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여의도 KBS 본관 ⓒ미디어스
KBS기자협회, PD협회, 경영협회 등 KBS 내부 구성원들이 정연주 KBS 사장에 대한 대통령의 해임과 경찰의 체포 등을 '공영방송 침탈'로 규정하고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을 구성한 데 이어 중국에서 2008 베이징 올림픽을 취재하는 KBS 올림픽 방송단 대다수도 정부를 강력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이들은 13일 'KBS는 결코 권력의 노리개가 될 수 없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고 "KBS 올림픽 방송단 대다수는 정권의 KBS 강탈에 맞서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 한다"며 "베이징 올림픽 취재와 제작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던 우리에게 정연주 사장의 해임 소식은 마치 자식들이 집나간 사이 집안이 털린 것 같은 충격과 자괴감으로 다가온다. 특히 정 사장의 해임을 기다렸다는 듯이 체포에 나선 검찰의 기민성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KBS 장악하면 국민 조종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이들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이토록 허약한 것이었냐"라고 되물으며 "한국 선수들의 선전에 대한 국민들의 열광을 마치 정권에 대한 성원으로 착각하는 이명박 정부의 미련함과 교활함에 전두환 폭압정권의 국민우민화 정책, 3S 정책(sports, screen, sex)의 부활을 예감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우리가 진정 분노하는 것은 정연주 사장 해임과 경찰의 체포 등 일련의 사태 속에 숨어있는, 권력의 'KBS를 장악하면 국민을 허수아비처럼 갖고 놀 수 있다'는 시대착오적 욕망 때문"이라며 "언론자유 수호 차원에서 정부를 결코 용서할 수 없다. KBS는 정권의 노리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올림픽 끝나면 곧바로 현장 합류해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 음모 분쇄할 것"

이들은 "당장 한국으로 돌아가 이명박 정권의 KBS 장악음모를 폭로하고 KBS를 목졸라 죽이려는 만행에 맞서 싸우고 싶다. 불의에 항거하고 KBS를 지키고자 하는 동지들에게 우리의 함성을 보낸다"며 "올림픽이 끝나는 그날 우리는 곧바로 현장에 합류해 정권의 공영 방송 장악 음모를 분쇄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음은 KBS 올림픽 방송단이 발표한 성명서 전문이다.

KBS는 결코 권력의 노리개가 될 수 없다

참담하고 허탈하다. 베이징 올림픽 취재, 제작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던 우리에게 정연주 사장의 해임 소식은 마치 자식들이 집나간 사이 집안이 털린 것 같은 충격과 허전함, 그리고 자괴감으로 다가온다. 더구나 정연주 사장을 해임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정사장을 체포한 검찰의 기민성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지난 8일 올림픽 개막에 맞춰 진행된 이사회의 폭거로 권력의 벌거벗은 만행이 예상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 수많은 비판과 무리수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올림픽 방문에서 돌아오자 마자 정사장 해임을 강행하고, 검찰은 또 기다렸다는 듯이 대한민국 최대 언론사의 사장을 백주 대낮에 체포했다. 대한민국의 국격이 이토록 치졸하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이토록 허약한 것이었던가?

더구나 그런 불법적인 만행을 자행한 자들이, 우리가 혼신의 힘을 다해 제작 송출하는 우리 선수들의 선전을 TV로 지켜보면서 환호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슬픔과 울분이 뒤섞인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우리 젊은 선수들의 선전을, 이에 대한 국민들의 열광적인 성원을 마치 자신들이 잘하고, 이에 대해 국민들이 성원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그렇게 만들어가려는 듯한 저 미련함과 교활함에 전두환 폭압정권의 국민우민화 정책, 3S 정책(sports, screen, sex)의 부활을 예감한다.

우리는 당장 돌아가고 싶다. 당장 가서 민주광장에서, 거리에서 이명박 정권의 KBS 장악음모를 폭로하고 KBS를 목졸라 죽이려는 저 만행에 맞서 싸우고 있는 동지들과 함께 하고 싶다. 정녕 이대로 돌아가고 싶다.

