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중과 김수현에게 공통적으로 붙는 수식어가 있다. ‘배용준의 아이들’이라는 별명이다. 그렇다. 그들 모두 배용준에 의해서 배우의 길에 들어선 이들이다. 한때 잘 나가던 더블에스501이라는 아이돌 그룹의 멤버였던 김현중을 배용준은 두 말 않고 자신의 소속사에 들였다. 그 때부터 김현중은 가수가 아닌 배우가 되기 위한 과정을 거치기 시작했다.

김수현 역시 배용준이 발굴한 보석 같은 인물이다. 애초부터 키이스트에 몸을 담고 있었던 그는 배용준의 철저한 관리 속에 포함된 배우 중 하나였다. 지금은 덜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김수현이 작품을 선택할 때마다 ‘배용준이 키운 배우’라는 수식어가 붙었고, 그의 연기력이 갈수록 탄탄해지면서 배용준의 보는 눈에 대한 평가도 따라서 격상되었다.

요즘 배용준에게 수요일과 목요일 밤은 흐뭇하기만 할 것이다. 자신이 공들인 두 명의 배우가 두 지상파 방송의 수목드라마 KBS ‘감격시대’와 SBS ‘별에서 온 그대’의 주연을 따냈고, 흠 잡을 수 없을 정도의 연기력을 선보이고 있으며, 시청자들의 반응은 날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으니 말이다.

어제였던 13일에도 ‘별에서 온 그대’는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12일에 방송된 16회의 시청률 25.7%보다 1.3 포인트가 오른 27%로, 시청률 30%를 눈앞에 두고 있다. 아마도 다음 주에 이르게 되면 그 기대치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도민준(김수현 분)과 천송이(전지현 분)의 케미가 걷잡을 수 없이 폭발해 버리고 말았으니 말이다.

‘감격시대’는 ‘별에서 온 그대’에 이어 시청률 2위 자리에 있다. 어제 방송된 10회의 시청률은 11.4%.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이기는 하지만 이미 10%의 시청률을 가볍게 넘겨버렸고, 지금 당장보다는 앞으로의 상승이 더욱 기대되는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에, 이 역시 흡족할 만한 성과라고 볼 수 있다.

시청률의 차이는 있지만 이 두 작품 모두 대중의 입에 오르내리는 화제의 드라마라는 점은 동일하다. 특히나 시청자들은 ‘감격시대’의 김현중 연기력에 매번 충격을 받으면서 그에게 점점 매료되고 있으며, 그에게 가졌던 모든 염려나 불안함을 거의 다 떨쳐내고 있는 중이다. 그 정도로 김현중은 변했고, 성장했고, 진화했다.

김수현이 뛰어난 연기력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작품마다 그는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완전히 몰입되어 완벽한 연기를 구사한다. 그를 보고 있으면, 연기를 정석대로 배우고, 차근히 익히며, 각고의 노력으로 부단히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모범생 배우라는 말이 참 어울리는 그다.

요즘엔 그들의 오열 연기가 화제다. 이번 주에 방송된 ‘감격시대’와 ‘별에서 온 그대’에서 김현중과 김수현 모두 오열 연기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우연치 않게 대결구도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그들이 가슴 아픈 눈물을 흘린 장면은 작품 속에서 명장면으로 남게 되었고, 시청자들에게는 우열을 가리기가 힘든 명승부로 남아있다.

신정태(김현중 분)의 오열은 풍자(조달환 분)의 죽음을 위한 애도였다. 자신을 구하기 위해 홀로 일국회에 뛰어든 풍차는 수 십 명의 일국회 회원들과 맨주먹으로 싸우다가 결국 목숨을 잃어버리고 만다. 그 소식을 전해들은 신정태는 그 자리에서 그만 무릎을 꿇고 가슴을 쥐어뜯으며 급기야 바닥에 나가둥그러진 채 울음을 터트린다.

김현중이 한 번도 보여주지 못했던 오열 연기였다. 억지로 쥐어 짜내는 눈물이 아니었고, 감정이 없는 상태에서의 절규가 아니었다. 진심으로 개탄하는 표정이 얼굴에 그려졌고, 비통한 마음을 그의 그렁그렁한 눈빛에서 읽을 수 있었다. 연기력 부족이라는 꾸지람에 헤어 나오지 못했던 그였기에, 그의 오열 연기에 더욱 후한 점수를 줄 수밖에 없다. ‘지금이 되기까지 노력을 했을까’라는 생각에 대견하기 이를 데 없는 그였다.

도민준 역시 자리를 박차고 가버리는 천송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의 오열 연기는 이번에도 사람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았다. 절규도 외침도 없이 그저 누가 들을까 손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어깨울음을 보인 도민준. 눈물을 삼키고 흐느낌마저 삼킨 채, 철저하게 고독한 오열 연기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김수현의 오열에는 아련한 슬픔이 있다. 그저 눈을 질끈 감은 것 하나뿐인데도 그렇게 애처로울 수가 없다. 벌써 표정 하나로 감정선을 드러내는 데에 프로패셔널한 경지에 오른 것일까? 언제나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오열하는 그다. 그래서 더욱 애틋하게 느껴진 건지도. 우정을 위해 절규했던 신정태보다는 사랑을 위해 눈물을 흘리던 도민준에게 조금 더 위로의 마음이 생기는 듯해서 말이다.

그러나 오열 연기 그 자체로의 대결로만 놓고 본다면 김현중에게 더 큰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사람들의 우려를 완전히 종결시킨 결정적인 장면이기도 했고, 그동안 신정태가 되기 위하여 미친 듯이 노력했을 그의 수고가 떠올라서 말이다. 원래 언제나 상위권을 유지하는 우등생보다 바닥에서만 맴돌던 열등생이 우등생반으로 들어오게 되었을 때가 더욱 대견한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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