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연세 기자

전직 코리아타임스 기자들이 청와대 엠바고(embargo, 보도유예) 요청 폭로 후 사측의 갑작스런 인사 발령에 항의하며 회사를 그만둔 김연세 기자의 복직을 촉구하고 나섰다.

김기태 한겨레 기자를 비롯한 전직 코리아타임스 기자 14명은 '김연세 기자의 사표 제출과 관련한 전직 코리아타임스 기자들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11일 발표하고 △이창섭 코리아타임스 편집국장의 공식 사과 △김연세 기자의 복직을 위한 코리아타임스의 적극적 조치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김 기자의 엠바고 폭로에 대해 "한국 언론사와 청와대 사이에 관행적으로 지켜오던 보도유예 요청에 대한 문제제기는 국민의 알 권리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 수준을 한 차원 끌어올린 것"이라며 "김 기자의 갑작스런 스포츠부 발령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청와대와 같은 주요 출입처의 경우 언론사들은 출입 기자에게 특별한 귀책사유가 있거나, 내부에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 한해서만 인사발령을 낸다"며 "이창섭 편집국장의 'IT 담당기자가 유학을 가는 관계로 체육부에 빈 자리가 생겨 불가피하게 김 기자가 오게 된 것'이라는 해명은 쉽게 납득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코리아타임스 편집국의 결정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다"며 "이 문제는 김 기자 개인에 대한 처우를 넘어서 언론사의 독립성 문제이자 언론인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은 이들이 발표한 성명서 전문이다.

김연세 기자의 사표 제출과 관련한 전직 코리아타임스 기자들의 입장

우리는 최근 김연세 기자에 대한 코리아타임스 편집국의 돌연한 인사발령을 지켜보면서 코리아타임스의 언론사로서 처신을 놓고 심각한 우려를 표하면서, 우리의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서 뜻을 모았다.

김연세 기자는 지난 5월초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서, 청와대쪽의 출입 기자단에 대한 보도유예 요청 사실을 공개적으로 폭로했다. 김연세 기자는 이로 인해서 청와대 기자실로부터 한달간 출입정지 징계를 받았으나, 한편으로 한국 언론사와 청와대 사이에 관행적으로 지켜오던 보도유예 요청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면서 국민의 알 권리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 수준을 한 차원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창섭 코리아타임스 편집국장은 문제의 발언이 있는 뒤 두 달이 안 되어 김연세 기자를 체육부로 발령했다. 우리는 이 의사 과정에서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정황이 있는 점에 주목한다. 무엇보다 이 인사가 정례 인사도 아니었고, 김 기자를 포함한 3인만을 대상으로 했다. 청와대와 같이 주요한 출입처의 경우, 언론사들이 출입 기자의 특별한 귀책사유가 있거나, 언론사 내부의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 한해서 인사발령을 낸다는 점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따라서 “IT 담당기자가 유학을 가는 관계로 체육부에 빈 자리가 생겨 불가피하게 김 기자가 오게 된 것”이라는, 이창섭 편집국장이 언론을 통해 해명한 내용을 우리는 쉽게 납득하기 힘들다. 과연 이 국장의 설명이 사회적인 논란을 무릅쓰고 청와대 출입 기자를 인사발령을 내야할 ‘코리아타임스 내부의 특수한 사정’이라고 보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

우리는 진심으로 이 모든 정황이 우연의 연속으로 인해 빚어진 오해이길 원한다. 그러나 인사 발령이 난 시점이 미국산 쇠고기 문제로 연일 촛불집회가 열리는 예민한 때라는 점을 감안하면 김 기자에 대한 인사발령은 더욱 수긍하기 힘들다. 오히려 갑작스러운 인사로 스스로 ‘청와대 외압설’의 정황을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코리아타임스가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적극적으로 지켜야하는 언론사의 위상을 스스로 훼손한 점을 우리는 심각한 우려를 품고 바라보고 있다.

우리는 위와 같은 정황에서 사표를 제출한 김연세 기자의 판단을 놓고, 기자로서의 독립성과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공감과 지지의 뜻을 표한다. 또 한편으로는 김 기자에게 위와 같은 판단에 이르게 한, 이창섭 편집국장을 비롯한 코리아타임스 편집국의 결정에 대해서 심각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다. 이 문제가 단지 김 기자 개인에 대한 처우의 수준을 넘어서, 코리아타임스의 언론사로서의 독립성의 문제이며, 코리아타임스 기자 개개인의 언론인으로서의 자존심의 문제라는 점을 우리는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싶다.

따라서, 우리는 한때 코리아타임스에 몸담았던 사우로서 친정 회사에 대한 자긍심과 애정을 담아서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회사 성원에 대해서 납득하기 힘든 인사결정으로 조직 전체에 씻기 힘든 상처를 남기고, 코리아타임스가 58년 동안 쌓은 언론사로서의 명성에 오점을 남긴 사유로 이창섭 국장의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한다.

둘째, 기자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 사표를 제출한 김연세 기자의 결정을 존중하면서, 코리아타임스가 김 기자가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편집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기를 요구한다.

코리아타임스를 사랑하며 걱정하는 전직 사우들

김광태 김기태 김정원 류 진 박성우 배근민 서수민 서지연 서지영 성태경 유동호 윤원섭 이승용 한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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