서도 “월세를 낸 시점에서 3년까지 공제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집주인과 계약기간이 종료된 후에 세액공제를 신청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집주인들이 바보는 아니기 때문에 이 정책이 시행된 이후 월세 신규 계약에서는 과세 부담이 어느 정도 반영된 형태의 계약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세입자가 이면합의로 세액공제 신청을 하지 않게 되거나 과세 부담이 반영된 월세를 내게 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결국 평균 월세가 경향적으로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날 우려를 갖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세액공제라는 형식은 세금을 일정액 이상 납부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혜택이므로 저소득 서민층은 효력을 체감할 수 없는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6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한 김수현 세종대 도시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자영업자라든가 좀 안정적인 직장이 아닌 서민들의 경우 소득공제 대상이 아닌 경우가 많다”면서 “정작 주로 월세에 사는 아주 가난한 서민들은 혜택을 못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정부가 월세 공제 대상을 연소득 5000만원에서 7000만원으로 상향시킨 부분에도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결국 서민을 중심에 놓고 월세안정을 모색하자는 게 아니라 세수확보에 방점이 찍힌 것이라는 지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 정부의 주택시장 선진화 대책에 대한 비판을 제기한 한겨레의 27일자 사설.

주택시장 선진화 대책에 실효성이 있는 다른 서민주거 안정 대책은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결국 서민을 외면한 대책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한겨레>는 ‘서민 주거안정과는 멀어 보이는 전월세 대책’이라는 제하의 사설을 써서 이런 관점의 비판을 제기했다. 전셋값이 18개월째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고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이 가중되는데 이를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한국에만 존재한다는 고금리 시대의 유산인 전세를 월세 전환으로 유도한다는 큰 방향은 옳다는 지적이 있는 게 사실이다. <중앙일보>는 ‘주택시장 패러다임을 소유에서 거주로 바꿔라’라는 사설을 통해 이런 관점에서 정부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 정부 대책의 긍정적인 부분을 평가한 중앙일보의 27일자 사설.

하지만 소유에서 거주로 주택시장 패러다임을 바꾸더라도 저소득 세입자들에 대한 주거 안정이라는 차원에서의 대책이 특별히 수립될 이유가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정부의 대책은 부동산투자신탁(리츠) 등을 통해 공공주택임대사업에 있어서도 민간참여를 유도하는 등 사실상 공공주택임대사업에 대한 기업화·시장화 등을 큰 그림으로 잡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해 4.1 부동산 대책과 후속조치들에 있어서도 이러한 흐름은 계속 반복해서 나타나고 있다. 이번 대책 역시 굳이 ‘선진화’라는 어휘가 사용된 것도 이런 맥락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따라서 향후 서민들의 주거안정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정책이 전환되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 언론이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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