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내부 개혁 요구에 대한 답이 이것인가!

언론노조가 지난달 31일 비대위를 열어 박승규 KBS본부장을 제명하고, 강동구 부본부장과 조봉호 사무처장을 해임했다. 언론노조의 위상과 명예를 손상한 책임을 물은 것이라고 했다.그런데, 이 엄청난 일이 4300명 KBS 조합원의 뜻과 의지가 무시된채 일사천리로 진행됐다.우리는 이 대목에서 두려움과 함께 분노를 느낀다. KBS 같은 거대 조직이 한 순간에 유린되는 상황인데, 하물며 군소 지부들의 향후 사정은 어떠할 것인가.무엇보다 우리가 분노하는 대목은 내부 개혁의 목소리에 대한 답이 중징계라는 극약 처방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이다.우리는 언론노조가 개별 조합원들의 권익은 도외시한 채 위원장과 일부 사이비 강경파들을 위한 `정치 노조'로 전락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한다.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사는 것이다!

언론노조는 그동안 공정방송 독립, 이명박 정부의 방송 장악 저지 등을 투쟁의 명분으로 내세웠다. 우리는 이 투쟁의 정당성에 절대적으로 공감하며 지지를 보낸다.그러나 YTN사태에서도 드러났듯이 현 시점의 투쟁은 고난의 행군을 의미한다. 따라서 그 어느때 보다도 강고한 대오가 요구되고 있다. 그런데, 내부 개혁을 외치고 생각을 달리 한다는 이유로 이 중차대한 시점에 사분오열을 자초했다. 언론노조가 말하는 산별정신이 이것인가! 언론노조는 산별정신을 다시 진중하게 되새겨 보기를 바란다.

내부 개혁은 한참 멀었다. 언론노조는 거듭나야 한다!

언론노조개혁협의회는 1년여동안 언론노조 내부개혁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단어가 거창해서 `개혁'이지 그 내용은 지극히 평범하고 상식적인 것들이다. △회계감사를 2명에서 4명으로 늘려 회계를 강화하고 △조합원들의 회계 장부 열람에 적극 협조하고 △사무처는 공정 선거를 위해 중립을 지켜야 한다 등이다. 언개협은 이런 상식적인 것들을 관철시키기 위해 △위원장 보궐선거 보이콧 △조합비 납부 유예 △성명서 채택 같은 투쟁을 전개해 왔다.

그리고 지난 임시대의원회에서 언개협의 요구사항은 규약규정에 전부 반영됐다. 상식수준의 요구안이 규약규정에 반영되는 데 1년여의 긴 시간이 허비됐다.

이런 가운데, 최상재 위원장을 비롯한 언론노조 집행부는 조합비 납부 문제를 두고 물밑 접촉을 벌였다. 그리고 KBS본부와 지난 6월 4일 이 부분이 매듭지어졌고, 대외에 이같은 사실이 공표됐다.그런데 최상재 위원장은 느닷없이 "대의원의 임기는 1년으로 하고 차기 대의원 선출 후 정기대의원회 전일까지 한다"라는 언노조 규약을 무시한 채 임의 해석으로 일부 지본부 대의원 수를 줄여버렸다. 비대위(중집)에서 의견 한 번 묻지 않았다. 이 시점에서 대의원 수 조정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얼마 남지 않은 언론노조 위원장 선거를 염두에 둔 조처였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것은, 최 위원장이 스스로 자초한 반응일 것이다.

KBS본부 조합원들의 결정을 존중한다!

조만간 KBS노조는 언론노조 탈퇴 여부를 묻는 조합원 투표를 실시할 것으로 알고 있다.우리는 어떠한 결정이 나든 KBS 조합원 동지들의 의사를 존중할 것이며, 요청이 있을 경우 언제든 뜻과 행동을 같이 할 것이란 사실을 천명해 둔다.

2008년 8월11일
언론노조 개혁 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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