그러나 국가기간방송이라는 공영방송의 임무 또한 그 무게가 적지 않음에 눈물을 머금고 취재, 제작에 매진하고자 한다.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의 아름다운 선전과 투혼을 혼신의 힘을 다해 렌즈에 담아 무단 정치에 고통받고 있는 우리 선량한 국민들에게 전달해 조그만한 희망이라도 주고자 한다.

허나 우리의 마음은 이미 민주광장에 가 있다. 불의에 항거하고 우리의 삶터 KBS를 지키고자 하는 동지들의 주먹위에 우리의 함성을 보낸다. 올림픽이 끝나는 그날 우리는 그 현장에 곧바로 합류해 동지들과 뜨거운 연대로 반드시 무도한 정권의 공영 방송 장악 음모를 분쇄해 나갈 것이다.

우리가 분노하는 것은 사장 정연주를 해임했기 때문이 아니다. 언론인 정연주를 체포했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가 진정 분노하는 것은 그 비수속에 숨어있는 권력의 더러운 욕망, KBS를 장악하면 국민을 허수아비처럼 갖고 놀 수 있다는 그 시대착오적 욕망 때문이다.

5년 내내 KBS를 흠집내고, 색깔 공격으로 KBS를 매도하고, 온갖 비열한 수단을 통해 정연주 사장을 제거하려던 그 작태가 만천하에 공개되었음에도 이 정권은 ‘방송 장악의 의도가 없다,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라는 소가 웃을 거짓말을 반복하고 있다.

우리는 또한 권력의 망동을 견제하고 KBS의 독립을 위해 목숨이라도 받쳐야 할 이사회가 오히려 어느새 권력의 푸들이 되어 법에도 있지 않은 ‘사장 해임 제청’이라는 폭거를 자행한데 대해, 그것도 경찰을 스스로 불러 들여 KBS인들의 의로운 항거를 무력으로 진압하고 자행한데 대해, 언론자유 수호 차원에서 결코 용서할 수 없음을 밝힌다.

국민의 방송 KBS, 공영방송 KBS가 아직 미흡하고 부족하다는 걸 우리는 잘 안다. 시청자들의 따가운 비판이 있다는 점 잘 안다. 그러나 그것은 좀 더 객관적이고, 좀 더 정확하고 좀 더 균형있는 보도와 제작을 해 달라는 질책과 격려이었지 ‘권력의 개’가 되어 ‘정권의 홍위병’이 되어 권력의 나팔수 노릇을 하라는 질책은 결코 아니었다.

우리는 다시한번 천명한다. KBS는 정권의 노리개가 아니다. 우리는 결코 정연주 사장 해임을 인정할 수 없다. 우리는 출범 6개월만에 노망한 정권의 KBS 장악 음모에 맞서 가열차게 싸워나갈 것이다.

우리는 올림픽이 끝나는 날까지 취재,제작에 더욱 매진하여 공영 방송 KBS의 품위와 위상을 지켜나갈 것이다. 그러나 기억하라. 그 보도와 프로그램 하나 하나에 권력의 방송 장악 음모를 규탄하는 KBS인들의 분노와 경고가 하나 하나 담겨 있음을..

비록 우리가 좀 더 나은 뉴스, 좀 더 나은 프로그램을 위해 분초를 쪼개가며 방송 제작매달리고 있는 분주한 상황이어서 모든 사람들의 뜻을 모으지는 못했다. 그러나 스포츠취재팀, 외곽취재팀, 영상제작팀, 중계기술팀, 스포츠중계팀, 아나운서팀, TV제작팀, 라디오팀 등 베이징에 출장중인 각팀별로 성명서 제안에 대한 참여 여부와 내용에 대한 대표자 토론을 통해 'KBS 올림픽 방송제작 요원 대다수'는 정권의 KBS 강탈을 용납할 수 없다는 데, KBS인이 하나되어 이같은 폭압을 분쇄해야 한다는데 뜻을 같이 함을 확인했다.

2008년 8월 13일

KBS 올림픽 방송단원 중 정권의 KBS 유린을 용납할 수 없다는데 뜻을 같이하는 KBS인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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