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치 2·3주에 불과한 상해에 징역 4년은 과도한 처벌이다.”

재판 과정에 불만을 품고 박홍우 서울고법 부장판사에게 석궁을 쏴 부상을 입힌 혐의로 구속기속 된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에게 징역 4년이 선고됐다. 서두에서 언급한 것은 김씨 가족들이 항소 의사를 밝히면서 언급한 내용이다.

명백한 증거가 없음에도 징역4년…괘씸죄 적용인가

▲ 한국일보 10월16일자 10면.
이번 판결이 가진 문제점은 사실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경찰은 김 전 교수가 박 부장판사에게 쏘았다는 화살 등 주요 증거물을 찾지 못했다. 한국일보가 지난 9월5일 입수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유전자 감정 보고서(1월29일)에 따르면 경찰이 감정을 의뢰한 화살 3개에서 혈흔은 찾을 수 없었다.

한국일보는 지난 9월6일자에 이 같은 사실을 전하면서 “(이는) 박 판사가 화살에 맞고 피를 흘렸다는 경찰 발표와는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며 “김씨에게 살인 미수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 무리한 수사를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한국일보를 보면 경찰의 초동수사에 허점이 많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구부러진 화살을 봤다는 경비원의 말을 듣고 화살을 찾았지만 없었다. 그래서 김씨가 가지고 있던 다른 화살 3개를 보냈다’는 경찰 관계자의 발언 △박 판사가 검찰에서 ‘어떻게 석궁에 맞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점 △화살이 아예 발사되지 않았거나 박 판사가 석궁에 의해 부상을 입지 않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음에도 경찰이 추가 수사를 하지 않은 점 등이 대표적이다.

▲ 한국일보 9월6일자 10면.
이외에도 박 판사 의류에 남은 혈흔도 논란거리다. 박 판사의 속옷과 조끼에는 “왼쪽 복부에 화살을 맞아 피를 흘렸다”는 경찰 발표대로 왼쪽 배 부위에 혈흔이 있지만 셔츠에는 손목 부분에만 혈흔이 검출됐다. 양복에는 아예 피가 묻은 흔적이 없다.

“형사소송법 기본원칙 무시한 판결” … 언론이 침묵하는 이유

이번 재판부의 선고 결과에 대해 서울대 김세균 교수는 “이 사건은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이라며 “명백한 증거가 없다면 피고에게 불리하게 판결할 수 없는 게 형사소송법의 기본원칙인데도 재판부는 이를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번 판결은 통상적인 재판부의 형량을 뛰어넘고 있다는 점에서도 논란거리다. “일반 시민에게 가해진 사건이었다면 1년형도 안 나왔을 것”이라는 반론이 제기되는 이유다. 전치 2·3주에 징역4년이라는 ‘상식 이하’의 판결이 나온 이면에 이 사건을 사법부에 대한 중대한 테러로 보고 있는 법조계의 ‘시각’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른바 ‘괘씸죄’에 걸린 것 아니냐는 것이다.

재판부의 이번 판결은 지난 9월11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게 내린 집행유예와 너무나 대비되는 판결이다. 당시 재판부는 김 회장에 대한 집행유예와 함께 사회봉사명령을 선고했다. 재벌 회장이 회사 경호원과 조직 폭력배를 조직적으로 동원해 폭력을 행사한 사안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한 법원이 전치 2·3주에 불과한 ‘폭행 사건’에 대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누가 봐도 문제가 있는 이 사안을 한국일보를 제외한 대다수 언론이 침묵하고 있다. 사안 자체는 짧게 보도하고는 있지만 이번 판결이 갖는 문제점 자체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있다는 말이다. 왜일까. ‘개운치 못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 사건이 발생한 지난 1월의 ‘기조’라면 대다수 언론은 이번 판결을 ‘대서특필’하며 재판부가 본때를 보여줬다는 식의 기사를 내보냈어야 한다.

하지만 오늘자(16일) 신문을 보면 많은 언론이 이 사건 자체를 피하려고만 하는 것 같다. 1단이나 단신으로 처리한 언론사가 많다. 판결의 문제점과 경찰 수사의 석연치 않음을 지적한 곳은 한국일보 뿐이다. 그 이유는 바로 아래와 같은 ‘전적’ 때문이 아닐까.

▲ 국민일보 1월16일자 8면.

▲ 경향신문 1월16일자 8면.

▲ 동아일보 1월16일자 12면.
▲ 조선일보 1월16일자 1면.
▲ 중앙일보 1월16일자 3면.
▲ 한겨레 1월16일자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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