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뉴스데스크>를 통해 ‘신고리 1호기 원전의 냉각수 누출 사고’ 관련 단독 보도를 하고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단독 기사를 인터넷에서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해당 보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던 한국수력원자력 쪽이 기사 삭제를 요구하지 않았는데도, MBC가 스스로 나서 삭제했던 것으로 드러나 비판이 일고 있다.

▲ MBC 뉴스 사이트 및 포털 사이트에서 삭제된 2월4일 MBC 단독보도 (화면 캡처)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가 25일 발행한 민주언론실천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김장겸 보도국장은 지난 4일 단독보도 타이틀을 달고 방송된 <냉각수 유출 사고 ‘쉬쉬’> 리포트의 인터넷 뉴스 기사 삭제를 지난 6일 오후 담당 부서인 경제부장에게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기사는 해당 기자에게 사전 통보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터넷뉴스부를 통해 바로 삭제됐다.

MBC는 해당 단독 보도에서 원자력발전소 내부 문건을 입수해 “신고리 1호기에서는 누출돼서는 안 되는 냉각수가 흘러나왔다. 사고 사진에는 냉각수가 마르면서 붕산이 허옇게 드러나 있지만 신고리 원전은 이 같은 사고를 확인하고도 원자력 안전위원회는 물론 본사인 한국수력원자력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해당 보도가 나간 뒤 온라인 중앙일보는 MBC 보도를 인용해 별도의 기사를 작성하기도 했다.

보도국장 “논란 여지 있어서 깔끔하게 삭제 지시”

김장겸 보도국장은 인터넷 기사 삭제를 지시한 이유에 대해 “해당 기사에 논란의 여지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노조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 쪽은 김장겸 보도국장을 찾아가 해당 보도에 대해 “보고 의무가 없는 단순 고장(故障)을 MBC 기자가 사고(事故)라고 표현했고 ‘쓰리마일 사고도 냉각수 누출에서 시작됐다’는 서울대 교수의 인터뷰를 인용하는 등 사안을 침소봉대했다”고 주장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김장겸 보도국장은 “한수원 쪽의 주장이 타당하다 판단됐고, 섣부른 기사가 될 수 있어 기사를 깔끔하게 삭제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MBC노조는 “인터넷 기사 삭제 관련 사규는 없어 업무 관행상 보도 책임자가 결정하면 언제든 삭제가 가능하다”면서도 일방적인 기사 삭제 과정의 문제점을 요목조목 지적했다.

노조는 △사전 설명 한마디 듣지 않고 인터넷 기사를 일방적으로 삭제하라고 지시했고 △기사 삭제는 ‘보도 과실’을 공개적으로 먼저 인정하는 의미가 되는 만큼 사실 관계부터 검증·검토했어야 했고 △설사 상대방 주장이 타당하다 여겨졌어도 취재 기자를 통해 재확인하거나, 반론 절차를 밟거나 문제가 되는 부분을 수정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기사 삭제와 관련해 한국수력원자력 홍보팀 쪽은 “기사 삭제까지 요구하지는 않았고, 다만 ‘사고’라는 표현을 적절하게 교체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아예 통째로 삭제될 줄은 몰랐다”는 입장을 노조에 밝혔다.

▲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삭제된 MBC 뉴스 기사. “이 기사는 제공사의 요청으로 삭제된 기사입니다.”라는 문구가 뜬다. (다음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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