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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감정' 여자와 어머니, 달라도 어쩜 이리 다를 수가[블로그와] 박정환의 유레카
박정환 | 승인 2014.02.27 10:25

 대개의 사람들이 생각할 때 ‘어머니’와 ‘타인’은 정반대의 이미지다. 좋은 이미지의 단어는 당연히 어머니일 테고, 반대로 불안이나 경계심을 나타내는 단어는 낯선 이 혹은 타인일 테니 말이다. <레바논 감정>에서 공포를 촉발하는 이는 바로 타인이다. 여자(김진욱 분)에게 공포를 촉발하는 이는 산 속에 덫을 놓은 얼굴 모를 누군가이고, 사냥꾼(조석현 분)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고 가는 이는 가죽 남자(정원영 분)다.

저수지 수호신(김재구 분) 역시 공포에서 자유롭지 못하는데, 그에게 공포를 제공하는 이 역시 가죽 남자의 몫이다. 영화 가운데서 얽히고설킨 공포를 제공하는 이는 캐릭터들이 아는 얼굴들이 아니라 한 번도 본 적 없는 누군가로부터 공포를 선물로 받는다. <레바논 감정> 가운데서 타인은 폭력적인 대상으로 돌변하는 공포의 대상이자 동시에 죽음 본능을 되새기도록 만드는 매개체가 된다.

   
 
하지만 <레바논 감정>에서 주인공 헌우(최성호 분)로 하여금 타나토스의 본능, 죽음 본능과 맞닥뜨리게 만드는 이는 낯선 이가 아닌 어머니다. 죽은 어머니의 손은 영화 초반에서 헌우를 향해 두 번이나 어른거리기 일쑤다. 옥상에서 떨어지는 벽돌은 헌우가 얼마나 죽음과 가까이 맞닿아 있는가를 보여주는 소재로 활용된다.

<레바논 감정>을 관통하는 주된 정서는 낯선 이가 제공하는 죽음 본능이거나 폭력으로의 초대가 다가 아니다. 가장 친근한 것처럼 보이는 어머니라는 도상 역시 타나토스의 본능을 일깨우게 만드는 변형된 저승사자의 이미지로 작용한다.

여자는 모든 남성에게 사랑을 받는 ‘대상a’의 이미지를 가진다. 사냥꾼은 여자의 몸을 돈을 주고 산다. 피도 눈물도 없어 보이는 냉혹한 가죽 남자는 여자를 사랑하는 마음을 여자가 알아주지 않아서 눈물까지 흘린다. 발목을 다친 여자와 산을 걸어갈 때 괜찮냐고 가죽 남자가 여자에게 묻는 건 그가 단지 여자를 위압하는 존재가 아니라 여자를 아낄 줄 아는 남자라는 걸 방증한다.

   
 
주인공 헌우 역시 여자를 탐하게 된다. 여자의 에로스적인 이미지에서 가장 자유로워 보이는 저수지 수호신 역시 여자가 목에 둘러매던 목도리를 탐함으로 말미암아 여자 그 자체를 탐하는 것이 아니라 여자의 소지품을 탐하게 된다.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남자를 자석처럼 빨아들이고 매혹하는 이는 바로 여자다. 죽은 여자는 살아있는 자신의 아들에게 타나토스의 세계로 가까이 오라고 세이렌처럼 손짓하지만, 젊은 여자는 여자 주의의 모든 남자를 자석처럼 빨아들이고 여자가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건 모든 남자를 여자의 영향력 아래 두기에 이른다.

<레바논 감정> 속 여자의 이미지가 이처럼 자석, 혹은 세이렌의 이미지를 갖는 반면에 남자들의 관계는 하나같이 상하관계로 구분된다. 사냥꾼과 헌우, 저수지 수호신이라는 세 남자 모두 가죽 남자라는 폭력의 피라미드의 정점에 선 남자 앞에서는 ‘을’이 된다. 가죽 남자는 타고난 폭력 덕에 ‘갑’으로 이들 세 남자를 지배하고 다스린다. 어머니와 여자라는 두 여자의 이미지가 복잡다단한 반면에 남자의 세계가 폭력이라는 패러다임 앞에서는 갑을 관계, 혹은 상하 관계로 서열이 구분지어진다는 건 그만큼 남자들의 세계가 원시성, 즉 주먹의 이미지와 가깝다는 걸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박정환  js7keie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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